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제약사, '문재인 케어' 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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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값 깎아 건보 재정 부담 메울 것…글로벌 제약사에는 호재"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제약업계에서 약값 인하 우려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앞세운 '문재인 케어'를 발표한 뒤부터다. 건강보험 보장성을 높이려면 큰 돈이 필요하지만, 보험요율 추가 인상 계획은 없어 정부가 약값을 내리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9일 필수적 진단이지만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었던 '비급여' 항목을 급여 항목으로 전환하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을 발표했다. 국민이 부담하는 의료비를 줄이기 위해 미용·성형을 제외한 대부분의 의학적 비급여 항목에 건강보험을 적용하겠다는 게 뼈대다. 비급여의 절반을 차지했던 초음파와 자기공명영상진단(MRI)도 급여 대상에 포함된다.

정부는 2022년까지 30조6000억원의 건보 재정을 투입할 예정이다. 건보료는 평년 수준인 2~3%대 인상을 목표로 정했다. 건보 적립금이 20조원에 달하는 만큼, 국고 지원을 확대하면서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는 입장도 내놨다.

그러나 제약업계 시각은 다르다. 아직 구체적인 시행 방안이 나오지 않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약값을 깎아 세수를 확보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2년 후 재정이 적자로 돌아설 수 있다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전망도 있어, 약가인하 시행 가능성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정부는 2012년 건강보험 재정 부담 완화를 이유로 약값을 일시에 인하하는 '일괄 약가 인하 정책'을 시행한 바 있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아직 방향만 나온 상황이어서 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정부가 건보료를 급격히 올리지 않겠다는 기조를 보인 만큼 기존 재정 안에서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의료수가 적정화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만큼 약값도 내려가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의료수가란 의사·약사와 같은 의료 서비스 제공자에게 건강보험공단과 환자가 지불하는 비용이다.

의약품의 경우 전면 급여화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비급여 항암제는 수혜를 받는 약제로 꼽힌다. 정부는 그동안 치료 효과가 기대되지만, 높은 비용에 견줘 효과가 분명하지 않았던 의약품을 비급여로 분류해왔다. 하지만 앞으로 선별급여제도가 도입되면 이 같은 의약품에 대한 환자부담률은 30~90%로 조정된다.

제약업계는 특히 항암제의 급여화가 먼저 추진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급여가 확대되면서 매출 상승도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제약사에 한정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국내 제약사들도 항암제를 개발하고 있지만, 실제 보유한 곳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항암제를 개발 중인 국내 제약사 관계자는 "글로벌 제약사들이 압도적으로 많은 항암제를 보유했고, 의사들의 선호도도 높기 때문에 그들에게 호재일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매출액 기준 상위 20개 의약품에 속하는 항암제 '허셉틴'과 '아바스틴'도 각각 글로벌 제약사 로슈와 로슈 자회사 제넨텍이 보유하고 있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국내·외 제약사에 대한 선택 문제가 아니라 대부분의 고가 항암제는 특허가 걸려 있어 글로벌 제약사가 아니면 생산하지 못한다"며 "국내 제약사는 이런 의약품을 보유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우 위원장은 "우리나라는 건강보험 중 약값 비중이 30%로 다른 나라보다 높다. 건보 적용으로 사용량이 늘면 그만큼 약값도 내리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주장하는 '재정폭탄'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약값 조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그는 "선별급여는 올바른 방향으로 보지만, 꼭 필요한 경우면 다른 약과 동일하게 급여하는 게 필요하다"며 "어렵다면 선별급여에도 본인부담상한제를 적용해 의료비 부담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본인부담상한제는 환자가 1년간 병원을 이용하고 직접 부담한 금액(법정 본인부담금)이 환자의 경제적 부담능력을 넘으면 그 초과금액을 건보공단이 전부 환자에게 돌려주는 제도다. 비급여와 선별급여는 포함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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