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 '삼성' 브랜드 지우고 홀로서기 이룰까?
르노삼성, '삼성' 브랜드 지우고 홀로서기 이룰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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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국내 판매량 정체···향후 수입 모델 성패에 달려

[서울파이낸스 전수영 기자] 오는 2020년이면 르노의 삼성 브랜드 사용 계약이 종료된다.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다면 10년간 재사용에 대한 계약을 이어가면 되지만 업계에선 르노가 삼성과 결별할 가능성을 놓고 다양한 예상을 내놓고 있다. 르노가 삼성 브랜드를 사용하지 않을 경우 국내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 전경 (사진=르노삼성자동차)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 전경 (사진=르노삼성자동차)

◇20년 동행했지만 삼성과 결별 수순 밟는 르노

지난 2000년 르노삼성자동차가 출범하며 르노는 삼성 브랜드 사용료(로열티)로 국내 매출액의 0.8%를 주기로 계약했다. 지난해 로열티로 지급한 금액이 426억원을 감안하면 그동안 르노가 삼성에 지급한 금액은 1조원 내외로 추산된다.

국내외에서 삼성의 소비자 신뢰가 두터운 것을 생각하면 단독으로 국내에 상륙하기 위한 비용 대비 이익이 남는 장사라는 것이 업계 대부분의 시각이다. 이 때문에 아직까지 브랜드 사용 기간이 2년이 남은 상황에서 르노의 고민은 커질 수밖에 없다.

그동안 르노삼성은 르노 엠블럼을 단 자동차를 국내에 들여오지 않았다. 프랑스 본사에서 수입해 국내에서 판매하고 있는 QM3에도 르노의 '로장쥬' 엠블럼이 아닌 르노삼성의 다이아몬드 엠블럼을 부착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르노로부터 수입하는 모델에 과감하게 르노 엠블럼 사용하고 있다.

지난해 수입해 판매에 돌입한 전기자동차 트위지(TWIZY)는 르노의 로장쥬 엠블럼이 그대로 새겨져 있다. 아직까지 전기차 시장이 본격적인 확대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트위지의 르노 엠블럼 사용은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던 것이 올해 4월 클리오(CLIO)가 한국에 상륙하며 르노삼성 엠블럼이 아닌 르노 엠블럼을 달았다. 클리오는 전기차인 트위지와 달리 유럽 시장에서 10년 이상 동급 판매 1위를 지켜온 베스트셀링카다. 이미 널리 알려진 브랜드로 소비자 검증을 마친 차량이기 때문에 클리오의 르노 엠블럼 사용은 르노 본사의 홀로서기 계획이 드러난 것으로 업계에서는 관측했다.

더욱이 9월에는 르노의 상용차 핵심 주력모델인 '마스터(Master)'가 르노 엠블럼을 달고 국내 시장에 출시되며 업계의 이 같은 관측에 무게가 실렸다.

르노삼성이 프랑스 르노로부터 수입해 판매하고 있는 '클리오(CLIO)' (사진=르노삼성자동차)
르노삼성이 프랑스 르노로부터 수입해 판매하고 있는 '클리오(CLIO)' (사진=르노삼성자동차)

◇ 바닥까지 추락한 위기···극복 못하면 고전 지속될 듯

업계에서는 르노가 삼성과 결별해 홀로서기에 성공하려면 국내에서 시장점유율을 높여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올해 10월 말 기준 르노삼성은 국내 시장에서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쌍용자동차에 이어 4위를 달리고 있다. 한국지엠에 앞서긴 했지만 그 전에는 한국지엠에 뒤쳐져 국내 시장 꼴찌에 한동안 머물렀다.

특히 쌍용차가 티볼리와 렉스턴 브랜드로 5위에서 3위로 치고 올라오는 사이 르노삼성이 내놓은 신차들은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야심차게 르노 엠블럼을 달고 출시한 클리오도 신차 효과가 크지 않았다.

국내 시장에 본격 출시된 5월 클리오의 국내 판매량은 756대에 그쳤고 △6월 549대 △7월 351대 △8월 360대 △9월 304대 △10월 681대가 팔렸다. 신차 효과라 할 수 있는 5~6월을 제외하고 3개월 연속 300여 대 수준에 머물다가 10월에 681대가 판매됐다. 이마저도 코리아세일페스타 영향으로 10월 초에 판매량이 늘었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픽업트럭의 불모지인 국내 시장에서 쌍용차의 렉스턴 스포츠 신차가 출시 첫 달인 1월에 2617대, 2월 2640대 팔린 것과 대조를 이룬다. 더욱이 R&D 신설법인 문제로 노사가 갈등을 겪고 있는 한국지엠 내분이 봉합될 경우 그나마 되찾은 4위 자리도 다시 내줄 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르노는 지난 23일 대구광역시에 '르노그룹 차량시험센터'를 개소하며 한국을 아시아 태평양 R&D 허브의 역할을 할 것이라며 승부수를 띄웠다.

르노삼성이 향후 수입할 르노 차량의 성패가 결국 한국 시장에서 르노가 홀로서기를 할 수 있을지 아니면 삼성과의 관계를 유지할 것인지에 중요한 기준이 될 것으로 보여 차기 수입 차량 모델과 실적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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