[르포] 이제는 철보다 환경···'SGTS'로 생존 도모하는 현대제철
[르포] 이제는 철보다 환경···'SGTS'로 생존 도모하는 현대제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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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결로 신규 설비로 황사화물·질소산화물 140~160ppm→30~40ppm
3소결 설비 완공 이후 2021년 오염물질 배출량 1만t 감축 목표
당진제철소 소결 배가스 설비 전경. (사진=김혜경 기자)
당진제철소 소결 배가스 설비 전경. (사진=현대제철)

[서울파이낸스 김혜경 기자] 지난 9일 방문한 현대제철 당진공장의 첫 인상은 여느 굴뚝산업과 다를 바 없었다. 고로(용광로)에서 쏟아지는 시뻘건 쇳물부터 어뢰 모양의 쇳물 운반차 토피도카(Torpedo Car), 열연공장에서 압연롤이 분주하게 돌아가는 굉음, 원료 하역부두 여기저기 적재된 반제품 철판까지 전통적인 제조업의 모습을 여과없이 보여주고 있었다. 

'산업의 쌀'로 주목받았던 철강산업은 이제 '미세먼지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특히 철광석이 고로에 들어가기 전 거쳐야 할 필수 작업인 '소결공정'으로 인해 전체 산업군 가운데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이 많기 때문이다. 최근 소결설비 미세먼지와 고로 플리더 개방 등 각종 환경 문제와 맞물리면서 친환경 전략은 철강업 생존과도 직결되는 사안으로 부상했다. '소결로 배가스 처리장치(SGTS)', '밀폐형 원료저장설비' 등 기존 굴뚝산업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한 움직임은 당진제철소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이날 제철소를 방문한 후 처음 눈에 띈 것은 커다란 돔 형태의 설비였다. 마치 옛 소련에서 만든 외계 건축물과 흡사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철강 제품이 생산되려면 원료 하역부터 저장·소결·고로·제강·열주·열연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본격적인 생산 공정이 시작되기 전 하역 부두에서 옮겨진 철광석, 석탄 등의 원료가 이곳에서 저장된다. 관중석이 없는 상태에서의 돔 야구장 규모로, 현재 총 7개의 시설이 운영되고 있다. 

기존에는 원료를 외부에 쌓아두지만 당진제철소의 원료 저장 방식은 밀폐형이라는 것이 차이점이다. 원료의 최적상태를 유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기상에 따른 제약도 없다. 가장 큰 이점은 환경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 기존 제철소들이 철광석 가루 날림을 방지하기 위해 큰 천으로 덮거나 나무를 심어 바람의 영향을 막는 반면 밀폐형은 효과적인 보관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당진제철소는 2010년대 가동이 시작됐기 때문에 처음부터 밀폐형으로 운영할 수 있었지만 1970~1980년대에 건설된 대부분의 제철소들은 당시 환경 이슈가 크지 않았기 때문에 그러지 못했다"면서 "밀폐형 시설을 건설하려고 해도 임시로 원료를 보관할 제철소 내 공간이 여유롭지 않기 때문에 쉽게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저장시설 내부에는 철광석을 소결공장으로 옮기기 위한 설비가 한가운데 위치해있고, 이를 기준으로 양쪽에 철광석 가루가 산처럼 쌓여있었다. 일반적으로 철광석 가루는 15m 정도의 높이로 쌓지만 밀폐저장의 경우 벽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30m 까지 가능하다. 철광석은 가루 형태와 돌멩이, 구슬 모양의 3가지 형태로 나뉘며, 구슬 모양의 경우 철(Fe) 성분 함유량이 가장 높다. 저장 설비 내 철광석 가루를 자세히 살펴보니 알갱이 형태가 눈에 보였다. 

제철소에서 발생하는 대기오염물질의 90% 이상은 소결공장에서 배출된다. 소결공정이란 고로 내부에서 원료가 잘 녹을 수 있도록 가루 형태의 철광석에 석탄 등 혼합물을 첨가해 덩어리 형태로 만드는 공정이다. 뭉쳐진 형태의 철광석이 소결광이다. 고로에 가루 형태의 철광석을 그대로 넣을 경우 통기성 확보가 불가능하다. 밑에서 뜨거운 바람을 불어넣는 고로 특성 상 가루가 내부에 가득 찰 경우 열 전달이 제대로 되지 않기 때문이다. 가루를 덩어리로 만들어야만 열기가 통과할 틈이 생긴다. 철광석과 석탄, 석회석 등의 원료들이 서로 굳는 과정에서 미세먼지의 주요 성분인 황산화물(SOx), 질소산화물(NOx) 등이 발생한다. 

