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기고] 아파트 회계감사의 오해
[전문가기고] 아파트 회계감사의 오해
  • 이승환 한국공인회계사회 홍보팀 과장
  • yoon@seoulfn.com
  • 승인 2016.05.20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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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환 한국공인회계사회 홍보팀 과장

고급진 주택으로 이 땅에 들어선 아파트. 이제는 보편적인 우리들의 집이다. 좀 지났지만 2012년 통계자료가 숫자로 말해 준다. 우리나라 전체 가구 중 65% 이상 아파트에 살고 있으며 현재는 그 비중이 더 늘었다. 우리가 얼마나 아파트를 선망하는지 알 수 있다.

그러나 그 사이 아파트의 불편함도 드러났다. 높은 가격, 전세대란, 거래분쟁 등 대다수의 국민들이 아파트 거주 스트레스를 받고 산다. 법정을 드나드는 분쟁도 생겼고 관리비 비리 등 말도 많고 탈도 많다. 아파트 회계감사가 전면적으로 의무화된 계기도 이런 갈등이 누적된 결과다.

지난해부터 우리나라 300세대 이상 아파트단지는 '재무제표에 대한 회계감사'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 법적으로 입주민의 회계감사 생략 결의가 없을 경우, 1000만원의 과태료를 문다.

첫해 시행 이후 결과를 보니 전국 9009단지 대상 중에 92.3%인 8319단지가 아파트 회계감사를 받았다. 다만 시행 첫 해다 보니 초기에 불협화음이 많았다. 사실 '내년으로 연기하면 안 되냐?' 해도 그만이다. 이는 관리사무소 소장만 잡는 셈이다.

아파트 회계감사는 크게 4명의 이해관계자가 있다. 입주민, 입주자대표, 관리사무소, 회계감사를 맡을 회계사. 그런데 각자가 바라보는 '회계감사'가 달랐다. 마치 똑같은 정육면체를 놓고, 다른 쪽 방향에서 쳐다보는 꼴이다.

입주민은 관리비가 제대로 부과되는지, 관리사무소가 횡령하는 건 아닌지 의심을 한다. 입주자대표는 관리사무소가 제 역할을 하는지도 궁금하지만 아무도 나서질 않는 아파트 입주자대표로서 회계감사 비용이 관리비에 추가되는 게 부담스럽다.

아파트 회계감사 하다가 분쟁에 엮이는 경우가 많아 회계사도 조심스럽다. 이처럼 아파트 회계감사에 대한 기대치가 다르기 때문에 점점 오해가 오해를 낳았다. 정부는 혼탁해진 아파트 회계감사 질서를 바로잡기 위해 의무화를 선택했다. 제도의 이해관계자들이 헷갈려 하는데도 불구하고 국토해양부는 밀어 부쳤다.

결론적으로 아파트 회계감사 시장이 기틀을 잡는데 도움이 됐다. 평균적으로 아파트 회계감사에 투입되는 회계사의 수와 시간이 늘었고 관리비 부과기준 수립 등 아파트 회계감사 전반에 대한 개선권고 사항이 구체적으로 제기됐다. 예전에 비해 아파트 회계감사의 '품질'이 올라간 셈이다. 그러나 여전히 실제적으로 아파트 분쟁에는 도움이 안 된다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그 답은 이번에 나온 회계감사 보고서에서 찾을 수 있다. 아파트 회계감사뿐만 아니라 모든 회계정보는 이해관계자가 보질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아파트 회계감사 보고서도 입주자 누구나 볼 수 있게 공개하고 있다. 어렵지 않은데 보질 않는다.

열어 보면 전체 세대세원 중에 관리비 안 내는 가구가 몇 개 있는지, 장기수선충당금, 관리사무소 인건비, 잡비 등의 사용 내역을 알 수 있다. 그런 저런 숫자를 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내가 낸 관리비로 이런 걸 하는구나! 이게 정확하기만 하면, 그대로 내야겠다.' 만약 반대의 경우라면 자치기구인 동대표, 입주자대표에게 한 마디 해야 한다.

아파트 회계감사는 관리사무소가 재무제표를 원칙에 맞게 쓰도록 감시하는 기능이다. 작년에 했으니 올해 또 하고, 내년에 또 하면, 이 숫자보고서가 더 정확해 질 것이다. 관행처럼 쓰던 비용이 줄 것이다. 공평하게 관리비가 부과될 것이다.

오해는 회계감사의 결과를 서로 다르게 기대한다는 데서 출발한다. 실제 결과를 손에 쥐었다. 특히 회계감사를 발주하는 입주민, 입주자대표, 관리사무소에서 주의 깊게 봐야 한다. 이들이 내년에 똑같은 수준을 원할지, 아니면 어떠한 감사보고서를 원하는지 주문해야 하니까. 감사보고서를 읽고 나면 관행처럼 가격만으로 절대 결정할 수 없다.

감시되지 않는 아파트는 '공유지의 비극'이 되기 쉽다. 관리비도 합치면 꽤 큰 금액이다. 원칙 없이 사용되고, 허술한 입주자대표와 관리사무소 직원을 만나면 나쁜 사람에 의해 비리와 횡령으로 새어 나간다.

만약 아파트 회계감사 비용을 300만원이라면 세대당 월 1000원꼴이다. 관리비가 월 30만 원이면, 내가 낸 1년치 360만원 관리비가 제대로 쓰이는지 감시하는 도구로 1000원짜리 한 장을 쓴 셈이다. 회계감사를 저렴하게 해주겠다는 회계사나 싸게 해달라는 입주민, 둘 다 아파트 회계감사의 오해를 악용하는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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