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뿔난' 회계업계…M&A 중개업무 인가제 놓고 공방
'뿔난' 회계업계…M&A 중개업무 인가제 놓고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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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용진 국회의원은 지난 7일 오후 2시 국회입법조사처 대회의실에서 '기업 M&A 중개업무 정상화를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 = 차민영기자)

'기업 M&A 중개업무 정상화 정책토론회' 개최

[서울파이낸스 차민영기자] 인수합병(M&A) 주선 업무에 법적 규제를 적용하는 'M&A 중개 업무에 대한 인가제 도입' 방안을 둘러싼 토론의 장이 마련됐다. 법안 통과 시 직접적인 타격이 예상되는 회계업계는 '독점을 조장한다'며 의안 철회를 주장했고, 학계와 증권업계에서는 다소 의견이 엇갈렸다.

◇ "M&A 중개업 규제 없어 투자자보호 취약"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용진 국회의원은 지난 7일 오후 2시 국회입법조사처 대회의실에서 '기업 M&A 중개업무 정상화를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NH투자증권, 삼일회계법인 등 업계를 비롯해 학계, 자본시장연구원, 입법조사처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앞서 박용진 의원은 지난달 17일 'M&A 중개 업무에 대한 인가제 도입 방안'을 대표 발의했다. 법안은 기업 M&A의 중개·주선 또는 대리 업무를 영업으로 하는 것을 투자중개업의 일환으로 규정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만일 법안이 통과될 경우 현재 대부분 유한회사의 형태로 설립돼 있는 회계법인들은 자본시장법상 별도의 주식회사를 설립해 일정 자본을 갖춘 금융투자업자로 정식 인가를 받아야 한다. 박 의원은 회계법인의 독립성이 제고되고 금융투자업자의 경쟁력도 강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날 박 의원은 환영사를 통해 "국내 M&A 시장은 아주 취약한 상태"라며 "M&A 중개·주선 업무에 대한 별도의 진입규제가 없어 시장의 불공정한 거래 행태를 제지하거나 투자자를 보호할 조치가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라고 비판했다.

토론 발제를 맡은 김화진 서울대 교수는 "현재 글로벌 투자은행(IB)업계 영업 흐름을 보면 과거 기업공개(IPO) 업무의 부가서비스 정도로 여겨졌던 M&A 주선 업무는 이제 IB들의 주력 업무로 변모했다"며 M&A 업무의 달라진 위상을 강조했다. M&A 업무의 중요성이 높아진 만큼 미비한 관련 법 규제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M&A중개가 자본시장법상 투재중개업인가 여부를 보면 주식거래를 수반하는 경우 투자중개로 분류된다"며 "한국 대법원 판례도 있고, 미국 법에서는 M&A 중개 시 투자중개업에 들어간다고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지난 2002년 한국 대법원은 증권업 판단 여부를 가리기 위해 '타인의 돈이나 증권을 취급하거나 타인을 위해 증권거래를 수행하는지 여부, 타인을 위해 거래에 참가하는지 여부 등의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내용의 판결을 내린 바 있다.

길재욱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도 "우리 경제가 장기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M&A가 선결과제라고 본다"며 "(이번 법안도) 미래 현실을 봤을 때 선제적으로 M&A 시장 규제의 투명성을 높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원종현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박사도 "중고차나 부동산을 매매할 때 보면 중개업자가 중간에 껴서 책임을 져줬다"며 "M&A는 흡사 '오케스트라' 활동과 비슷한데 지휘자나 코디네이터 역할을 하는 주체에 대한 얘기를 찾기가 어려웠다"고 평가했다.

이어 "M&A 중개 과정에 있어 법률적 문제 뿐만 아니라 회계적 문제까지 같이 중요하다"면서 "관련 업무와 중개업의 정의를 명확히 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 "독점 조장하는 불필요한 규제…철회 필요"

하지만 이번 법안이 통과될 경우 당장 M&A 주선 업무에 차질이 빚어지는 회계법인 쪽에서는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회계업계들이 당장 M&A 주선업무에서 손을 뗄 경우 증권업계만 혜택을 보게 되고 플레이어 입지가 좁아져 시장 경쟁력도 약해질 것이란 게 골자다.

박대준 삼일회계법인 부대표는 "지금껏 국내 M&A 시장에서 회계법인들이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시장의 성장을 이끌어온 공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새 규제가 생길 경우 코스트(비용) 또는 베네핏(혜택)을 줘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이번 의안은 전혀 혜택이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회계법인도 밤을 새가며 조사를 하고 자료를 분석해 자문 및 M&A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이를 단순한 (금융투자상품의) 중개업자 역할로 봐서야 되겠느냐"며 "M&A가 금융투자상품인가 아닌가의 문제는 해석의 문제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성우 동아대 교수도 "기존 M&A 업무에 대한 규정이 정비돼 있지 않다고 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자본시장법에 M&A 업무 관련 규제가 나오는데 투자자를 보호하고 질서교란 위험이 없는 경우에 한해 M&A를 하도록 법으로 돼 있다"고 지적했다. 기존 법으로 충분히 규제가 가능한 만큼 새로 의안을 상정할 필요가 없다는 설명이다.

그는 또 "이번 법안은 M&A 규제를 강화해서 회계 독립성을 강화한다는 취지인 듯하다"며 "범법 행위를 저질렀을 경우 아주 가혹한 응징을 하는 쪽으로 해야지 이 같은 방식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 "증권사 내부통제 충분"…"현실 반영해 법안 수정 필요"

NH투자증권은 부분적으로 찬성 입장을 표하면서도 법안 취지 중 M&A 이해상충 문제를 방지하겠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반대 의사를 내비쳤다. 현재 차이니즈월(정보교류차단), 임직원 자기매매 제한 등 분명한 내부통제장치들이 증권사 내부에 구축돼 있는 만큼 불필요한 걱정이란 것.

윤영태 NH투자증권 IB부문 부대표는 "결국 핵심은 투자자 보호"라며 "진입에 대한 규제나 운영에 대한 규제가 없다보니 자본력이 취한 부띠끄(중소형 증권사)나 개인이 M&A를 중개할 시 책임감 없이 일을 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경우 심각한 투자자보호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어 "하지만 증권회사가 타인을 위한 거래(M&A)를 하면 위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데, 이는 증권사의 업무 프로세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현재 증권사는 정말 많은 규제들을 적용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일각에선 법안이 중소기업과 중소 회계법인들의 현실에 맞게 일부 수정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중소 M&A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데 따라 이와 관련해 설립 시 자본금 기준 등을 낮춰주자는 얘기다. 실제 이날 한 코스닥 상장사 관계자는 "회계법인으로부터 받는 다양한 M&A 및 자문서비스가 위축될 소지가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박용린 자본시장연구원 실장은 "투자자 보호가 가장 큰 철학이기 때문에 자본시장법상 규율을 잘 지키고 내부 통제가 잘 되는 그런 분(중개업자)들이 M&A를 하는 게 맞다"면서도 "중소 M&A 시장이 많이 활성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제한적 범위 내에서 등록을 부분적으로 너그럽게 해주는 방안 등을 제시한다"고 밝혔다.

이어 "(자기자본 규제 이유로) M&A 소송이 걸렸을 경우 책임을 지기 위해서라는 주장이 나오는데, 제대로 소송 걸리면 금액이 커지는 만큼 이보다는 절대적 자본 규제기준을 법적 허용 범위 내에서 최소 수준으로 낮추고 다른 요소들을 살피는 게 더 중요하다고 본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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