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우리은행 지주전환 본격화…출자 한도 늘려 '공격 앞으로'
[초점] 우리은행 지주전환 본격화…출자 한도 늘려 '공격 앞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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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운용·캐피탈 등 비은행 계열사 인수전 뛰어들 것"
지주전환까지 6개월 이상 소요…늦어도 8월 신청 전망
우리은행 본점 (사진=우리은행)
우리은행 본점 (사진=우리은행)

[서울파이낸스 박시형 기자] 우리은행이 내년 초 금융지주 전환을 목표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선다.

우리은행은 21일 공시를 통해 "경영효율성 제고와 사업다각화를 위해 검토한 결과 경쟁력 확보를 위해 지주체제 전환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내년초 출범을 목표로 지주회사 설립을 추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채용비리 사건으로 인해 중단됐던 지주 전환 작업을 공식적으로 재개한 것이다.

앞서 우리은행은 지난해 1월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이 지주전환을 밝혔지만 채용비리 문제로 은행장이 사임하면서 사실상 중단됐었다.

그러다 최근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우리은행 지주사 전환 및 잔여지분 매각'안건을 상정하면서 다시 불을 지폈다.

다른 금융그룹이 은행을 필두로, 증권, 보험, 카드, 캐피탈, 자산운용 등 다양한 업권을 영위하면서 시너지효과를 내는 것과 크게 대비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KB금융·신한·하나·농협 등 금융지주사들은 설립 이후 최고수준의 실적을 기록했다. 특히 KB금융은 KB증권(구 현대증권)과 KB손해보험(구 LIG손해보험) 인수를 통해 9년만에 업계 1위를 탈환했다.

우리은행도 1조5000억원 규모의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지만 7개 자회사 중 실질적으로 수익을 내는 곳이 우리카드(1012억원)와 우리종합금융(200억원)에 그치는 등 은행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고 비은행 금융사를 인수할 여력이 충분한 것도 아니다. 우리은행은 은행법을 적용받기 때문에 자기자본의 20% 이상 출자할 수 없다. 이를 토대로 계산해보면 우리은행의 출자한도는 4조5000억원 수준으로 이미 출자한 금액을 제외하면 6800억원 정도를 쓸 수 있다.

KB금융지주가 현대증권을 인수하는데 1조원 이상을 들였고, 최근 거론되는 ING생명의 인수가가 2조원을 넘나드는 것을 고려하면 은행 형태에서 금융사를 인수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런데 지주로 전환할 경우 출자 한도는 금융당국의 이중레버리지비율(종속회사 투자지분 대비 자기자본비율) 130%까지 늘어나 4조원 후반대의 금액을 출자금액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업계에서는 이를 통해 증권사나 보험사 등 비은행 계열사를 인수전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당장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자산운용, 캐피탈, 부동산신탁 등 작은 규모의 시장부터 공략해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김도하 SK증권 연구원은 "우리은행은 자산운용사, 신탁사 등을 인수할 가능성이 높다"며 "보험사보다 상대적으로 인수부담이 높지 않으면서 성장성 및 수익성이 높은 업종이르모 점진적 ROE 제고에 기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일부 보험사들이 매물로 나오기는 했지만 자본확충 이슈가 바로 앞에 있어 당장 인수에 뛰어들기는 어렵고, 증권사도 시너지를 낼만한 매물이 없는 상황"이라며 "지주 전환을 하더라도 일단은 내실있는 경영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의 금융지주 전환 신청은 늦어도 8월 이전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승인과 금융위원회의 예비인가, 본인가, 주주총회, 재상장 등 6~7개월 가량 걸리는 데 내년 3월 정기주주총회 안건으로 상정하기 위해서는 8월에는 금융위원회에 인가신청을 해야 한다.

최근 금융위원회가 삼성증권의 유령주식 배당사고,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했다는 걸 고려하면 좀더 일찍 신청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우리은행은 금융지주 설립 인가를 신청한 적 있어서 하반기 신청하더라도 연내 인가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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