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중국, 미국 향한 반격 시동 거나
[홍승희 칼럼] 중국, 미국 향한 반격 시동 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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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홍승희 기자]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할 때부터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었지만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갈수록 위험한 방향으로 전개돼 나가는 양상이다. 아직은 중국이 미국에 대해 할 말을 하는 수준을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지만 서서히 본심을 드러내가고 있는 게 아닌지 주목하게 된다.

최근 북한 핵문제를 두고 트럼프의 계속되는 압박에 두루뭉술하게 피해 나가며 약한 소리를 하던 중국이 러시아와 입을 맞춰 그 문제의 본질은 북한과 미국의 관계라며 역공을 취하기 시작했다.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기업에 대한 미국의 규제에 불쾌감을 드러내던 중국은 중국산 제품에 대해 미국이 지적재산권 침해 조사를 예고하는 단계에서 미국산 타이어 원료에 대한 반덤핑 조사를 시작함으로써 선제적 보복에 나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실상 미국은 군 차원에서 늦어도 80년 무렵부터는 중국을 가상 적으로 삼은 훈련을 전개해온 게 공공연한 사실이지만 정치 경제적으로나 외교적으로는 우호관계로 잘 포장해왔다. 적어도 트럼프가 집권하기 전까지는 그랬다.

그런 양국 관계는 트럼프 정부가 출범한 이후 비록 공식 선언되지는 않았으나 필리핀에서 출발해 일본, 한국, 타이완을 거쳐 베트남까지 이어지는 중국 포위전선, 즉 새로운 독트린을 형성하게 되면서 삐걱거릴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센카쿠열도(중국명 다오위댜오) 문제에서 미국의 정책은 명백하게 중국에 적대하는 것임을 드러냈다.

중국이 미국에 대해 좀 더 날을 세우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부터다. 물론 그 전이라고 중국이 미국에 일방적인 양보를 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분명 중국은 다음 단계 도약을 위해 미국 앞에서 몸을 한껏 웅크리며 때를 기다리는 모습이었다.

어떻든 중국이 한국 내 미군기지에 배치되는 사드에 유독 신경을 곤두세우는 것도 그 때문임을 중국 측에서는 계속 주장해왔다. 우리야 당연히 북한 핵 대응으로만 여기지만 중국에게는 미국의 대중국 전략을 노골화하는 것으로 비쳤다는 것이다.

사드 한반도 배치 문제는 실상 미 중 관계가 변화해 가는 데 따라 남북문제가 양 진영 사이에서 패키지로 취급당하는 우리의 처지를 고스란히 드러낸 사안이기도 하다. 미국과의 갈등을 상대적으로 약한 한국에서 풀려는 중국의 태도에 분통을 터트리면서도 효과적인 대응책을 마련하기 어려운 게 우리의 현실 아닌가.

중국은 아세안을 분열시키는 데서 더 나아가 최근 들어서는 유럽을 분열시키려 한다는 비난도 받고 있다. 독일 외무장관은 중국이 투자국 지위를 이용해 유럽연합을 분열시키려 하고 있다고 발언해 중국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지그미어 가브리엘 독일 외무장관은 중국 정부에 대해 ‘유럽은 하나’라는 정책기조를 견지해 우리를 분열시키려고 시도하지 말라고 주문했다. ‘중국은 하나’를 전 세계를 향해 주문하고 있는 중국의 당혹감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어찌됐든 '포스트 아메리카' 시대의 패자가 되고 싶어 하는 중국이 최근 그 행보를 서두르기 시작한 가운데 미국에서는 최소한의 영업용 미소조차 거부하고 좌충우돌하는 트럼프식 외교가 시작됨으로써 새로운 진영싸움이 벌써 시작되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

이런 틈새에서 우리는 그 갈등이 깊어질수록 존립에 위협을 받게 된다. 자칫 가랑이 찢기는 위험에 맞닥뜨릴 수도 있다. 그렇다고 전설 속의 솔로몬 왕같은 중재자를 기대할 수도 없다.

그럼 지금보다 더 확실하게 한쪽 진영에 의탁하면 안전할까. 그 역시 꿈같은 얘기다. 그 어느 것도 우리의 안전을 보장해주지는 못한다. 한미동맹과 같은 정도의 안전을 보장 받기 위해서도 우리는 이미 많은 것을 내주고 있는 데 더 기대면 그만큼 더 하찮은 취급을 당할 뿐이다.

그렇다고 줄타기가 안전을 보장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자칫하면 갈등 해소의 제물이 될 위험만 높아질 뿐이다.

한마디로 우리는 미국과 중국 사이의 갈등이 깊어지는 게 달갑지 않다. 적어도 지금 수준에서는. 경제력은 물론 국방력을 빠르게 길러야 할 당위가 우리를 압박하고 있다. 우리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너무 오래 우리는 미국의 우산 아래 안전하다며 나태한 노예근성에 젖어 살았다. 이제 더는 보호하고 보호받는 관계를 지속할 수 없다는 사실을 트럼프의 미국이 깨우쳐주고 있지 않은가. 제대로 동맹 노릇을 하기 위해서든, 패키지로 휩쓸려 다니는 걸 막기 위해서든 우리는 양 진영의 균열과 갈등을 예방하는 일에 적극적 중재자 역할을 모색해야 한다. 그 틈에 우리 스스로의 자위능력을 서둘러 키워가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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