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항 칼럼] 위기발생 원인-변화에 대한 부적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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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항 안전모니터봉사단중앙회 회장(전 행정안전부 재난안전실장·예비역 육군소장)
김진항 안전모니터봉사단중앙회 회장(전 행정안전부 재난안전실장·예비역 육군소장)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만물(萬物)은 변한다"고 했다. 만약 세상이 변하지 않는다면, 미래를 예측하는 문제 자체가 있을 수 없다. 모든 것이 항상 그대로라면 미래는 오늘과 같을 것이기 때문이다. 변화하는 세상에서 미래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에 대한 예측이 미흡해 판단을 그르치면 위기가 발생한다. 

위기는 예기치 않은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나타난다. 그 대응에 긴박성(緊迫性)이 요구되는 이유다. 뒤집어 보면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을 예상한다면 위기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미래 변화에 대한 적응을 하지 못한 결과가 위기로 나타나는 것이다. 

날씨가 추워졌는데 겨울옷을 미리 준비하지 않았다면 독감에 걸려 고생할 가능성이 크다. 노인이라면 독감이 폐렴으로 발전해 생명의 위기를 겪을 수도 있다. 이처럼 위기는 조짐을 미리 파악해 대응하지 못한 탓에 발생한다. 

세상은 일정한 법칙과 원리에 의해 움직인다. 모든 것은 변하는데 변하지 않을 것으로 여기고 변화에 대응하지 않는다면 위기에 빠지기 십상이다. 세상의 모든 것은 무슨 일이 일어나기 전에 반드시 조짐이나 징조를 보인다. 하지만 나태하거나 무관심한 사람들은 그 변화 조짐을 알아채지 못하거나 무시한다. 

세상만사는 봄·여름·가을·겨울의 변화 같은 라이프 사이클(Life Cycle·수명주기)을 가진다. 다시 말해 태어나 자라고, 열매 맺어 갈무리하는 과정을 거치기 마련이다. 

라이프 사이클은 내부와 외부로 나뉜다. 두 라이프 사이클 간 조화 여부가 위기여부를 결정한다. 이 원리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무시하면 안 된다. 변화 조짐을 알아차리지 못하다가 누적된 변화가 어느 날 한꺼번에 나타날 때 위기로 바뀐다.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면 위기에 빠진다. 

과거 사진용 필름의 대명사로 통했던 코닥은 정보기술(IT) 산업 변화에 둔감한 결과 2012년 1월에 법정관리에 해당되는 파산보호 선고를 했다. 반면 후지필름은 필름 제조 과정에서 쌓아온 화학기술을 활용해 화장품과 의료기기를 개발한 덕분에 현재도 건재하다. 

시대의 변화에 따른 두 회사의 차이는 극명하다. 기가 막힌 것은 코닥이 세계에서 가장 먼저 디지털 카메라를 개발했다는 점이다.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었지만 변화에 둔감해 참담한 꼴을 당한 셈이다.  

한국의 모 국적 항공사가 대주주 일가의 '갑질' 횡포로 존립 위기에 빠졌다. 세상이 변했다는 사실을 모르고 구시대적 사고방식으로 처신한 결과다.  

세상의 변화를 따라 잡으려면 크게는 우주의 라이프 사이클로부터 우리 주변을 감싸고 있는 모든 것들의 라이프 사이클을 간파해야 한다. 가장 쉽게 알 수 있는 라이프 사이클은 하루의 변화와 계절의 변화에 따른 인간의 삶이다. 유행이나 문명발전에 의한 패러다임 변화 등도 라이프 사이클이 있다. 

우주의 라이프 사이클에 대해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11세기 중국의 학자 소강절은 우주의 1년을 12만9600년이라고 했다. 즉, 12만9600년을 한 주기로 우주의 봄·여름·가을·겨울이 있다는 것이다. 지금은 우주의 여름이 지나 가을로 넘어가는 시기라고 한다. 봄과 여름은 양의 기운이 넘치는 계절이고 가을과 겨울은 음의 기운이 넘치는 계절이므로 지금은 양의 기운에서 음의 기운으로 넘어가는 시기다. 

여성들의 지위가 향상됐다. 세계 여러 나라 지도자가 여성이다. 가정에서도 남녀 역할이 바뀌었다. 여성들의 활동반경이 넓어진 것은 음의 기운 영향으로 여겨진다. 사업가들도 이제 여성 중심으로 활동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른다.  
 
이러한 변화는 외적인 변화에 대응하는 것이다. 마치 나무가 계절에 따라 변하듯이 말이다. 사업가는 취급하는 제품의 라이프 사이클과 외부 라이프 사이클 간 상호관계를 잘 파악하고 대처해야 한다. 사업의 라이프 사이클이 사양길에 접어들면 과감히 버리고 새로운 라이프 사이클을 만들어야 한다. 이는 마치 근교 농업에서 하나의 생산물이 끝날 즈음 다음 생산물을 수확할 수 있도록 파종하는 것과 같다. 세계 굴지의 기업들은 세상의 변화를 읽고 그에 적절한 새 라이프 사이클을 만들었기 때문에 장수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의 삼성, 미국의 P&G 같은 회사가 좋은 모델이다.

라이프 사이클을 간파하는 게 리더의 역할이다. 계절의 변화처럼 쉽게 알아차릴 수 있으면 문제가 없지만, 그 외의 세상만사는 라이프 사이클이 내재하고 있기 때문에 간파하기 쉽지 않다. 혜안과 통찰력을 가진 전략적 사고를 가져야 세상의 변화를 읽을 수 있다. 리더는 세상 변화를 읽을 수 있는 능력 향상에 매진해야 한다. 그것이 안 되면 그 방면에 유능한 참모라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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