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섭 동국제약 부사장 돌연 사퇴…왜?
김희섭 동국제약 부사장 돌연 사퇴…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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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동국제약 홈페이지 캡처

[서울파이낸스 김현경기자] 김희섭 동국제약 부사장이 지난해 말 돌연 사표를 냈지만 정확한 사유가 밝혀지지 않아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회사 주력 제품인 '인사돌'의 판매 전략이 실패하자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보고 있다.

23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동국제약에서 일반의약품(OTC) 사업부를 총괄해오던 김 부사장은 지난해 12월30일 부사장직에서 물러났다. 회사 측은 개인적인 사정 때문이라고 밝혔지만, 이미 업계에서는 인사돌 마케팅 전략 실패 때문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동국제약은 일반의약품에 강점을 갖고 있는 제약사로, 잇몸치료제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대표 제품은 1978년부터 국내에 수입·판매하기 시작한 인사돌이다. 이 제품은 1987년부터 동국제약이 자체 생산했으며, 잇몸약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1위를 고수해왔다.

하지만 2013년 인사돌 주성분인 '옥수수불검화정량추출물'에 대한 효능 논란이 빚어지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한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근본적인 치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내용과 함께 프랑스에서는 의약품이 아닌 건강기능식품으로 분류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다.

당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의약품 재평가(허가 받은 의약품을 최신 과학 수준에서 재검토·평가하는 제도)를 지시했고, 회사는 지시에 따라 2년간 인사돌의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식약처는 재평가를 통해 지난해 8월 이 제품의 효능을 '치주치료 후 치은염, 경·중등도 치주염의 보조 치료'로 변경한다고 고지했다.
 
동국제약 사정에 밝은 한 소식통 A씨에 따르면 제품과 관련한 논란이 일자 회사는 식약처 발표가 있기 전 인사돌의 단종까지 검토했다. 실제 지난해 5월부터 10월까지 이 제품의 생산을 중단하기도 했다. 이 기간 인사돌 물량이 달리면서 제품 가격은 2만4000원에서 2만7000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대신 일반의약품 사업부 수장은 복합제 '인사돌플러스'에 집중할 것을 주문했다. 인사돌보다 판매 가격이 높은 인사돌플러스를 대체재로 내세우면서 반전을 노린 것이다.
 
그러나 새 제품으로 매출을 올리기는 쉽지 않았다. '광고품'의 특성상 광고를 보고 제품을 찾는 소비자들의 요구를 들어줘야 했고, 40년가량 한 제품만 사용해 온 고객들은 쉽게 제품을 바꾸지 않았다.

재평가 결과에서 '보조 치료제'로서 효능을 인정 받자, 회사는 같은 해 10월 인사돌의 재생산에 들어갔다. 하지만 5개월가량 생산을 멈추며 입은 타격은 적지 않았다. A씨는 "10개 판매를 비교해볼 경우 2만원밖에 차이가 나지 않지만, 인사돌의 전체 판매 규모가 500억원가량인 것을 감안하면 20억원 정도 손실을 봤을 것"이라며 "김 전 부사장이 인사돌의 인사돌플러스에 힘을 쏟는 전략을 펼쳤지만, 계획이 성공하지 못하자 스스로 책임을 진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에 대해 동국제약 측은 일신상의 이유일 뿐이라며 관련 내용을 부정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퇴임한 걸로 안다. 김 전 부사장의 연세는 60세로, 정년 퇴직하실 연령이기도 하다"며 "지난해 인사돌 사업은 차질 없이 마무리됐고, 관련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한편, 식약처 의약품 재평가 논란이 빚어졌던 지난해 3분기 인사돌플러스 매출은 전년 대비 83.2% 오른 196억원을 기록했다. 인사돌의 경우 전년보다 23.7% 하락한 178억원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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