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바르고 마시며 즐기는 인천공항 2터미널 면세점
[르포] 바르고 마시며 즐기는 인천공항 2터미널 면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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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출국장 전경. (사진=김태희 기자)

[서울파이낸스 김태희 기자] 공항은 더 이상 지루한 곳이 아니었다.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2터미널)을 이용하는 승객들에게 희소식이다. 롯데·신라·신세계면세점이 앞 다퉈 체험형 매장을 꾸몄다. 대충 돌아보는데도 1시간30분정도 걸렸다.

18일 개항한 인천공항 2터미널을 찾았다. 출국장에 들어서자 넓게 뻗은 쇼핑거리가 눈에 들어왔다. 창문에서 햇볕이 쏟아졌다.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밝았다. 고개를 들어보니 곡선형 천장이 공간을 부드럽게 휘감고 있었다.

인천공항 2터미널은 한글 자음 디귿 'ㄷ' 모양으로 설계돼 있다. 중심을 기준으로 동편과 서편이 같은 구조로 대칭을 이룬다. 어느 쪽을 이용하든 같은 시설을 이용하는 셈이다.

◇ 신라, 화장품·향수 매장…'체험' 콘텐츠 강화

먼저 호텔신라가 운영하는 신라면세점에 들렸다. 샤넬 매장에 들어서니 아이패드로 피부측정을 할 수 있었다. 자신의 피부 상태를 측정하고 어울리는 화장품을 고르면 된다. 반대편에 가상현실(VR) 기기가 눈에 띈다.

샤넬은 VR 기기를 통해 '블루 세럼'의 원료를 소개했다. VR 기기를 착용하자 코스타리카, 그리스, 사르디니아 등 원산지의 풍경이 펼쳐졌다. 샤넬 직원은 "숲속 한가운데 있거나 절벽에서 뛰어내리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친환경 재료를 선호하는 고객들에게 반응이 좋다"고 귀띔했다.

SK-Ⅱ 매장에도 피부측정기가 볼 수 있었다. 나이와 피부유형을 선택하고 사진을 찍으면 피부노화 단계별 맞춤형 화장품을 추천해줬다. 피부측정에 필요한 시간은 10분 정도였다.

SK-Ⅱ 직원은 "체험을 한 고객 중 절반 정도가 제품을 산다. 실제 구매율이 정말 높다"면서, "직원들도 단순하게 제품 설명에 그치는 게 아니라 피부측정 결과를 토대로 상담하며 소통하기 때문에 업무 만족도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랑콤 매장은 벽 전체를 미디어스크린으로 꾸며 화려하고 역동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콘텐츠 주제는 '해피 차이니스(Happy Chinese)'. 중국 춘절을 기념하는 내용이다. 랑콤은 사계절에 맞춰 영상을 주기적으로 바꿀 계획이다.

설화수 매장에 들어서니 한약 재료들이 눈에 들어왔다. 모두 화장품 원료다. 분위기는 서울 강남구 도산공원 설화수 플래그십 매장을 떠올리게 했다. 설화수는 차별화를 위해 신라면세점에서만 파는 제품을 선보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중국 시진핑 주석의 부인 펑리위안 여사에게 선물한 '진설 국빈 세트'다.

신라면세점 화장품·향수 메인 매장에 들어서니 가장 먼저 '디지털 뷰티 바'(Digital Beauty Bar)가 나타났다. 헤라의 색조화장품이 가득했는데, 한 손님이 다가와 "이거 전부 써 봐도 돼요?"라고 물었다. 직원의 대답은 "물론입니다"였다.

신라면세점 관계자는 "공항에서 여행을 떠나기 전에 인증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많다, 시간이 충분하다면 메이크업을 무료로 받고 기념사진도 남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향후 신라면세점은 메이크업 시연 예약 시스템을 검토할 계획이다.

▲ 신라면세점 화장품·향수 매장에서 한 고객이 '뷰티 미러'를 체험해 보고 있다. (사진=김태희 기자)

디지털 뷰티바 옆에 '뷰티 미러'(Beauty Mirror)가 있다. 거울을 보면서 자신에게 맞는 화장품을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주로 파운데이션을 통한 얼굴 색 바꾸기, 립스틱, 아이섀도, 아이라인 등을 적용할 수 있었다.

호텔신라는 2터미널 매장을 준비하면서 국내 백화점들의 고급 서비스를 분석했다. 2터미널 이용자의 상당수가 대한항공 승객이고 대부분이 내국인이기 때문이다.

서영선 신라면세점 인천공항점 부점장은 "1터미널은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이용하는 반면 2터미널은 내국인 비중이 상당히 높다. 내국인 수요가 높은 만큼 백화점 수준의 고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신라면세점만의 단독 상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각 브랜드와 손잡고 신제품 출시 장소로 활용해 트렌드를 이끌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 롯데, 주류·담배 매장…'단독' 상품 시음 기회

주로 술과 담배를 취급하는 롯데면세점은 상대적으로 남성들이 많았다. 특히 주류 매장 벽 전체가 미디어스크린으로 돼 있어 지나가는 승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중앙에는 '바'(Bar)가 마련돼 있었다. 디아지오는 조니워커 18년산과 조니워커 블랙에 진저에일 혹은 레몬탄산수를 섞은 칵테일을 고객들에게 무료로 제공하고 있었다. 조니워커 블랙(43달러)부터 블루(168달러)까지 컬러 라인업이 모두 갖춰져 있었다. 조니워커 에디션 중 가장 비싼 술은 4000달러였다.

