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항 칼럼] 위기관리 '원칙'
[김진항 칼럼] 위기관리 '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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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항 안전모니터봉사단중앙회 회장(전 행정안전부 재난안전실장·예비역 육군소장)
김진항 안전모니터봉사단중앙회 회장(전 행정안전부 재난안전실장·예비역 육군소장)

'위기'처럼 어려운 문제를 푸는 첫걸음은 벌어진 사실을 정직하게 인정하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구체적이고 보편적인 원칙을 찾아보는 게 위기관리 이해와 실천에 큰 도움이 된다. 

포괄적 안보 상황에서는 위협과 위험에 대한 관리를 모두 포함해 위기관리 원칙을 고찰해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러나 지금까지 위기관리 연구는 국가에 대한 것이 대부분이고, 다른 영역은 크게 부족한 현실이다. 다시 말해 포괄적 안보 상황에서 위기관리는 위협관리와 위험관리를 망라한다. 하지만 국가위기관리 원칙은 오로지 위협관리만 다룰 뿐이다. 그럼에도 국가위기관리 영역에서 연구된 원칙은 다른 영역에도 쓸모가 있다. 따라서 국가위기관리 영역인 위협관리 원칙을 살펴보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국가 위기는 전시 개념인 동시에 평시 개념이다. 군사적 대응논리와 비군사적 대응논리 모두 요구된다. 대내외적이고 총체적인 상황 전개도 필요하므로 유사시에 대비한 안보체제와 정책전략을 체계적으로 갖춰야 한다. 위기의 본질적인 특징은 사태 진전이 불확실하다는 점이다. 모든 위기에 적용될 수 있는 효과적이고 구체적인 위기관리 원칙은 있을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학자들이 일반적으로 합의한 원칙을 다음과 같이 제시할 수 있다.

첫째, 상황 규정과 대응 방안 판단에 관해 가능한 여러 가지 견해를 접하고 많은 토론을 유도하는 게 필요하다. 위기가 생기면 다양한 논의를 거쳐 서로 다른 견해를 고려하되, 시기를 놓치지 말고 신속·정확하게 최종 결정을 내려야 한다. 쿠바 미사일 위기 당시 케네디 미국 대통령이 참모들 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것이 좋은 사례다. 케네디는 참모들의 자유로운 토론을 유도하고, 다양한 의견을 모았다. 

둘째, 결정된 정책을 집행할 때 시행착오나 오류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통제하는 것이다. 위기란 고도의 긴장이 연속되는 상황이다. 일사불란하고 효율적인 정책 집행이나 단합된 힘의 과시가 필요한 이유다. 정책결정자는 평소보다 훨씬 강한 통제력을 발휘해야 한다. 극한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임무 중심 리더십이 중요하다. 일단 선택된 대안에 대해 강한 통제력이 요구된다. 

셋째, 정책결정자는 분명하면서 제한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제시해야 한다. 위기대책 방안을 고려하기 전에 분명하고 제한된 목표를 설정할 필요가 있다. 분명한 목표는 구성원들의 노력이 한 방향으로 집중되는 구실을 한다. 특히 긴박한 상황에서 위기관리에 참여하는 구성원들이 혼란을 겪지 않도록 분명한 목표를 견지하는 게 중요하다.

넷째, 정책결정자는 가능한 유연하고 점진적인 선택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겉으론 강력하고 완강한 결의를 견지하는 듯 보이면서도, 실제 협상에선 유연성 유지가 필요한 것이다. 위기관리 상황은 변화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경직된 사고를 바탕으로 정책을 결정한다면, 적절하게 대응할 수 없다.

다섯째, 가능한 여유를 가지고 주어진 시간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졸속으로 잘못된 응급조치를 하면, 오히려 하지 않은 것만도 못한 결과를 초래하기 십상이다. 위기는 급박하게 전개되기 때문에 빠른 대응이 필요하다. 그러나 부실한 대응을 막기 위해 상대적 여유를 가지라는 의미다.

여섯째, 상대방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고 상대방 관점과 입장을 고려해야 한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문제나 사태를 이해하려 노력하고, 자신이 취할 행동에 대해서도 상대방이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일 것인가 생각할 필요가 있다. 위기관리는 상대가 있으므로 상대 의도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정확한 의사 전달과 함께 절차상 오해 방지에 유의해야 한다. 메시지는 되도록 분명하고 정확한 게 좋다. 어떤 신호가 중요한 것인지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정확한 의사 전달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 밖에도 상대방의 영향권이나 고유 이익 인정, 위험한 전술과 행위 회피, 유사한 위기 사례에 대한 깊은 관심, 국제법의 중요성 인식, 위기 형태에 적합한 정책 수립, 미래 지향적인 결정 등이 위기관리 원칙으로 꼽힌다. 

자연재난을 비롯한 각종 사고는 관리 부실로 인해 위기로 발전한다. 대표적 사례가 세월호 참사다. 해상교통사고로 끝날 문제가 관리 부실 때문에 국가적 위기로 변했다. 게다가 아직도 마무리되지 못했다. '현재진행형'이다. 위기관리는 위험 최소화가 기본 목표다. 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피해자에 대한 합리적 보상뿐 아니라 여론 동향 관리도 중요하다. 

자연재난이나 대형사고 탓에 생긴 위기는 우호적·중립적·적대적 세력에 대한 관리에 관심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초기 위험관리 부실로 위기가 증폭되거나 변이되지 않도록 소통과 홍보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위협관리도 마찬가지다. 국내법이 적용되는 인질사태나 노사문제로 인한 위기는 적대적·우호적·중립적 세력에 관심을 집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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