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칼날'에 심화되는 부동산시장 양극화
'규제 칼날'에 심화되는 부동산시장 양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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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 전경.(사진=서울파이낸스DB)

규제 강화에 인기지역 쏠림 여전…정부, 보유세 인상 카드 만지작

[서울파이낸스 나민수 기자] 문재인 정부가 연일 강력한 부동산 관련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올해에만 6.19 부동산대책 등 네 번의 강력한 대책을 발표했다. 이들 대책의 핵심은 투자자 주도의 시장을 실수요자 시장으로 바꾸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강력한 규제 칼날은 오히려 실수요자들의 매수·매도 심리를 위축시키면서 전국 주택 거래량은 큰 폭으로 감소했다.

이에 실수요자들은 주택 경기에 영향을 덜 받는 서울 강남권 등 인기 지역으로 몰려들고 있다. 이같은 영향으로 서울 및 수도권 등 인기지역은 호가가 오르고 있는 반면, 지방 등 비인기 지역은 약세를 보이는 등 부동산 시장 전반적으로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7일 부동산114가 국토교통부의 실거래가 신고 자료를 계약일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 8월 한 달간 전국의 아파트 거래 건수는 총 4만5172건으로 7월(6만3172건) 대비 28.5% 감소했다. 이 가운데 서울 아파트의 계약 건수는 총 5136건으로 전월(1만4978건) 대비 65.7%나 급감하며 전국에서 감소폭이 가장 컸다.

서울 구별로는 주로 대출과 재건축 규제가 집중된 투기지역의 거래가 급감했다. 8.2대책 이후 주택담보대출이 1건 이상 있는 경우 투기지역에서는 추가 대출이 금지됐다. 실제로 노원구가 7월 1899건에서 8월 399건으로 79%가량 줄었고 강남구도 7월 1020건에서 9월 235건으로 76.9% 급감했다.

그런데도 이들 지역의 아파트값은 규제 이전보다 오히려 오르고 있다. 서울부동산광장에 따르면 규제 직격탄을 맞은 강남구 반포동의 아크로리버파크 112.930㎡의 경우 규제 이전인 7월 27억2000만원(27층)에 거래됐지만 8.2대책이 본격적인 영향을 미친 11월에는 29억7000만원(28층)으로 2억5000만원(9.2%)이나 올랐다.

이처럼 거래절벽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급등하는 것은 규제 강화로 실수요자들의 매수 심리가 "돈이 될 만한 매물만 잡자"라는 식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다주택자들이 굳이 손해를 보면서까지 낮은 가격에 매도할 필요성을 못 느끼며 '버티기'에 들어갔다. 특히, 강남권의 경우 재개발 사업이 빨라지면서 멸실률은 높아진 반면, 공급은 줄어들며 호가가 올라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현상은 분양권 시장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분양권 거래 시장은 전매제한으로 규제 강화로 거래량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8.2대책에 따라 투기과열지구 지정 이전에 분양계약을 했거나 전매를 받아 분양권을 보유한 경우 1회에 한해 분양권 전매를 할 수 있다.

10월 서울 아파트 분양권 거래량은 229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932건)보다 75.4% 급감했다. 9월(436건)과 비교해도 47.4% 감소한 수치다. 반면, 가격은 매물이 줄어들면서 호가가 급등하고 있다. 서초구 반포동 반포 센트럴 푸르지오서밋 84.418㎡은 7월 13억8800만원(18층)에서 10월 16억600만원(20층)으로 2억1800만원(15.7%) 올랐다.

분양시장 역시 서울, 수도권 등 인기 지역의 견본주택에는 수만 명의 인파가 몰리며 수십대 일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충남 등 비인기 지역에는 미분양 주택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이달 중 발표되는 주거복지 로드맵과 내년부터 시행에 들어가는 신(新)총부채상환비율(DTI),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 따른 대출 규제는 물론 기정사실화되고 있는 한국은행의 연내 금리 인상과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부활, 양도소득세 중과 등 여러 규제책 시행이 예정돼 있어 부동산시장의 위축은 불가피해 보인다.

이에 전문가들은 정부의 규제 강화가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한다.

김인만 부동산연구소 소장 "최근 부동산시장 상승패턴을 보면 문재인 정부가 강력한 규제대책들을 발표한 이후 수도권 전 지역이 아니라 서울과 위례, 판교, 광교, 분당 등 인기 지역 아파트 가격은 상승폭이 컸지만 나머지 수도권 지역의 아파트의 가격은 예전만 못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다주택 양도세 중과세와 대출규제 강화로 인해 주택 수를 늘리기보다는 똘똘한 한 채로 집중하면서 강남, 용산 등 핵심지역의 아파트 선호도는 더 높아지는 반면 비인기지역 아파트나 연립, 다세대 등은 매물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정부는 최후의 카드인 보유세 인상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9월 취임 100일 간담회 당시까지만 해도 보유세 인상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던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20일 진행된 국정감사에 참석해 "종합부동산세나 재산세 등 보유세도 어떤 시나리오가 있는지 먼저 검토해놓고 정책 변수에 따라 판단하겠다"며 입장 변화를 나타냈다.

그는 다만 "다른 세목도 마찬가지지만 보유세 문제는 제도 개선을 한다면 어떻게 가능한지 여러 시나리오를 가지고 실무적으로 검토해왔다"면서 "다만 그런 것들을 앞으로 어떻게 끌고 가느냐 하는 정책 결정은 여러 검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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