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훈풍'에 건설업계, 대북사업 준비 '잰걸음'
'남북 훈풍'에 건설업계, 대북사업 준비 '잰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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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건설사 남북경협 TF팀 신설 등 대응책 마련
문재인 대통령 내외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내외가 20일 오전 백두산 정상인 장군봉에 올라 천지를 바라보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 내외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내외가 20일 오전 백두산 정상인 장군봉에 올라 천지를 바라보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나민수 기자] 평양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되면서 남북 경제협력 사업이 구체화 될 것이란 기대감이 높다. 남북은 이미 4·27 정상회담 때 합의한 판문점 선언을 통해 경의선과 동해선 등 철도와 개성∼평양 고속도로 등 도로를 연결하고 현대화하는 데 합의하고 후속 조치를 추진해 왔다. 

이에 국내 건설업계도 도로와 철도 등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수요가 늘어날 것을 전망하며 관련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두 남북 정상은 지난 18일에서 20일까지 평양에서 열린 이번 3차 남북정상회담에서 핵무기·핵위협 없는 한반도와 군사적 적대관계 종식,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정상화, 올해 안 김 위원장 서울 방문 등 한반도를 핵무기와 핵 위협이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기 위한 세부 실천방안에 합의했다.

이처럼 한반도의 평화 분위기가 감돌면서 남북 경제협력 사업이 구체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4대 그룹을 포함한 재계 인사들은 물론 공식수행원 명단에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오영식 한국철도공사 사장도 포함돼 남북 철도에 대한 실무적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관련 국토부는 동해선 남측 구간에 대해서는 올해 중 연결 공사에 착수하기로 하고 총사업비 2조3490억원을 책정했으며 경의선 고속도로 남측 구간인 문산∼개성(11.8㎞) 구간도 연내 연결 공사를 벌이기로 했고 총사업비는 5179억원으로 추산됐다.

건설업계는 남북 경협이 본격화하면 가장 먼저 토목·전력 등 SOC 시장부터 열릴 것으로 보고 있다. 대형 건설사들은 현재 국내외 수주 감소, 부동산경기 침체 등 악재에 직면한 상황인 만큼 북한 건설시장 선점을 위해 지난 4월 첫 정상회담 이후 남북 경협 태스크포스(TF)를 만드는 등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대우건설이다. 대우건설은 남북경협 사업에 대비하기 위해 전략기획본부 내에 별도의 '북방사업지원팀'을 신설했다. 10명 안팎으로 구성된 이 팀은 북한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향후 구체적인 사업 진행시 대관 등의 업무를 맡게 된다. 

GS건설도 최근 대북 TF를 조직하고 경협 참여 준비에 나섰다. 인프라, 전력 두 사업부로 나눠 진행되며 10여명을 발탁해 TF를 조직하고 임원급 TF팀장 주도로 유망사업과 사업참여 등 관련 정보를 수집 중이다. 

대림산업은 내부적으로 대북 경협 TF를 신설하고 인력배치에 들어갔으며 삼성물산은 남북경협 TF를 최근 구성하며, 임원 1명과 간부급 인원 3명 등 총 4명을 투입했다. 이밖에도 포스코건설, 금호산업 등도 남북 경협 관련 TF팀을 꾸렸다.

업계에서 유일하게 남북경협사업을 수행해본 현대건설은 아직까지 적극적인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다만, 현대건설에는 대북사업에 경험이 있는 인력이 80∼90명에 달하고, 부장급 인력만 40∼50명에 달할 정도로 충분한 인프라를 갖추고 있어 즉각적인 대응이 가능한 상태다.

이와 관련 박동욱 현대건설 사장은 "현대건설은 대북사업에 가장 경험이 많고 노하우 인력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며 "남북 경협이 본격화될 것에 대비해 내부적으로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에서는 남북경협이 재개되면 현재 국내외 수주 감소, 부동산경기 침체 등 악재로 시름하고 있는 건설사들의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떠오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남북경협은 근본적으로 자금처에 상관없이 건설에 수혜"라면서 "발주처가 남한 기업이나 공기업으로 안정적이고, 조성된 토지를 분양받는 민간기업이라면 원가 이하의 분양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장기적으로 개성공단 잔여 부지 1900만평(약 6300만㎡), 신의주 2500만평(8265만㎡), 황금평 350만평(1160만㎡), 나선특구 1억4000만평(4억6281㎡) 등이 개성공단 방식과 유사한 형태로 개발되면서 국내 건설사가 큰 수혜를 입을 것 예상됐다. 과거 100만평(3310㎡) 규모의 개성공단 시범사업에는 1조원이 투자됐는데 현재 시세를 고려하면 100만평당 약 2조원에서 2조5000억원이 투자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다만, 일각에서는 아직 확실한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 만큼 성급하게 움직여서는 안된다는 경계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최근 남북경협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며 일부에서 다소 성급하게 접근하는 경향이 있다"며 "기대를 현실로 만들려는 방향성에는 동의하지만 충분한 정보와 판단 없이 경쟁적으로 플레이하는 것이 옳은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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