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복지 로드맵' 발표 이후] 당겨지는 '월세 시대'…전셋값 진정, 서민 부담 가중
['주거복지 로드맵' 발표 이후] 당겨지는 '월세 시대'…전셋값 진정, 서민 부담 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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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나민수 기자] 최근 전국 전세값이 8년9개월 만에 하락전환 하는 등 전세시장이 안정을 되찾고 있다. 지난해 박근혜 전 대통령이 "어차피 전세시장은 가는 거다. 누가 전세를 하겠냐?", "어차피 전세시대는 간다. 하나의 추억이 될 것이다"며 '전세 종말론'을 펼쳤던 것과 사뭇 다른 분위기다.

9일 KB국민은행의 주간 주택시장동향에 따르면 전국 전세값(4일 기준)은 전주보다 0.01% 하락했다. 이는 2009년 2월9일(-0.03%)이후 처음으로 하락한 지난주 이후 2주 연속 하락한 것이다. 서울 전세값은 전주보다 0.05% 올랐지만, 수도권은 보합(0.0%), 5대광역시(-0.02%), 나머지 지방(-0.02%) 하락했다.

이 같은 전세시장 안정세는 공급량 증가 때문이다. 부동산114 통계에 따르면 올해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은 37만9212가구로 지난해 29만2999가구보다 30% 늘었다. 내년 입주 물량은 44만2787가구로 올해(예정 물량 포함)보다도 증가한다. 이는 역대 최대였던 지난 1997년(43만1971가구)보다 2.5% 증가한 물량이다.

여기에 최근 1∼2년 새 급증한 '갭투자자(전세를 끼고 집을 사두는 투자수요)'들도 시장의 전세공급원 역할을 하고 있으며 정부의 잇단 부동산대책으로 실수요자들의 전세선호 현상이 늘고 있는 것도 하나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내년부터 다중 채무자에 대해 추가 대출을 옥죄는 신 총부채상환비율(DTI)과 다주택자들에 대한 양도세 중과 등 규제가 강화되면 시장의 전세나 매매 물량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전세시장이 안정화되고 있지만 문재인 정부는 월세시대 전환에 힘을 쏟는 모습이다. 실제로 정부는 지난달 29일 발표한 '주거복지 로드맵'을 통해 전세 세입자를 직접 지원하기 보다는 월세전환을 유도하면서 서민층 주거비 부담을 경감시키는 방향으로 주거정책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정부는 향후 5년간 무주택 서민과 청년·신혼부부 등 실수요자들에게 공급할 100만가구 중 85만가구(공공임대 65만가구, 공공지원 민간임대 20만가구)를 임대주택으로 공급하기로 했다.

문제는 임대시장이 전세에서 월세로 재편되면서 무주택자들의 주거비부담이 점차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통계청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1936만8000가구(일반) 중 주택을 소유하고 있지 않는 무주택 가구는 전체 가구의 44.5%인 862만5000가구에 달한다. 이들 중 월세를 살고 있는 비중은 2014년 55%를 기록해 처음으로 전세(45%)를 넘어선 데 이어 2016년 60.5%까지 확대됐다.

소득별로는 저소득층일수록 월세살이를 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기준 저소득층의 월세 비중은 73.2%로 중소득층(5~8분위) 51.5%, 고소득층(9~10분위) 34.3%보다 크게 높다. 특히, 30세 미만 청년층과 60세 이상 고령층의 월세 거주 비중은 2014년 74%, 56%에서 2016년 79%, 63%로 각각 5%p, 7%p 확대됐다.

월세 임차인의 주거비부담의 경우 월소득의 32.1%로 전세(22%)보다 10%p 높다. 지난해 임금 근로자의 평균 월소득이 281만원인 것을 감안하면 월 90만2010원을 월세로 지출하는 셈이다. 한국감정원 조사 결과 올해 11월 기준 전국 주택 평균 월세 보증금은 4675만원이며 월세는 56만1000원으로 나타났다. 서울의 경우 보증금 1억399만원, 월세 80만7000원이고 수도권의 경우에도 6810만7000원, 69만2000원이다.

하지만 소득별로 살펴보면 상황은 달라진다. 지난해 임금 근로자의 32.9%가 월소득 150만원 미만으로 나타났으며 이 중 16.5%는 월소득 85만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여기에 2015년 기준 30대 미만의 평균 부채는 1506만원, 60대가 4785만원에 달하는 것을 고려하면 소득 대부분을 월세와 대출 상환으로 사용할 뿐 저축은 꿈도 꾸기 힘든 상황이다.

때문에 정부는 소득 수준에 맞는 다양한 주거복지 프로그램 도입하는 한편, 저소득·취약계층 주거지원을 위해 주거급여 지원대상과 금액을 확대하고 거리로 내몰릴 위기에 처한 가구에게는 긴급지원주택을 제공하기로 했지만 실상 혜택을 받기 위해선 까다로운 조건을 통과해야만 한다.

업계 관계자는 "전세 임차인의 경우 계약 기간 동안 임대료가 나가지 않기 때문에 어느 정도 재산을 형성할 수 있지만 월세 임차인이 경우 임대료로만 1년에 많게는 1000만원이란 비용을 지출해야 한다"라며 "전세가 시장에서 점차 퇴출되겠지만 성급하게 월세시대로 전환하려다가는 오히려 서민들의 삶만 더욱 팍팍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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