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 인사이드] 질주하는 제약·바이오 'IT버블' 오버랩
[마켓 인사이드] 질주하는 제약·바이오 'IT버블' 오버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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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비중 20% '과열 우려'…"섣부른 투자 금물"

[서울파이낸스 남궁영진 기자] 최근 제약·바이오주가 연일 질주하며 코스닥의 고공비행을 견인하고 있다. 향후에도 이러한 흐름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지만, 일각에서는 가파른 상승에 대한 회의적 시선과 함께 거품론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2000년대 초반, 시장의 큰 충격으로 다가왔던 'IT버블'이 이번엔 '바이오 버블'로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닥지수는 전장 대비 5.64p(0.71%) 떨어진 783.74로 장을 마쳤다. 사흘 만에 하락 마감했지만, 장중 한때 796.28선까지 치솟으며 800선 진입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이는 지난 2004년 1월 지수변경 이후 전 고점인 794.08(2007년 11월7일)을 10년여 만에 경신한 수치이기도 하다. 최근 한 달새 상승폭만 15.8%에 달한다.

 코스닥 상승세는 주요 제약·바이오 업종의 급상승이 지지했다. 코스닥 대장주 셀트리온은 이날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26조4496억원이다. 코스피시장 종목과 견줘 보면 7위 삼성생명(26조7000억원)과 불과 2500억원의 격차를 보인다.

셀트리온 외에도 △셀트리온헬스케어 △신라젠 △티슈진 △바이로메드 △메디톡스 등 제약·바이오주는 최근 급격하게 몸집이 불어나며 코스닥 상위 10종목 가운데 6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 종목의 시총을 합한 규모는 54조9749억원으로, 코스닥 전체(274조950억원)의 20.05%에 달한다.

많은 전문가들은 코스닥의 상승세를 견인하는 제약·바이오주의 뚜렷한 호조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점치고 있다. 특히 정부의 잇단 제약·바이오 업종 지원 방안이 주효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단기간 급등세를 연출하고 있는 모양새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00년 주식시장에 충격으로 작용한 'IT 버블'이 재현될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2000년대 초 IT(정보기술) 산업 성장과 더불어 정부의 벤처 육성 정책이 맞물리면서, 이에 대한 기대감에 코스닥지수는 무려 2834.34까지 치솟았다.

실체가 불분명한 기업들이 주식시장 입성 후 우량 기업으로 탈바꿈하는 등의 잇단 사례는 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방증했다. 하지만 이내 거품이 꺼지면서 지수는 300선까지 폭락, 많은 이들의 손실로 이어졌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17년 전 IT버블 사태를 현재의 제약·바이오주 급등 현상과 비교하기엔 아직은 무리가 있다"면서도 "현재 상승 속도는 여러 재료들을 감안해도 지나치게 빠르고, 일부 기업들의 PER(주가수익비율)가 수천배에 달하는 점 등을 볼 때 많이 부풀려져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추세가 향후 1달 이상 이어진다면 버블에 대한 우려는 현실로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예은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코스닥의 상승세는 일부 제약·바이오 업종이 좌지우지하고 있다"며 "이들 업종의 거품이 급격히 꺼질 것 같지는 않지만, 일부 종목의 과열 현상은 주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발발했던 '한미약품 사태'는 제약·바이오 업종의 전반적 침체를 야기, 코스닥 지수 급락으로 이어진 바 있다.

자본시장의 한 관계자는 "제약·바이오 산업 자체는 성장 가능성이 충분하기에, 미래를 내다보고 투자 계획을 세우는 것은 바람직하다"면서도 "다만 실체가 없는 곳에 대해 단순 기대감만으로 접근한다면 과거 IT버블 사태가 되풀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투자자들이 특정 업종의 상승세만 보고 무작정 뛰어들어 대규모 손실을 봤던 당시 사태를 상기하며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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