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과도한 치매보험금, 보험사기 악용 부추겨"
금감원 "과도한 치매보험금, 보험사기 악용 부추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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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증치매 보장 급부 지나치게 높게 설계"
과거 요실금보험, 백수보험 재연될까 우려
(사진=서울파이낸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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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서지연 기자] 보험사들이 치매보험 시장에서 과열경쟁을 벌이자 금융감독원이 제동을 걸었다. 보장금이 지나치게 높다는 이유에서다. 과거 요실금보험, 백수보험과 같이 예상치 못한 거액의 보험금 지급 사태가 발생해 보험사가 휘청거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 보험사기대응단은 최근 보험사들에 '치매보험 상품 운영 시 유의사항 안내' 공문을 보냈다. 금감원은 공문에서 "경증치매의 보장 급부가 지나치게 높게 설계됐다"고 우려했다.

과거 치매보험은 전체 치매환자의 2.1%에 불과한 중증치매만 보장했지만, 최근 경증치매와 중증도치매(경증과 중증의 사이)까지 보장하는 상품이 경쟁적으로 출시되고 있다.

금감원은 경증치매 진단만 받으면 많은 보험금을 받을 수 있으니 이를 악용한 보험사기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을 경고했다.

타사 가입 현황을 보험 가입 한도에 포함하지 않는 점도 지적했다. 현재 암보험 등은 가입내역 조회시스템으로 타사 가입 여부를 조회하고, 보험금 한도를 초과하면 가입을 까다롭게 하고 있다. 중복계약과 보험사기를 예방하려는 취지에서다.

그러나 치매보험은 이런 제약이 없어 중복 가입을 통한 보험사기 위험이 있다고 금감원은 지적했다. 금감원은 "최근 치매보험 판매가 급증하고 보험설계도 비합리적으로 만들어 보험사기 유발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보험사기 예방을 위해 계약심사 등에 주의를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사태가 과거 요실금보험 사태를 재연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예상치 못한 보험금 지급으로 상품이 판매 중단되거나 보험사가 휘청거릴 수 있다는 얘기다.

과거 요실금보험(정식명칭: 여성시대보험)을 판매한 삼성생명은 요실금 수술 보험금 지급액이 2005년 800억원에서 다음 해 1700억원까지 치솟자 관계자를 전부 문책하고 해당 보험을 없앴다.

실제 치매보험도 대부분의 보험사가 내달 상품구조 변경을 예고하고 있다. 보장을 축소하거나 판매 중단을 예고하는 곳도 있다.

과거 백수보험과 같이 보험금 지급 분쟁이 일어날 것이란 예상도 있다. 백수보험은 과거 일부 생보사가 시중금리가 20%대의 고금리상황에서 "매년 1000여만원씩 고액의 연금을 지급하겠다"며 확정배당금제도를 상품 자체인 것처럼 판매해 100만명 이상을 가입시켰으나 막상 연금지급 시기가 되자 시중금리 하락을 이유로 지급을 거부하면서 분쟁이 일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치매보험 또한 10~20년 뒤에는 엄청난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며 "최근 치매보험 판매가 급증하고 보험설계도 비합리적으로 만들어 보험사기 유발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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