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한국경제, 경영자들의 창의성이 필요하다
[홍승희 칼럼] 한국경제, 경영자들의 창의성이 필요하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파이낸스 홍승희 기자]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 전망치가 조금씩 오르는 추세다. 정부는 3%대 성장전망을 기대하는 눈치다. 한국은행도 당초 2.6% 전망에서 2.8%로 0.2%p 높여 잡았다. 국회예산정책처 역시 0.2%p 높여 당초 2.7% 전망을 2.9%로 수정했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당초 2.5%에서 0.3%p 높인 2.8%로 상향조정했다.

국내외적으로 두루 한국경제의 회복세가 점쳐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조금 더 욕심을 내고 싶어 하지만 그런 기대치를 달성하기에는 장애 또한 만만찮다.

우선 정부의 의욕적인 추경예산안은 국회에서 정쟁에 발이 묶여있다. 인사청문회를 볼모로 한 국회의 추경 거부 기세가 아직 누그러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더 중요한 문제는 기업이 스스로의 경영환경을 쇄신해야 하는 데 그런 변화를 여전히 스스로 만들어가는 데 허약함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더 이상 미래기술일 수 없는 각종 첨단기술들을 개발, 활용하는 데에도 주저하고 있는 사이 주변국들은 그런 신기술로 우리의 산업기반을 뒤흔들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실상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을 밝아지게 하는 데는 세계 경제의 흐름 또한 큰 몫을 하고 있다. 세계은행은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이 2.7%, 내년에는 2.9%를 기록하는 견조한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제금융센터는 작년 하반기 이후 경기회복세가 뚜렷해지고 있다고 판단하고 앞으로 국제금융시장은 유동성 랠리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주요 기관들 또한 예년과 달리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해 저성장 탈피 기대를 키우고 있다.

문제는 이런 여러 다행스러운 조짐들을 끌어안고 한국경제의 성장 발판을 다지기 위해서는 우리가 뭔가 유리한 바탕을 마련하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이런 변화를 맞이할 어떤 준비가 돼 있을까.

이제까지는 앞선 모델을 찾아서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성장의 과실을 맛볼 수 있었지만 이미 그런 과정을 되풀이하기에는 한국경제가 많이 성장했다. 우리를 모델삼아 성장가도를 달려가던 중국은 이미 일부 분야에서 우리를 앞질러가며 새로운 정책모델, 획기적인 사업모델들을 창출하며 오히려 한국 기업들을 선도하는 양상마저 보이고 있다.

베이징의 공기를 바꾸며 자국 자동차산업의 미래까지 기획한 전기차 우선 정책이 그렇고 세계적 인터넷유통업체로 성장한 알리바바의 인공지능을 활용한 새로운 사업모델은 이제 알리바바를 온라인 넘어 오프라인까지 사업영역을 확대하며 인건비 뜯어 먹기 식 경영에 안주해온 한국 유통업의 뒤통수를 제대로 쳤다.

인공지능의 활용에 대해 제대로 인식한 경영자라면 당연히 생각해봄직한 사업이지만 그동안 덩치 키우기에만 몰두해온 한국의 유통업체들은 그런 혁신기술 도입에 뒤쳐졌다. 자본주의가 고도화할수록 가난해져가는 개인들을 대상으로는 화려한 쇼윈도보다 저렴하고 비교가능한 쇼핑가이드가 더 유효하다는 사실을 인식할 수 없었던 성층권의 재벌들로서는 미처 생각이 미치지 못했던 것일 수도 있다. 스스로 깨닫지 못하는 영역을 메워줄 아래로부터의 의견수렴 구조도 갖지 못했을 대기업문화 또한 그런 발전가능성을 가로막는 장백으로 작용했을 터다.

이미 몇 년전부터 미래기술로 회자돼온 인공지능, 드론, 빅데이터 등 이런저런 신기술을 앞장서서 개발하지 못하면 적극 활용하는 데라도 앞장서야 할 기업들이 보수화한 경영자들의 인식지체로 인해 계속 때를 놓치면 대기업 의존도가 압도적인 한국경제의 미래를 어둡게 할 뿐이다. 이런 일은 정부가 나서서만 해결될 일도 아니다. 기업이 스스로 찾아내고 개발해나가야 할 일이다. 언제까지 정부의 보살핌에 의존하려 하는가.

물론 정부가 할 일도 없는 것은 아니다. 한국이 인터넷 강국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정부의 앞선 인프라 조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전기차 시장 또한 그러할 것이다.

다만 정부가 제시하고 보호하며 기업을 이끌던 시대, 정부가 제시하고 기업이 따라가는 시대는 지났다. 정부보다 더 커진 대기업들이 앞장서서 인류의 미래를 전망하고 그 길 위에서 우리가 어떻게 대비하고 살아가야 할지를 제시하고 길을 개척해나가는 창조적 지도력이 필요한 때가 됐다. 정부는 그 길을 따라가며 길 닦기를 잘 하는 것으로 충분한 뒷바라지가 될 터다. 한국경제가 그만큼은 컸지 않은가.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