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원 함정호 원장-"원화강세를 도약의 전환점으로"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원 함정호 원장-"원화강세를 도약의 전환점으로"
  • 서울금융신문사
  • 승인 2003.06.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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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강세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20일, 정부의 개입이 느슨해진 틈을 타 환율은 1190원까지 떨어졌고, 음식료·종이목재 등 원화강세 수혜주들이 주식시장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주 원화강세 관련 대규모 정책토론회를 주도했던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원 함정호 원장을 만나보았다.

- 현재의 환율 수준을 어떻게 보십니까. 원화강세의 허용폭은 어디까지입니까.

= 환율은 상대적이기 때문에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원화강세다 이렇게 규정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주위 여러 환경을 고려해 봤을 때 원화강세 기조인 것은 분명합니다. 미국의 쌍둥이(재정,경상수지) 적자가 당분간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중국 위안화가 달러에 페그(peg)돼 있기 때문에 약달러, 약위엔화 추세가 비교적 명확합니다. 때문에 엔화, 유로화와 더불어 원화는 강세기조일 수밖에 없습니다. 원화강세가 어디까지 이어질 지는 기관들마다 약간씩 차이가 있는데 대략 1천100원에서 1천원까지로 보는 것 같습니다.

-‘수출주도 고도성장’에서 ‘지식축적을 통한 생산성 향상’을 도모해야 한다는 글을 기고하신 적이 있는데 ‘저성장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는 말과 일맥상통하는지….

=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경제는 아직 더 성장해야 합니다. 세계적으로 저성장 요인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아직 우리나라는 선진국으로 진입하지 못했습니다. 최근 여러 곳에서 말하듯 적어도 국민소득이 2만불은 돼야 하는데 현 경제상황은 너무 조로한 측면이 있습니다. 때문에 새로운 성장잠재력을 찾아야 합니다. 다만 과거의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고 그런 맥락에서 지식축적을 통한 생산성 향상을 언급한 것입니다. 우리경제의 최대 강점은 역동성입니다. 그런 면에서 아직 성장할 여지가 많다고 봅니다.

- 원화강세를 재도약 전기로 삼아야 한다고 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준비가 필요합니까.

= 경기불확실성 지속으로 시중 자금이 은행에 집중돼 있습니다. 그런데 은행은 기업대출을 꺼립니다. 수출부진, 소비위축 등으로 기업들이 투자를 망설이기 때문이죠. 정부가 저금리 정책으로 투자 활성화를 유도해도 좀처럼 풀리지 않습니다. 오히려 가계의 소득감소 효과가 작용해 소비가 위축되고 개인들은 안전자산을 선호해 돈이 다시 은행으로 몰립니다. 자본시장 위험도가 큰 것도 한 몫 하고 있죠.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핵심은 아무래도 기업투자 활성화로 보입니다. 그것도 원화약세에 의존한 가격우위 경쟁력이 아닌 생산성 향상, 제품의 고부가가치화가 뒷받침되는 새로운 성장패러다임이어야 합니다. 정부는 기업들에게 ‘더 이상 환율 보조금은 없다’는 메시지를 줌과 동시에 기업들이 투자를 망설이게 하는 불확실성 요인을 확실히 없애줘야 합니다.

- 지금 세계가 보이지 않는 ‘환율전쟁’을 벌이고 있다는 말들을 합니다만.
= 약달러, 약위안화와 추세에 맞서 모두들 자국 통화를 약세로 가져가고 싶어합니다. 하지만 세계경제의 엔진이 미국경제인 것도 모두들 주지하고 있습니다. 미국경제가 살아나지 않으면 세계경제가 동반 침체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용인하는 분위기입니다. 언제, 어디까지 용인할 지는 계속 주시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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