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공시가격 인상, '富의 대물림' 주택 증여 늘어나나
[초점] 공시가격 인상, '富의 대물림' 주택 증여 늘어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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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주택자 세부담↑···"아파트 공시가격 발표 전 급증 가능성"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일대 아파트. (사진=이진희 기자)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일대 아파트. (사진=이진희 기자)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서울의 아파트 거래절벽이 심화된 반면, 집부자들의 부동산 증여는 크게 늘고 있다. 최고 62%에 달하는 양도소득세를 내느니 가족에게 전세금을 끼고 증여를 해, 절세 효과를 얻고자 하는 이들이 많아진 것이다.

특히 단독주택에 이어 오는 4월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대폭 인상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증여건수가 더욱 급증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25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주택 증여건수는 전년(8만9312건) 대비 25.2% 증가한 11만1863건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월별로 살펴보면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가 시행되기 직전인 지난해 3월(1만1799건)의 거래량이 가장 많았다.

서울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한 해 동안 2만4765건의 증여가 이뤄졌는데, 3월이 3602건으로 가장 활발하게 거래됐다. 그중에서도 소위 '부자 동네'로 불리는 강남구의 경우 2017년(1077건)에 비해 158.3% 증가한 2782건으로 집계됐다. 고가주택을 많이 소유한 사람의 증여가 많이 이뤄진 셈이다.

증여는 가파르게 늘어난 반면, 매매거래량은 크게 줄었다. 실제 지난해 전국 주택 매매건수는 85만6219건으로, 2017년(94만7104건)보다 9.5% 감소했으며, 서울은 같은 기간(18만7797건→17만1050건) 8.9% 줄었다.

업계에선 다주택자에 대한 부동산 세금 압박이 매매는 위축시키고, 증여를 가속화시키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미 '부담부증여'는 다주택자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전세보증금을 끼고 증여하면 전세금이라는 부채에 대해선 세금이 매겨지지 않아, 절세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는 것이다.

이를 테면 8억원의 주택을 자녀에게 증여할 때 4억원의 전세금을 낸 세입자가 있는 경우라면 8억원이 아닌 4억원에 대한 세금만 내면 된다. 2주택자라면 증여로 1주택자가 될 경우 종부세 적용에서도 유리하다.

전문가들은 공동주택 공시가격 인상이 예고된 올 4월 이전에 증여가 더욱 몰릴 것으로 보고 있다. 공시가격은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7가지 조세 항목에 활용되는 핵심 지표이기 때문에 증여를 고려하는 이들이 많아질 수 있다는 얘기다. 

양지영 R&C연구소 소장은 "공시가 상승으로 부담이 커진 다주택자들로 인해 증여가 많이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24일 발표된 표준 단독주택 공시가격 상승률이 다주택자들에 심리적인 압박을 가하고 있다는 점도 이 같은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전국 평균 공시가격은 지난해 5.51%에서 9.13% 올랐다. 서울은 17.75%의 상승률을 보였다.

국토교통부는 아파트 공시가격과 관련해 단독주택 상승률보다는 낮게 정해질 것으로 예측했으나, 지난해 크게 오른 집값을 감안했을 때 단독주택 못지 않은 상승률을 보이는 주택이 나올 공산이 크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증여건수가 늘고 있는 것은 양도세 중과 등 다주택자 규제 강화에 따라 이를 회피하기 위한 가족 간 증여가 늘었기 때문"이라며 "증여 거래 증가는 부의 대물림이 지속된다는 측면에서 부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 시장 안정 추세를 유지하기 위해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관점의 제도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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