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DI 배터리 눌림 현상, ATL 제품 분리막 파손…책임 통감"
[서울파이낸스 박수진기자] 삼성전자 갤럭시 노트7(이하 노트7)의 발화 원인이 배터리 자체 결함인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는 23일 서초사옥에서 국내외 언론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노트7의 발화 원인으로 배터리 소손 현상이라고 밝혔다.
이날 고동진 사장은 "지난 수 개월 간 철저한 원인 규명을 위해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등 제품뿐만 아니라 각각의 검증 단계와 제조, 물류, 보관 등 전 공정에서 원점에서부터 총체적이고 깊이 있는 조사를 실시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제품 20만대, 배터리 3만개로 진행한 대규모 충방전 시험에서 △고속충전의 영향 △방수기능의 영향 △홍채기능으로 인한 영향 △소프트웨어의 영향 등 다양한 소손 현상을 재현했다. 또한 부품의 검증, 제조, 물류 등 모든 프로세서 측면에서도 전면적인 조사를 진행했다.
고 사장은 이같은 조사 결과에서 특이점이나 소손과의 연관성은 발견할 수 없었으나, 노트7에 채용된 삼성SDI 배터리와 ALT 배터리에서 각기 다른 원인으로 소손 현상이 일어나는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SDI 배터리의 경우 음극탭 부위 젤리롤 코너의 눌림 현상을 소손의 주요 원인으로 분석됐다. ALT배터리는 비정상적으로 높은 융착돌기와 그로 인한 절연 테이프, 분리막 파손을 내부 단락을 발생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분석됐다. 또한 일부 배터리에서는 절연 테이프가 미부착된 경우도 발견됐다.
이번 노트7 소손 원인 분석에 참가한 해외 전문기관들도 배터리 자체 결함으로 입을 모았다.
안전 인증분야 기업인 글로벌 과학회사 UL, 미국 과학기술 분야 분석 전문 기관인 Exponent은 "A배터리는 배터리 위쪽 코너에 눌림 현상과 얇은 분리막으로 배터리 내부 단락을 발생시켜 소손 유발 요인으로 분석됐다"면서 "B배터리는 비정상 융착돌기, 절연테이프 미부착, 얇은 분리막의 조합이 배터리 내부에서 단락을 발생시키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말했다.
독일에 본사를 두고 있는 글로벌 검인증 기관 TÜV 라인란드는 심사한 폰 제조 공정과 배터리 물류 시스템에서 배터리의 안전성을 저해할 수 있는 요인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스마트폰 배터리 안전성 대폭 강화
삼성전자는 이번 소손 원인을 계기로 스마트폰 안전성 강화에 나선다. 배터리 내부 문제를 확인할 수 있는 특수 장비 도입은 물론, 배터리와 완제품에 대한 대량 충방전 테스트, 사용자들의 실제 사용 환경을 고려한 가속 시험도를 강화하는 등 '8포인트 배터리 안전성 검사' 프로세스를 도입할 방침이다.
8포인트 배터리 안전성 검사로는 △배터리 안전성 검사 횟수 확대 △배터리 외관 검사 △X-레이 검사 △배터리 해체 검사 △TVOC'검사 △OCV 측정 검사 △충방전 검사 △사용자 조건 가속 시험 등이 있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핵심 제품에 대한 설계와 검증, 공정관리 등을 전담하는 '부품 전문팀'을 구성하고 외부 전문가와 영입을 확대하는 등 부품 개발에 대한 전문성도 강화했다. 제품 기획 단계에서부터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며, '다중 안전장치'를 적용할 계획이다.
우선 배터리 실장 공간을 추가로 확보해 소비자가 사용 중 제품을 떨어뜨리는 경우 배터리에 가해지는 물리적인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장치를 추가로 적용하는 한편, 배터리에 대한 안전 설계 기준을 강화했다. 또한, 충전 온도와 전류, 충선 속도에 대한 보다 안전한 알고리즘을 적용하는 등 소프트웨어 보호 알고리즘을 강화했다.
학계와 연구기관의 전문가들로 자문단을 구성해 제품의 안전성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장치도 마련했다.
삼성전자는 캠브리지대학교 클레어 그레이(Clare Grey) 박사, 버클리대학교 거브랜드시더(Gerbrand Ceder) 박사, 스탠포드대학교 이 추이(Yi Cui) 박사, 아마즈 테크컨설팅 CEO 토루 아마즈쓰미( Toru Amazutsumi) 박사 등 리튬 이온 배터리 관련 전문가들을 자문단으로 위축했다.
삼성전자는 이번 교훈을 통해 업계 전체가 리튬 이온 배터리의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다중 안전 설계와 검증 프로세스 등을 관련 단체에 공개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고 사장은 "그 동안 고객 여러분들과 통신 사업자, 유통 거래선, 모든 협력사 여러분들께 불편과 심려를 끼쳐드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경영 전반에 걸쳐 품질 최우선의 경영 체제를 강화해 제품 안전성에 있어 새로운 혁신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