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검증된 사업만 론칭해서 안 돼…벤처마인드 필요"

   
▲ 김재현 살린(Salin) 대표는 유료방송 솔루션 개발업체에서 임원을 지냈다. 임원까지 역임했지만 자리를 박차고 나와 새로운 시장인 VR 콘텐츠사업에 몰두하고 있다. 김 대표는 인터뷰 내내 "경험이 곧 살린의 자산이다"고 할 만큼 현재의 시행착오가 미래에 자양분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김 대표가 KT의 GiGA VR을 구동시켜 살린의 콘텐츠를 시연하고 있다. (사진=전수영 기자)

[서울파이낸스 전수영 기자]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인공지능(AI)이 실생활에 조금씩 보편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이를 실감하기는 어렵다. 새로운 기기가 하루가 다르게 출시되고 있지만 콘텐츠 시장은 초기 단계라 발전 속도가 느리다.

이제 막 불이 붙고 있는 VR 콘텐츠 시장에 뛰어든 살린(salin)은 개척자다운 모습으로 하루씩 성장해 가고 있다. 잘 나가던 회사를 그만두고 살린을 세운 김재현 대표는 앞선 경험이 분명 세계 시장을 석권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자신했다.

그는 5G가 상용화되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이들이 동영상 콘텐츠를 소비할 것이고 특히 VR 콘텐츠 수요는 급증할 것으로 예상했다. 머지않아 열릴 시장을 잡기 위해 김 대표와 살린은 고군분투 중이다.

특히 김 대표는 올해 MWC에서 KT 부스를 공동사용하며 '돈으로 살 수 없는' 지원을 받았다고 했다. KT와 함께 참가하며 만나기조차 어려웠던 글로벌 기업 임직원들이 부스를 먼저 찾아와 살린의 기술력에 관심을 나타낸 것이다. 그는 대-중소기업의 상생이 더욱 활발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대기업도 안정된 사업만 할 것이 아닌 벤처마인드로 무장해서 다양한 시도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재현 살린 대표와의 인터뷰>

▲ 소프트웨어 시장이 일반 패키지에서 라이선스 판매로 전환했다가 현재는 임대로 변화됐다. 이때가지 많은 시간이 걸렸다. 언제부터 살린의 콘텐츠 판매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는가.

= 3~4년 후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OTT로 불리는 온라인 비디오 서비스 사업자들이 서비스를 론칭할 때 SaaS(Software as a Service; 소프트웨어 임대)를 이용한다. 쉽게 말하면 푹이나 옥수수는 외주개발을 해서 서비스를 하고 있다. 스카이라이프도 그렇고 여러 회사들이 SaaS를 빌려 쓴다. 이것들은 현재 OTT, 2D 비디오 서비스용 SAAS이다. 비디오 부문 SaaS는 이미 적용되고 있다. 미국은 완전히 그렇게 됐다. 한국도 그렇게 돼가고 있다. 하비만 VR, AR방송 쪽은 서비스모델이 아직 정형화 안 됐다. 그래서 업체들이 ‘이렇게 해달라’, ‘저렇게 해달라’ 요구하면 우리가 맞춤형으로 개발해 주고 있다. 몇 군데 하다 보면 정형화될 것이고 그게 곧 기본 솔루션이 된다. 거기에 추가개발이 이뤄지고 3~4년 흐르면 기업들은 이미 개발해 놓은 것을 쓸 것이고 한두 업체만 추가사항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 살린은 그 시장을 보고 있다.

