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비틀즈를 아는가?' - SK증권 금융상품기획팀 권경수 팀장
'당신이 비틀즈를 아는가?' - SK증권 금융상품기획팀 권경수 팀장
  • 임상연
  • 승인 2003.06.2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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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무언가를 좋아하는 사람 또는 무언가를 갈구(渴求)하는 사람.”

SK증권 금융상품기획팀 권경수 팀장(47·사진)은 후자에 속하는 부류다. 특히 비틀즈(Beatles)를 놓고 보자면 그는 ‘광적’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닌다. 그는 비틀즈 마니아, 오다꾸다.

“비틀즈 싫어하는 사람이 있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비틀즈 전도사’로 불려도 손색이 없는 그의 사랑은 분명 남들과 다른 점이 있다.

누구나 그랬을 것처럼 그의 비틀즈에 대한 사랑은 대학시절 때부터 시작됐다. 하지만 그가 경박하면서도 진지했던 비틀즈의 시대에 빠져들기 시작한 것은 ‘그냥 좋아서’라기 보다 뚜렷한 목적의식을 가졌기 때문이다. 그건 바로 ‘투자’수단이다.

“미국 유학시절에 모든 투자수단 중 가장 높은 수익률을 제시하는 것이 바로 콜렉터(수집)임을 알았습니다. 비틀즈를 좋아하기는 했지만 본격적인 수집에 들어간 것도 투자수단으로 유효하다는 것을 알고부터였습니다”라고 권 팀장은 회고했다. 증권맨의 일면를 풍기는 대목이다.

그러나 사랑이 깊어지면 뚜렷한 목적의식은 사라지는 법이다. 그는 이미 비틀즈와 지독한 사랑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수집한 앨범의 영구보존(?)을 위해 첫 아이의 태교를 비틀즈의 노래로 했을 정도다. 자식도 비틀즈를 좋아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수집한 앨범이 영생할 수 있다는 무서운(?) 목적에서다. 사랑에 빠진 아버지는 무섭다.

그는 현재 5천여장의 LP 싱글 CD DVD등을 보유하고 있다. 이중 비틀즈 앨범은 500여장 정도. 여기에는 세계적으로 절판됐거나 국적별 희귀본들도 다수가 포함돼 있다. 직접 미국에서 열리는 레코드 페어(Record Fair : 길거리 음반 장터)를 전전하며 사들인 것도 있고 국내에서 인터넷을 통해 세계 각지의 비틀즈 딜러들로부터 사들인 것도 있다. 지금도 그는 비틀즈를 위해 시간을 내고 시간만 나면 비틀즈를 찾아 인터넷 서핑을 즐긴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앨범에 투자한 돈만도 1억여원에 가까울 것입니다. 집안 사람이 싫어했던 것은 당연하죠. 가끔 월급이상을 앨범 사는데 쓰기도 하거든요. 하지만 이제는 취미생활로 인정해주고 있습니다”며 가사 고충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계면쩍게 웃으며 답했다.

비틀즈 노래중 그가 제일 좋아하는 노래는 ‘A Day in The Life’, 제일 좋아하는 맴버는 이 노래를 부른 조지 해리슨이다. 조지 해리슨은 지난 2001년 암으로 사망했지만 그에게는 500여장의 사진과 수천 단어로 구성된 음성으로 살아있다고 권 팀장은 말했다.

2006년 강화도에 ‘애플(비틀즈의 음반사)’이라는 비틀즈 까페를 차려 24시간 비틀즈 노래를 트는 것이 그의 마지막 소망이다. 또 더 늙기 전에 비틀즈의 고향, 영국의 리버플에서 1년 정도 체류하며 그들과 같이 호흡하는 것이 그의 꿈이다.

헤어나오지 못할 지독한 사랑에 빠진 그가 그 어느 날인가 비틀즈의 대명사로 돼 있는 것은 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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