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달걀 파동'이 문재인 정부에 던진 교훈
[홍승희 칼럼] '달걀 파동'이 문재인 정부에 던진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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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홍승희 기자] 요즘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난타당하고 있다. 살충제 달걀에 유해생리대 나아가 아기 기저귀 불안까지 국민 불안을 증폭시킬 일들이 줄줄이 터지는 데다 취임 한 달 된 신임 식약처장은 국회에서 일의 위중함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답변을 해 집중공격을 당했다.

국회에서 의원들의 집중공격에 어설픈 답변 모습을 보이는가 하면 조직생활 경험이 없음을 드러내는 말실수, 조직 장악이 안 된 미숙한 모습까지 연달아 보여줘 스스로 매를 벌고 있다. 차치하고 국민주권, 국민안전을 정책의 기둥으로 삼은 문재인 정부에 부담을 주는 일련의 발언, 행동은 분명 차관급 식약처장으로서는 문제가 된다. 식약처야말로 일상생활 속의 국민안전에 직결되는 일을 담당한 부서이기 때문이다.

어떤 경우든 변명할 말은 있다. 그러기에 옛 속담에 ‘말 못해 죽은 귀신은 없다’ 했을까. 문제가 시작된 것은 과거 정부 시절의 일이고 취임하자마자 일이 터져 매끄럽게 대처하지 못했으리라는 사실은 굳이 본인이 변명하지 않아도 국민들이 알고 이해하는 부분이다.

국민들이 심각하게 여기는 것은 자리의 중함 때문에 전임이 저지른 일에 대해서도 정부각료로서 책임감을 가져야 하는 것이고 일이 발생하는 과정을 다 예방하지는 못한다 해도 이미 터진 사건에 대해서는 신속히, 치밀하게 대처하는 정부를 국민들이 원한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는 식약처장의 처신에 있다.

사실 이번 살충제 달걀 파문은 우리나라에서 먼저 터진 것이 아니고 유럽에서 문제가 생기고 우리에게도 발생했는지를 점검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초기대처는 제대로 한 셈이다.

그런데 이후 대국민 발표단계에서부터 문제가 드러났고 점검을 확대해야 할 시점을 놓치고 우왕좌왕했다. 국민불안을 감안하지 못한 무책임한 발표를 내놓은 것 등은 처장의 능력을 의심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농식품부와의 협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면 그것이야 식약처 혼자만의 책임도 아니지만 그럼에도 식약처장이 나서서 발뺌할 수 있는 일도 아니었다.

각설하고 대통령이 간접민주주의의 보완책을 강구하는 현 정부다. 그만큼 국민의 소리를 정확하게 듣고 정책에 반영하고자 하는 목표도 분명해 보인다. 그래서 대통령은 기회 있을 때마다 국민과의 직접적 소통에 나서고 있다.

그런 대통령의 소통 행보에 박수쳐주는 국민들의 요구는 명확하다. 안심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 촛불민심이 탄생시킨 정부 아닌가. 그 어느 정부보다 국민의 요구를 더 예민하게 듣고 성실하게 답해야 할 필요도 그만큼 큰 게 현 정부의 입장이다. 국민의 마음에서 한 발짝만 멀어져도 대통령의 높은 지지도는 한순간 거품이 될 수 있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그토록 오래 이어진 이유는 사건 그 자체 못지않게 사건을 대하는 정부의 불성실, 부정직한 태도에 있었다. 정부가 최선을 다하는 모습만 보였어도 국민들이 안타까움을 분노로 키우지는 않았을 수 있었다.

이번 살충제 달걀 파동은 해외 정보에 민첩하게 대응함으로써 터져 나왔으나 이후 대처가 많이 서툴렀다. 생리대 소동은 소비자단체에서 문제제기가 나왔고 여성단체들도 예민하게 반응하는 사안이다.

문제 발생단계에서 정부가 충분히 대응하지 못했더라도 발생사실을 조기 파악하고 신속하게 확인점검에 나서서 사실을 예방대책과 함께 정직하게 국민들에게 알리는 기민한 태도를 보이는 것만으로도 국민 불안은 한결 덜어진다. 과거 정부들이 보여줬듯 사실 왜곡, 은폐시도는 아예 꿈도 꾸지 말고.

과거 메르스 사태를 먼 나라 얘기로만 치부하다 막상 국내 감염자가 나오니 감염사실 확인도 늦어지고 우왕좌왕하다 사태를 키웠었다. 세계가 한 울타리에 든 현대사회, 전 세계 어느 곳이나 한국인 없는 곳이 없고 일상 생활에서 수입품 전혀 안 쓰고 살 방도 또한 없는 시대를 살고 있다. 그런 국민 안전을 지키려면 정부 각 부처는 전 세계의 식품 및 생활용품, 의료정보 각 부처의 관련 분야 정보를 끊임없이 모니터링하고 서둘러 대책을 세워야 한다.

또 국내 사회단체들의 과학적 문제제기에 대해 방어논리부터 세우지 말고 즉각적인 확인점검에 나서는 자세부터 갖춰야 한다. 과거 정부가 왜 실패했는지 명심하고 사회단체들을 통한 국민적 요구에 대해 변명 대신 먼저 사실 확인부터 서두르는 그런 마음가짐을 한시도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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