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지식산업센터 '붐'···공급과잉 '우려'
건설사 지식산업센터 '붐'···공급과잉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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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분기 전국서 32건 신규 승인···지난해 3분의 1 육박
SK건설이 공급한 '성남 SK V1 타워' 조감도. (사진=SK건설)
SK건설이 공급한 '성남 SK V1 타워' 조감도. (사진=SK건설)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그간 주택사업에 주력했던 건설사들이 지식산업센터로 영역확장에 나서고 있다. 주택시장에 찾아온 한파가 장기화되자 비주거상품까지 발을 넓히는 모양새다. 

중견건설사뿐 아니라 대형건설사들의 움직임도 적극적이다. 다만 몰리는 관심에 지식산업센터의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오피스와의 경쟁에서 밀린다면 임차인 확보에 실패하며 공실률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9일 상가정보연구소 등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전국 지자체 및 관리기관에서 신설 또는 변경 승인(최초승인일 기준)을 받은 지식산업센터는 총 1053곳으로 조사됐다. 특히 올 1분기에만 32건의 신규 승인이 이뤄져,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세 달 만에 벌써 지난해 승인 실적(107건)의 3분의 1에 육박한 것이다.

'옛 아파트형 공장'이라 불리는 지식산업센터는 단독으로 공장이나 건물을 짓기 어려운 중소기업 등 여러 곳이 함께 입주하는 형식이다. 이 곳에 입주하는 기업들은 금융권 대출금리 인하와 더불어 올해 말까지 한시적으로 취득세 50%, 재산세 37.5% 감면 등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부각되면서 200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주요 건설사들이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것도 이쯤부터다. 대형건설사 중에서는 SK건설이 가장 발 빠르게 움직였다. 플랜트 부문에 경쟁력이 강한 만큼 아파트형 공장 시절부터 발을 들이더니 2010년대 들어서는 지식산업센터 브랜드인 'V1'을 론칭하며 분양을 본격화했다. 

'당산 SK V1 센터'를 비롯해 △서울숲 SK V1 센터 △가산 SK V1 센터 △문정 SK V1 GL메트로 △미사강변 SK V1 센터 △성수 SK V1 센터 등을 공급했으며, 오는 5월엔 서울 구로구에서 '구로 SK V1 센터'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어 현대건설은 2011년 서울 금천구 '현대지식산업센터'를 시작으로 성동구 '현대테라스타워', 하남시 '한강미사 1·2차 지식산업센터' 등을, 현대엔지니어링은 2014년부터 송파구 '문정테라타워', '송파테라타워', 금천구 '가산테라타워' 등을 건축했다.

대형건설사보다 비교적 지식산업센터 사업에 일찍 뛰어든 중견건설사 중에선 대보건설의 행보가 눈에 띈다. 대보건설은 '하우스디'라는 브랜드를 통해 수도권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했다. 공급한 지식산업센터로는 서울 문래동 '하우스디 비즈'와 성수동 '하우스디 세종타워', 가산동 '하우스디 더 스카이밸리' 등이 있다.

이 밖에 반도건설과 우미건설 역시 최근 지식산업센터 브랜드인 '반도 아이비밸리'와 '뉴브'를 각각 선보이면서 주택사업에 편중된 포트폴리오에 변화를 줬다.

경쟁이 치열해지자 특화설계를 내세우는 건설사들도 있다. SK건설은 분양 중인 '성남 SK V1 타워'에 입주회사 앞까지 차량이 이동해 하역을 보다 빠르게 할 수 있도록 하는 드라이브 인(Drive in) 시스템을 적용했고, 대보건설은 지난 2014년 지식산업센터 특화를 선언하며 특화 전략으로 △수요가 풍부한 입지 선정 △수요층 니즈에 따른 맞춤형 설계 △지역 특성을 고려한 외관 디자인 차별화를 내세웠다.

이처럼 건설사들의 적극적인 공세로 지식산업센터 시장이 활기를 얻고 있지만, 이들의 참여가 마냥 반가운 것은 아니다. 공급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공급과잉 빨간불'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실제 연도별 전국 지식산업센터 신규 승인건수를 살펴보면 △2014년 47건 △2015년 69건 △2016년 88건 △2017년 82건 △2018년 107건으로, 해마다 공급이 빠르게 늘고 있다.

일각에서는 공급 급증으로 인한 시장 침체 가능성도 제기된다. 갈수록 공급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오피스와의 경쟁에서 뒤쳐질 경우 임대료 하락과 공실 증가가 이어질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예전에는 경쟁사가 별로 없었지만 요즘엔 사업다각화를 위해 지식산업센터에 주목하는 업체가 늘고 있다"면서 "재개발·재건축 물량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어서 관심이 없던 곳들도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지식산업센터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상혁 상가정보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건설 및 시행사들도 적극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추세여서 한동안 공급 증가세가 계속될 것"이라며 "하지만 최근 공급물량 증가는 지역·입지별 양극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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