조니워커 매장에 있던 전문 바텐더는 "하루 평균 시음 800잔 정도를 예상했다. 오픈 첫날 3시간 만에 280잔이 나갔는데, 외국인들은 스트레이트를 내국인들은 칵테일을 선호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헤네시 매장에서는 50만원 상당의 'XXO'를 시음해볼 수 있다. 기존 'XO' 원액 중 발전 가능한 것들만 찾아내 숙성시켜 만든 코냑으로 오직 롯데면세점 2터미널점에서만 구매할 수 있다. 알싸한 액체가 입안에 들어와 목구멍을 넘어가자마자 그 뒤로 달짝지근한 향이 식도를 타고 버섯구름처럼 다시 올라왔다. 코와 입천장 사이에서 향이 맴돌다가 깊은 호흡 2번 후에는 사라졌다.

헤네시는 롯데면세점 단독 상품으로 '에디션 파티큘리에'를 내놓았다. 해당 제품의 가격은 무려 2만7700달러로 한화 약 3000만원에 달한다. 지난해 전세계에서 60병이 출시됐으며 한국에서는 롯데면세점 인천공항 1터미널에 3병, 2터미널에 3병 등 총 6병이 입고돼 있다.

옆에는 궐련형 전자담배 아이코스 매장이 있었다. 면세점에서 찾기 힘들다는 '히츠 그린' 제품이 들어와 있었다. 아이코스 기계 블루도 재고가 있었다. 안쪽에는 아이코스와 히츠를 시연해볼 수 있는 흡연실이 마련돼 있었다. 직원들은 '아이코스 교육장'이라고 불렀다.

고객들이 히츠 1갑을 사면 아이코스 기계를 대여할 수 있었고 흡연실에서 자유롭게 시연해볼 수 있었다. 아이코스 기계가 10만원 상당인 만큼 자신에게 적합한지 미리 체험해보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체험 고객이 기존 흡연자인지, 비흡연자인지 확인하는 과정은 없었다. 또 아이코스 기기 청소 서비스는 준비돼 있지 않았다.

선글라스와 잡화 상품 매장 한쪽에는 라인프렌즈 매장이 있었다. 핸드폰 케이스는 물론 인형과 물통, 담요 등 다양한 상품이 전시돼 있었다.

▲ 인천공항 2터미널 신세계면세점의 라인프렌즈 매장. 고객이 'BT21' 캐릭터를 가리키고 있다. (사진=김태희 기자)

◇ 신세계, 패션·잡화 매장…'캐릭터' 상품 확충

마지막으로 패션·잡화를 취급하는 신세계면세점을 찾았다. 선글라스와 잡화 매장 한쪽에는 라인프렌즈 매장을 꾸몄다. 들어가 보니 핸드폰 케이스, 인형, 물통, 담요 등 캐릭터 상품이 즐비했다.
 
캐릭터 매장 중에서도 유독 사람들이 몰린 곳이 있었다. 글로벌 스타로 우뚝 선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캐릭터 'BT21' 상품 진열대였다. 벽에 걸린 대형 스크린에는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직접 7개의 캐릭터 제작 과정을 소개하는 영상이 나왔다. 해당 캐릭터는 230여개국에서 이모티콘으로 쓰이고 있다.

신세계면세점 직원은 "고객들은 부담 없이 캐릭터 매장에 들어와 상품을 둘러본다. 구매 의사도 중요하지만 일단 매장에 들어와 귀여운 상품들의 사진을 찍으며 시간을 보낸다"며 "카카오프렌즈 매장에는 내국인이, 라인프렌즈에는 외국인이 압도적으로 많다"고 귀띔했다.

한편 2터미널 편의 시설 가운데 1터미널과 차이점은 인도장과 안내데스크였다. 2층 인도장은 1터미널보다 훨씬 넓었다. 대기표를 뽑고 줄을 서야하는 것은 변함없지만 모든 면세점은 한 곳에 모여 있어 길을 헤매지 않아도 됐다.

각 면세점 근처 안내데스크는 터미널 중앙 한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롯데·신라·신세계·SM·엔타스면세점 안내데스크가 한 곳에 몰려 있어 미관상 깔끔해 보였다. 하지만 고객들이 경품 이벤트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영수증을 들고 나와 안내데스크까지 오래 걸어야 했다. 할인을 받기 위해 VIP 회원가입을 하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 식당 앞에 길게 늘어선 대기 줄. (사진=김태희 기자)

식당은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승객들의 체류시간을 늘린 면세점', '환승시간 동안 무료하지 않은 공항'을 선보이기 위해 인천공항공사가 공을 들였지만, 음식점은 턱없이 부족해 보였다. 평일 낮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식당마다 줄이 길게 늘어섰다.

출국장 면세구역뿐만 아니라 일반 구역 식당도 대기시간 15~30분은 기본이었다. 승객들은 먹고 싶은 음식을 고르기보다 '빨리 먹을 수 있는 곳'을 찾기 위해 식당 문을 두드리는 듯 보였다.

휴식공간은 1터미널보다 많았다. 어린이들을 위한 놀이시설도 눈에 띄었다. 특히 곳곳에 정원이 조성돼 있었다. 현대적인 디자인 속에 푸르른 녹색이 가득해 인상 깊었다. 공원 한가운데는 공연장이 마련됐다. 뽀로로 캐릭터를 활용한 어린이 놀이 공간에는 아이들이 충분히 뛰어놀 수 있었다.

▲ 인천공항 제2터미널에 마련된 어린이 놀이공간. (사진=김태희 기자)
▲ 인천공항 제2터미널의 면세품 인도장 모습. (사진=김태희 기자)
▲ 인천공항 제2터미널 출국장 안에 조성된 공원. 지나가던 승객이 스마트폰을 꺼내 공원의 모습을 찍고 있다. (사진=김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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