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기업 시총, 반도체에 '웃고' 사드에 '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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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삼성·SK그룹 32~39% 증가…현대車 9.5% 감소

[서울파이낸스 남궁영진 기자] 올해 들어 국내 주요 그룹의 시가총액이 반도체 업황 호조와 사드 등 이슈에 따라 희비가 갈리고 있다. 삼성과 SK그룹은 반도체 호황을 타고 고공행진 중으로, 낙관적 전망까지 잇따르고 있다. 반면, '사드 리스크'라는 악재에 봉착한 현대차그룹은 '2인자' 자리를 내준 것도 모자라 4위까지 주저앉았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종가 기준 삼성그룹의 시가총액은 총 520조원으로 부동의 1위에 올라있다. 지난해 말(394조)과 견줘 32% 불어난 수치다. 대장주 삼성전자가 올해 들어 고공행진을 펼친 것이 그룹의 선두 수성에 주효했다. 지난해 말 180만원선에 불과했던 삼성전자의 주가는 이날 260만원 선을 훌쩍 넘어서며 그룹뿐만 아니라 코스피시장 호조에도 일조했다.

SK그룹은 주요 그룹 가운데 시가총액이 가장 많이 증가한 곳에 이름을 올리며 시총 2위를 차지했다. 이날 시총 125조원을 기록, 올해 들어 39% 불어났다. SK 역시 그룹 내 대장주 SK하이닉스가 전체 상승세를 이끌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들어 가파른 상승 폭을 나타내며 80.5% 주가상승률을 기록했다. 이 기간 상승한 시총만 26조2000억원에 달한다. SK하이닉스는 이날도 장중 8만1200원을 터치, 사상 처음으로 8만원 고지를 밟았다.

이들 상위주 두 곳의 시총은 반도체 호황이 성장 동력으로 작용했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따른 호실적 기대감 등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상승 랠리를 지지했다. 특히 삼성그룹주는 삼성전자 외에도 삼성전기와 삼성SDI 등 주요 IT 종목들이 두 배 이상 성장을 보였다. SK그룹도 반도체 호조를 등에 업은 SK하이닉스가 그룹 전체 시총 상승분의 절반을 차지, 2위로 올라서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김록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올 3분기 영업이익은 14조5000억원으로 기존 추정치를 상향 조정한다"며 "4분기와 내년에도 반도체의 양호한 업황이 실적을 견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목표주가를 320만원으로 올려잡았다. 어규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는 하반기까지 지속된 메모리 가격 강세가 호실적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내년 수익성 추정치를 상향하고, 그에 따른 목표주가를 10만원으로 올린다"고 진단했다.

다른 그룹들이 반도체 호황을 타고 진격을 펼친 데 반해, 현대차그룹은 울상이다. 오랜 기간 삼성그룹에 이어 시총 2위 자리를 지켰지만, 사드라는 큰 악재에 직면해 SK, LG그룹에 잇따라 자리를 내줬다. 현대·기아차는 사드 보복이 본격화되기 시작한 지난 3월 이후 중국 시장 판매량이 전년과 비교해 반 토막이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최근에는 중국 측 합작 파트너와의 갈등으로 사드 리스크가 더욱 짙어지는 형국이다.

여기에 한미FTA 수정협상, 미국 재고량 증가 등 미국발(發) 악재가 불거지며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기아차(-20.12%)와 현대모비스(-17.04%) 현대위아(-14.10%) 등 주요 종목이 미끄러졌다. 이에 그룹의 시총은 지난해 말(103조)과 비교해 10조원 떨어져 나갔다. 연일 약진을 펼치며 '100조 클럽'에 가입, 3위에 등극한 LG그룹을 따라잡기도 요원한 모습이다.

이는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의 신용등급 하락으로 이어졌다. 국제 신용평가기관은 S&P는 △미국과 중국 시장에서의 경쟁 심화 △중국 시장 관련 지정학적 불확실성 △경쟁업체 대비 상대적으로 취약한 모델군 △계속되는 국내 공장의 노사갈등으로 향후 12개월간 수익성 회복 난항 등을 근거로 들며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현대차그룹을 둘러싼 대내외 환경이 비우호적으로 전개되고 있는 상황에서 공신력 있는 국제 신용평가사의 부정적 전망은 큰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며 "현대차그룹도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여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업황 호조와 대외 이슈가 가른 시총 상위 그룹별 분위기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등 IT주는 갈수록 슈퍼사이클이 이어지고 있어 기대감이 짙어지는 데 반해, 사드 여파는 옅어질 거란 전망조차 좀처럼 나오지 않고 있다"며 "이러한 양상은 하반기까지 이어져 해당 기업의 희비가 엇갈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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