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안전지대 아니다"…두 차례 지진에 내진용 철강재 '관심'
"지진 안전지대 아니다"…두 차례 지진에 내진용 철강재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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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스코의 내진용 철강재 TMCP강 100mm가 적용된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사진=포스코)

내진용 철강제 개발해도 비싼 가격에 사용 '저조'
"지진 대비 위해 내진용 철강재 사용의무화 필요"

[서울파이낸스 박윤호 기자] 지난해 경주에 이어 1년여 만에 포항에서도 강진이 발생하면서 한국도 더는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특히, 이번 포항 지진은 발생 지점에서 상당수 건물이 붕괴하거나 균열이 발생하면서 그 공포가 가중했다.

따라서 우리가 살고, 일하는 건물이 지진에 안전하게 설계되고 지어졌는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일례로 포항 지진 여파로 '우리집 내진설계 간편조회' 서비스가 최근 접속자가 폭주하면서 서버가 마비되기도 했다. 이에 지진 발생 시 충격을 흡수하는 내진용 철강재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현재 포스코와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국내 철강사는 다양한 특징과 형태를 가진 내진용 철강재를 개발·선보이고 있다.

◇포스코, 1995년 내진용 철강재 상용화…TMCP강, HAS강 등 생산

포스코는 일본 내 건축물의 내진설계 강화 및 강재의 용접성 향상 등을 목적으로 1994년 제정된 SN(Steel New Structure)강 상용화에 1995년 성공했다. 또 1999년에는 KS규격 인증을 획득하는 등 관련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이 밖에도 TMCP강, HAS강, 내지진강관 등 강구조 건축물에 사용되는 내진용 강재를 생산하고 있다. TMCP강은 건축구조용으로 사용되며, 판 두께 40mm를 초과하더라도 강도가 낮아지지 않고 내진 성능과 용접성능이 우수하다. 충격 인성도 좋고 변형 항복비가 낮아 지진이 발생할 때 안정성 확보가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TMCP강이 사용된 건물로는 여의도 서울 국제금융센터, 동대문디자인플라자가 있다.

비교적 최근 개발된 HSA 500·600·800은 우수한 내지진 성능을 가지고 있다. 해당 강재는 서울대 관정도서관, 동대구역 복합환승센터 등에 적용돼 초고층 건축물 장경간(長Span)건축물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게다가 100mm 두께 수준의 극후물 후판의 적용 및 변형 성능 확보로 효과적인 건축구조 시스템 구현이 가능하다.

내진용 강재인 내지진강관도 널리 사용되고 있다. 내지진강관은 SN강재 또는 건축구조용 TMCP 강재를 사용해 원형 또는 각형으로 제작한 강관을 말한다. 강도가 좋고 용접성도 우수한 데다 경제적 설계·시공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내지진강관은 송도 포스코 글로벌 연구개발(R&D) 센터, 고척동 돔 경기장, 진주 종합경기장 등에 적용됐다.

◇현대제철, 지진 유연한 대응 내진강재 브랜드 'H CORE' 론칭

현대제철은 최근 건축물의 안전도 제고가 가능한 내진강재 브랜드 'H CORE(에이치코어)'를 론칭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내진강재 브랜드 론칭에 대해 "최근 국내에서도 지진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며, 내진용 철강재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건축물에 대한 내진설계 의무가 강화되는 등 관련 법령의 정비도 뒤따르고 있어 에이치코어의 수요가 점차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제철이 선보인 에이치코어는 지진의 충격을 흡수해 지각의 흔들림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또 일반 강재보다 높은 에너지 흡수력과 충격인성, 용접성 등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강한 외부 충격에도 건축물의 안전도를 높일 수 있다고 현대제철은 설명했다.

앞서 현대제철은 지난 2005년부터 지속해서 내진용 철강재 연구개발과 제품출시를 했으며, 형강, 철근, 후판, 강관 등 각 분야에서 내진용 철강재 포트폴리오 등을 구축하고 있다.

◇동국제강, 지진 붕괴 예방…내진철근 고유 기술 확보

동국제강은 이미 지진 등의 충격을 흡수해 건물 전체 붕괴를 예방하는 내진철근을 개발·판매하고 있다.

동국제강에 따르면 내진철근은 일반 철근보다 우수한 성능을 가지고 있어 통상 진도 6.0에서도 견딜 수 있다. 따라서 현재 철근 콘크리트 구조물의 중심 부분을 지탱하는 핵심보강재로 사용되고 있다. 동국제강은 지난 2010년 2월 내진철근 SD400S, SD500S 개발에 성공하고, 2011년 5월 특허 출원 등을 마쳤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건축 구조용 열간 압연 형강(KS D3866)' 규격을 만족하는 건축구조용 열간압연 H형강인 SNH400, SHN490, SHN520, SHN570도 보유하고 있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해당 규격의 제품은 항복강도 상한규제, 항복비 상한규제, 충격치 하한 규제, 탄소당량 제한 등을 만족하는 높은 성능을 가진 철강재"라며 "내진설계에 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고성능 H형강은 매년 판매량이 증가하는 추세다"고 설명했다.

◇"제품 가지고 있어 뭐하나!"…내진용 철강재 사용은 '제자리걸음'

반면 우리나라는 현재 내진설계만 의무화할 뿐 내진용 철강재 사용에 대한 의무규정은 없는 상황이다. 여기서 말하는 내진설계란 구조 공학적 시각에서 강한 지반 운동에 견딜 수 있는 건물을 설계하고 건축하는 것을 말한다. 즉, 지진에 견딜 수 있는 구조물의 내구성을 뜻한다.

멕시코시티의 대지진을 계기로 우리나라는 1988년 건축물에 내진설계 의무규정을 도입하고, 수차례 개정을 거쳐 올해부터는 우리나라도 2층 이상의 단독주택이나 아파트를 지을 때 내진설계를 의무화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해당 규정에는 일반 철강재를 쓰더라도 내진 기준만 충족하면 법적으론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이에 업계는 이 규정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내진용 철강재를 사용하지 않은 건축물의 경우 지진 등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법규상 일반 철강재를 사용해도 내진 기준만 통과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의무화를 하지 않으면 시공사로서는 일반 철강재보다 비싼 내진용 철강재를 사용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일반 철강재는 충격 흡수가 취약해 이번과 같은 강진 등이 발생하면 붕괴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업계는 지진에 대응하기 위해선 내진용 철강 사용을 의무화하는 법안 통과가 시급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연이은 두 차례 지진으로 우리나라도 더는 지진 안전국가가 아니라는 사실을 국민들이 인식하게 됐다"며 "따라서 사회적인 합의를 거쳐 모든 건물 건축에 내진용 철강재를 사용하는 의무화 법안의 통과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월 국토교통부 장관이 내진 등급에 따른 건축물 구조 및 재료의 기준을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고 이에 따른 점검과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건축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9개월가량 방치되고 있다. 또 지난해 경주 지진 이후 지진 안전과 관련한 법안이 49건이나 나왔으나, 통과한 법안은 10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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