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항 칼럼] 위기관리 '방법' 
[김진항 칼럼] 위기관리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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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항 안전모니터봉사단중앙회 회장(전 행정안전부 재난안전실장·예비역 육군소장)
김진항 안전모니터봉사단중앙회 회장(전 행정안전부 재난안전실장·예비역 육군소장)

위기관리 목적은 유기체의 핵심 가치 보존이다. 모든 위기엔 각기 다른 이해 관계자가 있다.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 위기가 발생할 경우 당사자는 물론 적대적 관련자, 피해자, 우호적 관련자, 중립적 관련자가 있기 마련이다. 이 모든 관련자들은 이해관계가 각기 다르기 때문에 차별화된 대응이 필요하다.  

어떤 사고가 터지면 누구에겐 심각한 위기지만 다른 이에겐 기회가 된다.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사태 같은 국가적 경제위기는 서민들에게 핵심 가치인 생존이 걸린 문제였다. 하지만 부유층에게는 그저 수입이 조금 줄어들 뿐이다. 이처럼 각자가 처한 입장에 따라 그 위기의 정도가 다르다. 

고전적 의미의 국가위기 상황에서도 조직 차원에서 감지하는 위기 정도는 차이가 있다. 예컨대 북한의 핵실험에 대해 청와대와 여당이 느끼는 위기 정도는 다르다. 야당 입장에선 그 차이가 더 클 것이다. 정치단체와 경제단체가 느끼는 위기 정도 역시 같을 수 없다. 

이처럼 같은 사고 또는 사건이라도 주체에 따라 위기 감도가 다르다. 어느 유기체에 어떤 형태로 위기가 발전될 것인가 예측·판단하는 게 중요한 이유다. 

관심의 대상은 핵심 가치다. 어떤 사고가 발생해 동일한 영향이 미치더라도, 그 영향은 각자 입장에서 중시하는 가치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누구에게는 단순한 금전적 문제지만, 다른 누구에겐 더 심각한 평판에 피해를 입힐 수 있다. 

가장 심각한 위기는 전쟁발발이다. 이보다 약한 형태는 기업에서 벌어지는  노조의 파업이나 태업을 꼽을 수 있다. 위기관리 목적은 위협을 제거하는 것이다. 부정적 상태를 방지하기 위해 위협 상대와 관계가 중요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위기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려면 보통 3단계 과정을 거친다. 1단계는 도전에 대한 저항이다. 위협을 가하는 주체를 상대로 저항하지 않으면 이익이 현저하게 침해된다. 게다가 저항이 적절하지 못하면 반복적으로 위협을 가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도전에 대한 저항은 필연적으로 가해자와 피해자 간 심각한 갈등이 생긴다는 점을 받아들여야 한다. 

2단계는 도전에 대한 저항의 결과로 나타난다. 갈등관리는 협상과 대결이란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협상은 갈등 관계 당사자들이 윈·윈(Win·Win) 하는 방식이다. 기본적으로 '가치 분할'이 가능한 경우다. 양자가 협상 과정에서 만족할 만한 수준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거나 추구하는 가치를 상향 조정해 합의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협상이 성공하지 못하면 대결 양상으로 바뀐다. 다만, 이 단 대결은 모든 가치를 거는 게 아니라 제한적이다. 

3단계는 갈등관리 실패 결과 나타나는 절대적 대결인데, 국지전과 전면전으로 나뉜다. 국지전으로 비화하면 국내외에서 정치적 영향력이 작동하며, 위기 관련 당사자들이 적정한 선에서 타협을 모색하게 된다. 그러나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절대적 가치가 훼손되는 상황에선 전면전으로 돌입해 일방이 승리할 때까지 싸운다. 

더 큰 차원에서 고려하면 적극적 위기관리로 볼 수 있다. 위기 잠재성을 제거하고, 전화위복 계기로 활용한 경우다. 3차 중동전 당시 이스라엘은 이집트를 먼저 공격해, 6일 만에 전쟁을 끝냈다. 이스라엘의 입장에서 1·2 단계를 감지하지 못했지만, 전략적 분석 결과 이집트의 위협을 제거하는 최선의 방법으로 선제공격을 선택한 것이다. 

위기관리 과정에서 대응력과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우호 세력들로부터 지원획득, 내부자 단합 등이 매우 중요하다. 그 핵심은 홍보 활동과 언론 대책이다. 

위기관리의 기본 목표는 위험 최소화다. 자연재난을 비롯한 각종 사고는 부적절한 관리 탓에 위기로 발전한다. 특히 피해자에 대한 적절한 관리가 되지 않으면 적대적 관련자로 변할 수 있다. 피해자 보상관리가 핵심인 셈이다. 중립적 관련자들을 우호적 세력으로 유도하며 여론 동향을 관리하는 것 역시 매우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여론은 위기관리 주체의 도덕성과 진정성을 잣대로 평가한다. 위기가 악화되지 않도록 힘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위기관리 주체는 '필사즉생' 전략으로 '58, 82, 100' 법칙을 적용해야 한다. 즉, 실제보다 조금 오버(58)해서 가급적 빨리(82) 100 % 진정성을 가지고 사과하는 것이 좋다. 

자기보호 본능 뒤에 숨고, 대리인을 내세워 법적 정당성만을 따지다가 더 큰 위기에 봉착한다. 경마우나오션리조트 붕괴 사고 때 코오롱과  땅콩 회항 사건 때 대한항공의 위기관리 능력은 극명한 대조를 보였다. 마우나오션리조트 붕괴 사건은 이웅렬 회장의 대응에 찬사를 보낸 반면, 땅콩 회항 사건은 꼬리를 물로 이어지는 한진그룹 오너 일가 스캔들로 얼룩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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