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공기업 적정 시장가치는?…시작부터 '삐걱'
에너지공기업 적정 시장가치는?…시작부터 '삐걱'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파이낸스 차민영기자] 에너지 공공기관의 증시 상장을 앞두고 시장가치에 대한 정부와 전문가들의 인식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벌써부터 상장 지연 우려가 제기되고 있지만, 과거 남동발전의 상장 실패 사례가 재연되진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 정부-시장 밸류에이션 괴리협상 장기화 우려 

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현재 정부와 한전은 상장 주관사(증권사) 선정에 앞서 대상 기업들의 밸류에이션(가치) 평가작업에 돌입한 상태다.

다만, 정부와 시장이 제시한 밸류에이션 차이로 인해 주관사 선정까지는 다소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주관사 선정 이후에도 실사작업이 끝난 후에야 정확한 공모 희망가가 나오는 만큼 적잖은 시일이 소요될 전망이다.

지난달 발표된 '에너지 공공기관 기능조정 방안'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한전 발전자회사 5곳(남동·남부·동서·서부·중부)과 한국수력원자력, 한국가스기술공사, 한전KDN 등 에너지 공공기관 8개사를 증시에 상장할 계획이다. 정부는 현재 보유 지분의 20~30%를 상장(매각)하되, 정부가 지분 51% 이상을 보유하는 혼합 소유제 방식을 유지할 방침이라고 명시했다.

IB업계 관계자는 "우선 주관사 선정을 위한 가치평가는 주가순자산비율(PBR)을 기준으로 이뤄진 것 같다"며 "물론 한전 쪽에서 생각하는 것보다 증권사 쪽에서 제시한 게 만족스럽지 않아 주관사 선정과정에서 난항을 겪고 있다"고 귀띔했다.

▲ 한국전력 발전자회사 실적(2015년 말 기준). 단위: 10억원. (자료 = 하나금융투자)

당초 증권업계 전문가들도 매도-매수 측의 희망가격 괴리가 클 것으로 점쳐왔다. 현재 한전이 발전 자회사들의 미래 수익성을 보장할 수 없는 상황인 만큼 한전의 PBR이 그대로 밸류에이션 평가 과정에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에서다.

현 시점에서 한전의 PBR은 0.5배로 1배에 도달하지 못하는 상태. 현재 주가가 주당 순자산의 미치지 못한다는 의미다.

한국투자증권은 "모든 여건이 좋아진 현 시점에서 정부와 한전이 매각손실을 인식하면서까지 발전자회사를 매각하는 의사결정을 할 리 없다"며 "시장 또한 남동발전의 미래 이익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PBR 1배에 남동발전 주식을 담으려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나금융투자도 "별도 기준 장부가격 60%로 그 이하에서 상장할 경우 한전은 발전자회사를 상장할 이유가 없다"며 "현 요금규제 체계에서는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기 어렵기 때문에 하반기 정부의 추가적인 계획안을 확인해도 늦지 않다"고 진단했다.

이와관련 IB업계에서는 PBR 외에 다른 지표를 적용하긴 어려운 상황인 데다 증권사 대부분이 비슷한 수준으로 써내 결국 밸류에이션 협상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영업부서 쪽에서도 (대상) 자회사들과 접촉을 늘리며 밸류에이션 협상에 돌입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 상장 철회 가능성 낮아…6개사 패스트트랙 적용

일각에서는 이들 공기업의 가치평가 과정에서 상장이 재차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앞서 정부는 지난 2001년 4월 남동발전을 매각하려다 실패한 후 증시에 상장시키려 했으나 가격조건이 맞지 않아 상장을 자진 철회한 바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이번 경우엔 한전 쪽에서도 적극적으로 진행하려는 태도를 보인 만큼 상장이 무산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며 "(대상 회사 8곳을) 주관사 한 곳에 몰아주는 방식은 아닐 것이며, 다만 유력한 주관사가 2~3곳을 가져갈 순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다만 한전 측은 현재 기획재정부 주관으로 기업공개(IPO)가 추진되는 만큼 밸류에이션 논란이나 주관사 선정 문제 등에 대해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병기 한전 전력시장처 차장은 "증권가에서 말하는 밸류에이션 평가 문제의 경우 애널리스트들이 PBR 등을 활용해 약식으로 계산한 것에 불과하다"며 "주관사 선정 후 실사를 통해 주가수익비율(PER), 에비타 배수(EV/EBITDA) 등을 총괄해 기업가치를 계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상장 순서에 대한 질문에는 "최근 재무상황이 가장 좋은 회사는 남동발전인 것이 사실"이라며 "이 역시 기재부 소관으로 현재 언급할 단계가 아니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한수원의 경우 우량기업임에도 원전 이슈가 걸려 있다보니 고려사항이 많아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한국거래소는 에너지 공공기관들의 신속한 증시 상장을 위해 패스트트랙(Fast Track) 제도를 6개사(한국가스기술공사, 한전KDN 제외) 부분 적용하는 한편, 개별 상장컨설팅 서비스와 상장설명회를 제공할 방침이다.

패스트트랙은 자기자본 4000억원 이상, 최근 매출액 7000억원 이상, 3년 평균 매출액 5000억원 이상 등의 요건을 갖춘 우량기업을 대상으로 심사기간을 단축해주고 사업계속성 심사를 면제해줌으로써 신속한 상장을 돕는 제도다.

이성길 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 상장유치팀장은 "원하는 개별 기업들을 대상으로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으나, 단체로 상장설명회 등을 진행하고 있지는 않다"며 "향후 주관사 선정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