▲ VR, AR이 미래산업을 이끌 것이라고 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콘텐츠가 많지 않고 현재는 뭔가를 장착해야만 한다. 그래서 미래시장도 있지만 불편함도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 당연히 그렇다. 저희가 바라보는 것은 새로운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삼성 기어 VR로 콘텐츠를 보여주며) 이런 단말을 이용해 TV방송을 시청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첫 번째는 1~2인가구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1~2인 가구의 비중이 53.3%다. 두 가구 중에 한 가구는 1인 또는 1~2인가구인 것이다. 1~2인가구의 생활공간 넓이는 기존 대가족에 비해 그리 넓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40인치, 50인치, 60인치 TV를 사겠는가. TV 스크린을 대신할 수 있는 것 살 것인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여기(VR 단말)서 SNS도 하고, 게임도 하겠지만 그래도 TV시청을 가장 많이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볼 게 없어서냐’ ‘단말이 없어서냐’ 이런 얘기가 진행되고 있다. VR기기를 쓰고 보면 화질이 다르다. 특히 누워서 편안하게 좋은 화질을 보고자 하는 수요는 분명히 있다. 비디오사업자도 이 사업을 하고 싶어 하고, 소비자는 콘텐츠를 보고 싶고, 단말 제조사는 신제품을 출시해서 판매하고 싶어 한다. 제일 중요한 것은 5G가 내후년에 시작된다. LTE는 2011년 3월 본격 시작됐고 2013년 초부터 본격적으로 비디오가 풀리기 시작했다. 그 전에는 종량제가 주를 이루다가 무제한 요금제가 출시되면서 더욱 시장이 활발해졌다. 5G로 가면 100배 빨라지는데 이걸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가 고민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통신사업자들이 콘텐츠를 가장 필요로 하고 있다.

▲ 기존에는 방송사들이 들고 갔던 수익을 향후에는 통신사업자들이 가져간다는 것인가.

= 통신사업자들은 이미 파이프(망)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뭔가를 채워야 한다. 시청자들만 있다면 얼마든지 투자할 준비가 돼 있다.

▲ 콘텐츠 제작 능력도 좋아지고 5G로 인해 대용량 파일을 받을 수 있는 시대가 곧 온다. 살린이 가지고 있는 장점은 무엇인가.

= 일단 제일 먼저 사업을 시작해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 오지 않은 시장에 기업과 사용자들이 돈을 내려 하지 않는다. 이게 가장 어렵다. 그래도 시장이 열리면 경험이 곧 기술력이 된다. 다른 기업들이 그때 가서 우리 것을 베낄 수 있겠지만 우리는 그 사이 앞서 나갈 것이다. 결국 경험을 먼저 하고 사업화시키면 가장 먼저 고객과 유대감을 쌓을 수 있고 그렇게 되면 확장이 빨라질 것이다.

   
▲ 살린(Salin)은 아직까지 소규모 기업에 불과하지만 구성원들은 벤처 마인드로 무장하고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사진=전수영 기자)

▲ 그동안 시장을 만들어 놓으면 더 큰 기업들이 시장에 뛰어들어 물량공세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시장을 선점했다지만 이런 문제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 그런 고민은 있다. 하지만 경쟁을 즐긴다. 경쟁이 있다는 것은 저희가 가는 길이 맞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또 한편으로는 그것 때문에 위협을 받을 수도 있다. 자금도 그렇고, 인력도 그렇다. 그건 경영능력에 달려 있다.
국내에서 다른 기업이 자본을 투자해 따라할 수는 있다. 그러나 우리는 한국 기업들을 경쟁상대로 봤다면 사업을 시작하지 않았을 것이다. 해외 투자와 파트너십을 확대해 간다면 글로벌 시장에서 충분히 경쟁할 수 있다고 본다.

▲ 살린을 도와주는 액셀러레이터가 있다고 말했는데 KT랑 협력관계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KT가 어떤 도움을 주고 있다.

=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지금 KT는 VR, AR뿐 아니라 4D도 포함하는 실감형 미디오 분야의 에코 얼라이언스(Echo Alliance)라는 것을 만들었는데 살린이 파트너로 등록이 돼 있다. KT가 실감형 미디오 사업에 적극 나서게 되면 우리가 최우선적으로 기회를 얻게 된다. 관계된 일이 있으면 함께 작업을 한다. KT와는 밀접한 관계라고 할 수 있다. KT가 제안을 하는 경우도 있고 우리가 제안을 하기도 한다. 전략적으로 챙겨주고 있어서 고맙게 생각한다. MWC에 함께 갔는데 우리만 갔다면 신뢰를 얻기 힘들다. 그런데 우리가 KT 부스 안에 우리가 있었기 때문에 신뢰를 얻을 수 있었다. 이건 돈으로 살 수 없는 굉장히 큰 지원이다. NTT 도코모에서 왔었는데 다음 날 상사를 모시고 또 왔더라. 이는 KT 부스 안에 있었기 때문에 살린이 검증받은 회사라고 판단했다고 볼 수 있다. 그 외에도 전략적으로 해외에 제안하는 것도 함께 하고 있다.

