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 증권사, 초대형 IB 첫발…금융당국 의중에 '촉각'
5개 증권사, 초대형 IB 첫발…금융당국 의중에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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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정수지 기자

증권사 단기금융 업무인가 신청서 제출
과징금, 영업정지 결격 사유 극복 과제

[서울파이낸스 김희정 남궁영진 기자] 대형 증권사 5곳이 7일 단기금융(발행어음) 업무 인가 신청서를 금융위원회에 제출, 초대형IB 도약을 위한 첫 관문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로써 '한국형 골드만삭스'를 꿈꾸는 대형사들의 무한경쟁 시대가 하반기 도래할 전망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대우와 NH투자증권, KB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등 자기자본 4조원을 갖춘 5개 증권사는 '초대형 IB 지정 및 단기금융업 인가' 신청서를 금융위에 일제히 제출했다. 통상 금융위의 신사업 인가 심사는 2~3개월가량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 증권사의 발행어음 인가 여부는 10월 중 윤곽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초대형 IB는 정부가 글로벌 IB를 키우기 위해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증권사에 한해 단기금융 업무를 허용하는 사업이다. 당국의 심사를 통과한 회사는 자기자본의 2배 한도 내에서 어음을 발행, 조달한 자금으로 투자에 나설 수 있어 자본시장에 활기가 돌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금융당국의 대주주·신청인 적격성 심사는 초대형 IB로 가는 길에 암초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들 증권사는 저마다 당국으로부터 과징금, 영업정지 등 제재를 받은 경험이 있어 일부는 초대형 IB로서 단기금융 업무를 할 수 없을 공산도 있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은 금융투자업 인가 상 대주주 결격사유에 △최근 5년간 벌금형 이상의 형사처벌이나 자회사 등의 부실금융기관 지정 △최대주주인 경우 1년간 기관경고, 3년간 업무정지 이상의 조치 △최근 5년간 자사회 등이 파산, 회생절차를 밟았을 경우 등을 명시했다.

증권사 별로 살펴보면 먼저 미래에셋대우는 옛 대우증권 시절, 고객의 일임형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자금을 한국증권금융의 예수금으로 운용되는 머니마켓랩(MMW)에 예치하고 이에 따른 리베이트를 받은 것이 적발돼 지난달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기관경고와 과태료 5000만원을 받았다. 이와 함께 지난해 6월 2500억원 규모의 베트남 랜드마크72빌딩 관련 증권신고서 제출 위반으로 과징금 20억원과 기관주의 조치를 받았다.

KB증권은 옛 현대증권이 지난해 6월 59조 원대 불법 자전거래로 1개월 영업정지라는 과징금 3억원을 문 전력이 있다. 금융투자업 인가 기준을 준용할 경우 인허가 불충족 사유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삼성증권과 한국투자증권도 대주주 적격성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삼성증권은 대주주인 삼성생명이 자살보험금 미지급 건으로 지난 5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기관경고를 받았다. 한국투자증권은 대주주인 한국금융지주의 자회사 코너스톤에쿼티파트너스가 지난 2015년 2월 채무지급 불능사유로 파산한 것이 걸림돌이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대주주가 사회적 신용을 갖추지 못한 경우 단기금융업 인가가 제한될 수 있다.

NH투자증권의 경우 결격사유가 타 대형사들과 견줘 경미한 수준이라는 평가다. 하지만 한국증권금융으로부터 받은 특별이자를 고객에게 돌려주지 않아 기관주의 조치를 받은 사실이 흠결로 남아 있다.

증권사들은 결격 사유에 대해 언급하는 것조차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자본시장법 예외 조항을 적용받을 수 있는 증권사들은 "금융당국의 최종 판단을 기다리겠다"는 신중한 입장이다. 다만 수차례 제재를 받거나 중징계에 걸렸던 전적이 있는 증권사들은 말 한마디에 자칫 '괘씸죄'까지 더해질까 노심초사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새로운 먹거리 사업이 절실했던 증권사들은 금융당국이 제시한 초대형 IB 자기자본 요건을 맞추기 위해 인수합병(M&A)나 유상증자로 몸집을 불려놓은 상태다. 이 때문에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인 5개 증권사의 지난해 평균 자기자본대비이익률(ROE)는 3.28%로 전년 대비 반토박이 났다.

이혁준 나이스신용평가 실장은 "초대형 IB 제도의 핵심으로 꼽히는 단기금융 업무에서 좌초될 경우 중장기적인 경쟁력 확보에 실패할 수 있고 이는 회사 신용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금투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한국의 골드만삭스' 육성을 위해 야심차게 추진한 정책인 만큼 대승적인 차원에서 결단을 내려달라"고 촉구했다.

초대형 IB 지정 및 단기금융업 인가 절차는 '사실 조회→본인 및 대주주 요건 적격성 심사→현장 실사' 순으로 이뤄진다. 이에 따라 증권사는 금감원의 초대형 IB 지정 심사와 단기금융업 인가를 위한 적격성 심사를 동시에 거쳐야 한다.

초대형 IB 지정과 관련해서는 자본금 요건과 내부통제 리스크를 심사받는다. 다만 내부통제 리스크는 단기금융 업무를 하는데 증권사들이 적절한 내부 관리를 시행하고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들여다본다는 계획이다. 석준원 금감원 자본시장감독국 팀장은 "초대형 IB 지정 심사는 발행어음 업무에 한정해 필요한 절차상 규정을 점검하는 것"이라며 "미래에셋대우 등 몇 개 증권사가 내부통제 부적절로 제재를 받은 것으로 아는데, 이 문제는 심사 참고사항 정도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단기금융업 인가에 대해서는 현재 자본시장법 금융투자업 규정에 단기금융업과 관련된 별도의 본인 요건이 없어 금융투자업 인가 기준을 준용할지 여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었지만, 결국 준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민경찬 자본시장감독국 팀장은 "관건은 대주주 적격성 관련 '단서 조항'이 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증권은 최대주주 삼성생명의 자살보험금 미지급 이슈가 자회사 삼성증권의 건전한 발행어음 업무에 미치는 영향이 있는지, 한국투자증권은 코너스톤 파산에 최대주주의 책임이 인정되느냐를 따져야하는 것. 민경찬 팀장은 "이 조항을 어떻게 처리할지 아직 정해지지 않았고 결국 초대형 IB 인가 최종 결정은 금융위가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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