SGTS 설비 개념도. (자료=현대제철)
SGTS 설비 개념도. (자료=현대제철)

현대제철에 따르면 소결공장의 신규 대기오염물질 저감장치인 'SGTS'가 지난 5월 28일 1소결을 시작으로 지난달 13일 2소결이 가동되면서 황산화물과 질소산화물의 배출량이 140~160ppm 수준에서 모두 30~40ppm 수준으로 줄었다. 기존에는 '활성탄 흡착탑'을 이용했다. 활성탄을 필터처럼 사용하는 탑 형태의 저감 장치로, 1·2차로 전기집진기와 여과 집진 장치(백필터)가 먼지를 제거하면 3차로 흡착탑이 황산화물과 질소산화물을 제거하는 방식이다. 반면 새로운 설비인 SGTS는 전기집진기와 백필터 이용 후 3차로 오산화바나듐 촉매를 활용해 질소산화물을 제거하고, 중탄산나트륨을 투입해 황산화물을 제거한다. 

신규 설비로 교체한 이유는 소결로 흡착탑 내부의 이상 현상 때문이다. 지난 2014년 흡착탑에서 처음으로 원인 불명의 화재가 발생했고 허용치 이상의 대기오염물질이 배출됐다. 기존 기술로 해결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신규 설비 투자를 결정했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보수공사를 실시했지만 이후에도 온도가 기준 이상으로 올라가는 등 4~5번에 걸쳐 비슷한 문제가 발생했다"면서 "그때마다 조치를 취했지만 화재 원인은 알 수 없었고, 일본 등 국외 전문기관에도 문의를 해봤지만 비슷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도 국내외 제철소에서는 활성탄을 이용해 대기오염물질을 저감하고 있다"면서 "정확한 화재 원인을 찾을 수 있었다면 기존 장치를 사용했겠지만 회사 입장에서는 신규 설비 도입을 결정할 수 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소결로 굴뚝 아래 설치된 측정소에서는 오염물질에 대한 각종 데이터를 수집하게 되고 자체 시스템을 통해 제철소 내 환경상황실로 전송된다. 해당 자료는 환경부를 비롯해 충남도, 당진시 등 행정기관에서도 실시간 공유된다. 이날 방문한 1·2소결 중앙운전실에서는 직원들이 상시 근무하며 대기오염물질 수치를 확인하고 있었다. 내년 6월 3소결로에도 신형 장비가 부착되면 '소결 배가스 청정설비 통합 운전실'에서 1·2·3소결 전체를 관리하게 된다. 

소결공장에서 만들어진 철광석 덩어리는 고로에서 액체로 변하고, 이는 제강공장으로 옮겨져 불순물 제거 과정을 거친 후 연주공장에서 중간소재(슬래브)가 된다. 열연공장에서는 슬래브를 1250℃로 가열한 후 회전하는 압연롤 사이를 통과시켜 두께 1.2~25.4mm의 열연강판으로 만든다. 한증막 같은 열연공장 내부에서는 조압연이 사상압연(최종압연)으로 변하는 과정이 진행되고 있었다. 기계가 맞물리는 엄청난 소음과 함께 공정 끝으로 갈수록 철판은 엿가락처럼 길쭉하게 늘어났다. 압연이 완료되면 길이가 늘어나기 때문에 두루마리 휴지 형태로 말아서 보관을 하게 된다. 열연강판이 자동차, 가전제품에 사용되려면 냉연공장에서 상온 상태의 압연 과정을 거쳐야 한다. ㅇ후 아연 도금 작업까지 끝나면 고부가가치의 냉연강판이 된다. 

신규 설비 가동으로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은 2020년 충청남도 배출허용 기준 대비 40% 수준으로 낮아질 것으로 회사는 기대하고 있다. 3소결 설비 완공 이후인 2021년에는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을 지난해(2만3292t)의 절반 이하인 1만t 수준으로 감소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지난 8일부터 2주 동안 지역주민과 지자체, 환경단체 등을 제철소로 초청해 설비 개선사항을 검증한다는 계획이다.

안동일 현대제철 사장은 "당진제철소는 출범부터 친환경 제철소를 표방하고 운영해왔지만 최근 각종 환경 문제에 회사가 거론되면서 지역사회와 주민에 심려를 끼쳐드린 점은 죄송스럽다"면서 "소결 배가스 신규 설비를 비롯해 향후 환경 관리와 미세먼지 저감에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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