▲ KT가 매출을 일으키는 것에 직접적으로 도와준 것이 있나.

= 아직까지 직접적인 매출을 일으키지는 못했다. 하지만 지난해 우리가 NIPA(정보통신산업진흥원)에 입주하는 데 큰 도움을 줬다. 또한 VR 컴피티션(Competition) 과제를 수행하는 17개 업체에 1000만원씩 주고 전시회를 열어줬다. 그중 상을 받은 4개 업체에 추가로 개발비 1억을 줘서 제품을 개선할 수 있게 했다. 우리가 4개 중 한 개가 됐다. 그러면서 KT로부터 개발비 1억원을 받아서 제품을 업그레이드했다.

▲ 큰 도움이 됐을 것 같다.

= 아까 보셨던 프로야구 콘셉트를 만들어 데모도 시연했고, KT가 상을 주면서 개발자금을 받아서 조금 더 다듬어서 보기 좋게 만들 수 있었다.

▲ 살린의 대표로서 ‘대기업들의 이런 상생활동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게 있다면.

KT뿐만 아니라 많은 대기업들이 현금결제를 바로바로 해준다. 분명 전보다 좋아졌다. 전략적인 파트너 풀을 구성해 이를 전략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이런 것도 좋아진 점이다. 결국 기대 차이인 것 같다. 조금 더 기대를 한다면 통신사들이 검증된 서비스만 론칭을 하고 있다. 남들 다하는 것만 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내부 결정이 쉽지 않다는 것을 이해는 하지만 구글이나 페이스북이 다양한 기능들을 접목했다고 철수하고 하면서 좋은 서비스들이 살아남은 것이다. 우리 입장에서는 서비스를 론칭해야 이게 레퍼런스가 된다. 이런 시도들이 지금보다 조금 더 활발해지면 저희 같은 중소기업, 스타트업을 도와주는 차원을 넘어 새로운 서비스 개발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 대기업도 벤처정신을 더 키워야 한다는 소리로 들린다.

= 실제 벤처정신을 갖고 운영되고 있는 기업들도 있다. 하지만 기업뿐만 아니라 사용자들의 생각도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기업들이 했다가 안 하면 ‘왜 저래’라고 비판만 한다. 새로운 걸 안 하느냐고 비판하면서도 조금 어설프면 어설프다고 지적한다. 너무 완벽함을 기대한다.

▲ 시장에 처음 뛰어들었고 서비스도 처음으로 했다. 그동안 일부 대기업들이 좋은 서비스가 시장에 나올 경우 계약을 진행하면서 독점적 사용권을 요구한 사례도 있었다.

= 그런 점에서는 KT가 가장 덜한 것 같다. 저희가 직접 경험한 것은 아니지만 시장에서 들리는 얘기가 그렇다.

▲ KT에서 서비스 독점을 요구한다면 수용할 것인가.

= 그런 제의가 있고 조건이 좋다면 충분히 수용할 수 있다. 우리는 국내 시장이 아닌 세계 시장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 국내에서 독점 사용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 2017년 살린과 김재현 대표가 꼭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면.
= 고객사와 한 건 이상의 MOU(업무협약)를 체결하고 싶다. 그래야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지난 2년간 연구개발하면서 정체성을 확보했다. 올해는 해외 비즈니스를 하기 위한 전초전이었다. 내년에는 본격화할 것이다.

▲ 목표로 세운 것보다 더 많은 성과가 있기를 기대하겠다.
= 감사하다. 열심히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