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銀 컨설팅, 도덕적 해이 '극치'
시중銀 컨설팅, 도덕적 해이 '극치'
  • 서울금융신문사
  • 승인 2003.07.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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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차 컨설팅', 비리의혹 등 비판 여론
추정치로만 떠돌던 시중은행들의 외국계 컨설팅사 용역비가 30일 상세히 공개됐다. 국내 은행들 중에서는 국민·제일·우리은행이 외국계 컨설팅사의 수익에 가장 큰 기여(?)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민은행이 맥킨지를 먹여 살린다는 은행권의 입소문답게 맥킨지는 지난 4년여 동안 국내 은행들로부터 총 784억원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은행이 500억원, 우리은행이 237억원, 하나은행이 47억원을 맥킨지에 용역비로 지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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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인 앤 컴퍼니(Bain & Company)사가 199억원, 딜로이트(Deloitte)사가 165억원을 벌어들여 각각 2, 3위를 차지했다. 특히 외국인을 수장으로 두고 있는 제일은행의 경우, 무려 25곳의 외국계 컨설팅사에 용역을 맡겨 총 558억원을 지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 동안 금융권에서는 시중은행들이 외국계 컨설팅사에 과도하게 용역을 맡기는 것에 대해 여러 가지 비판론이 있어 왔다. 비판의 핵심은 컨설팅에 거품이 많이 끼어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

일부 컨설팅 회사의 경우 여러 개 은행들에 교차 컨설팅을 시행하면서 내용은 대동소이하게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맥킨지가 국민·우리·하나은행에, 보스턴컨설팅그룹이 조흥·외환·신한은행에 경영자문을 했으며, 아더앤더슨도 국민·우리·조흥은행에 비슷한 내용으로 중복 경영자문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선진금융기법을 도입한다는 명분으로 대부분 천편일률적인 내용의 외국사례를 국내 은행들에 중복 소개해 왔다며 국내 현실이나 은행별 특성에 맞는 컨설팅은 부족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른 한 관계자도 컨설팅 범위를 명확히 해 비교적 효과를 본 신한지주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방만하게 컨설팅 비용을 지출해 왔다며 임원들이 경영상 명분을 얻기 위해 은행 내부 직원들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내용들을 비싼 비용을 들여 컨설팅을 실시했다고 비판했다.

국내 특성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은 컨설팅으로 몇몇 시중은행들은 경영 혼선도 극심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우리은행과 조흥은행 등은 컨설팅 결과에 따라 개인부문, 기업부문간 분리·통합을 반복하는 등 영업구조를 짜는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사업부제 실시의 효율성에 대해서도 설왕설래 말이 많았으나 일단은 실험이 진행중인 상태다.

그러나 막대한 비용에도 불구, 컨설팅 효과를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견해가 중론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某 은행의 경우 외국계 컨설팅 결과를 바탕으로 거의 3천억원에 달하는 BPR(business process reengineering) 비용을 쏟아 부었는데 만약 국내 여건에 맞지 않다는 결론에 도달할 경우 책임은 누가 지느냐고 반문했다. 은행 내부 직원들조차 성공 여부를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라는 것.

또한, 일각에서는 컨설팅 수주 과정에서 일어나는 각종 비리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컨설팅 브로커가 어떤 곳, 어떤 사람들과 밀착돼 있는 지는 명확히 알려진 바 없지만 컨설팅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뒷거래 가능성은 은행권의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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