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코리아 패싱 논란과 한민족의 운명
[홍승희 칼럼] 코리아 패싱 논란과 한민족의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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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홍승희 기자] 한반도에 대한 미국발 소식들은 이 땅에 사는 이들을 뒤숭숭하게 만든다. 한편에서는 공화당 소속의 상원의원이라는 이가 트럼프의 말을 인용한다며 한반도 전쟁 가능성을 얘기하는가 하면 국무장관은 대화 가능성을 얘기하면서도 북과 만날 수도 있는 국제모임에서는 아직 여건이 안됐다며 북한 대표를 만나지 않겠다고 한다.

그러면서 미국은 북한을 더 압박하지 않는다고 중국과 러시아를 압박하고 그에 대해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 비핵화는 미국이 북한과 직접 대화해야 할 일이라고 공을 되넘긴다. 한마디로 네가 해결할 일을 왜 우리한테 떠미느냐는 반응인 것이다.

그런가 하면 한국에 배치된 주한미군의 사드를 겨냥해 중국은 아직도 한국의 경제에 타격을 가하고 또 최근에는 사드를 겨냥한 미사일 발사 시험도 하고 있다 한다. 북한이 사드 배치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이야 예상 가능한 일이지만 중국의 과민반응은 실상 동북아의 패자를 넘어 포스트 미국을 겨냥한 중국이 제국굴기를 꿈꾸는 게 아닌지 의심할 수준에 이르고 있다.

사드의 한국배치에 미온적 태도를 보이던 문재인 정부는 북한의 잇단 미사일 발사실험에 결국 사드배치를 반대할 수 없는 입장으로 몰려 임시배치라는 이름으로 추가배치를 허용하고 말았다. 문재인 정부가 사드배치를 피할 수 없는 이유는 물론 미국과 일본이 쥐고 있는 대 북한 정보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한국 국방 정보력의 한계 외에 미국 없으면 대한민국은 붕괴하고 말 것이라고 호들갑을 떠는 국내 보수 세력들의 여론몰이에 밀리는 측면도 있다. 보수 세력들의 종북몰이가 다시 시작되면 국내 개혁도 물 건너 갈 위험이 크니까.

물론 북한의 ICBM이 미국 본토를 위협할까봐 화들짝 놀라는 미국뿐만 아니라 그런 위험한 무기가 바로 머리 위에 그늘을 드리운 우리 처지 또한 위험한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미국 정부가 현실을 너무 앞서가며 슬며시 한반도 위기설을 피워 올리는 의도는 그 못지않게 위험하다.

주한미군사령관을 비롯한 상당수의 한반도 문제에 영향력 있는 인사들이 현 단계에서 북한 ICBM을 ‘게임 체인저’(전략상황을 바꿀 수 있는 것)로 표현하며 당장 북한에 대한 군사행동에 나서야 할 것처럼 위협을 가하고 있다. 그런 발언이 한반도 사드 배치에 미온적인 문재인 정부를 압박하기 위한 계산된 발언이었을지도 모르지만 그런 발언들이 누적될 경우 국제사회에서 한반도 전쟁을 당연시하게 될 위험성이 크다.

물론 미국 내에서도 강경발언을 여과 없이 쏟아내는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반론이 적지 않다. 미국의 지성적 언론들이나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같은 싱크탱크 내에서는 북한 미사일이 위험하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트럼프행정부가 지나치게 상황을 앞서가는 발언들을 늘어놓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다만 트럼프에게 영향이 있을지 미지수라는 게 걱정이다.

게다가 미국의 그런 호들갑은 군국주의 부활을 원하는 일본에겐 더 없는 호재다. 한국보다 앞선 정보능력을 무기로 미국의, 특히 트럼프의 입맛에 맞을 정보들을 만들어내는 데 힘을 쏟고 있다.

한국은 그런 현실을 알면서도 틈새를 찾기 어려운 상대들이 만들어내는 칼싸움에 끼어들어 자칫 1대 다수의 싸움상황으로 몰릴 위험성마저 느껴질 정도다. 중 러 진영과 미 일 진영의 싸움판이 간보기로 한반도를 상대로 집적대는 게 아닌가 싶은 이즈음이기 때문이다.

일단 문재인 정부는 역대 정부가 그래왔듯 한 미 일 공조체제에 우선순위를 확실히 했다. 문제는 미 상원의원 린지 그레이엄이 방송에서 말한 대로 미국 본토의 안전을 위해서라면 미국은 한반도에서 전쟁이 나고 숱한 인명살상이 예상된다 해도 선제공격에 나설 것이라는 점이다.

더욱이 세계 어느 곳에선가는 전쟁을 끊임없이 유지시켜온 미국 군수산업이 중동 시장이 차츰 시들해지면서 새로운 무기 시장으로 한반도를 점찍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사드를 그토록 강요한 것도 결국 군수산업체들의 입김에서 비롯됐을 터다.

미국만 믿으면 된다는 보수의 믿음에 끌려 다니다 우리는 독자적 국방 정보력을 기르는 데 너무 게을렀던 게 아닌지 되돌아보게 만드는 이즈음이다. 우리가 돈 들어가는 북한은 버리고 중국에 물건 몇 개 파는 데 열 올리는 동안 중국은 북한 무역의 90% 이상을 감당하며 무서운 속도로 대북 영향력을 키워왔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중국 시장에서마저 홀대받고 있다.

대체 언제까지 이렇게 휘둘리며 살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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