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채 신규발행 촉진을 말하기 전에
카드채 신규발행 촉진을 말하기 전에
  • 서울금융신문사
  • 승인 2003.05.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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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난 4·3 시장대책의 일부 보완책을 다시 내놨다. 요지는 카드채 신규발행을 촉진해 금융시장 선순환 흐름을 앞당기겠다는 것. 그러나 카드채 신규발행이 원활하려면 선결해야 될 일이 있다.

이번 보완내용을 보면 신규발행 카드채(ABS)는 높은 신용등급(통상 AAA)으로 발행되므로 시장에서 소화가능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전에 높은 등급을 받았으니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얘기는 뭔가 이상하다. 시장변화에 누구보다 민감해야 할 신용평가사를 정부는 하수인 정도로 여기는 듯하다. 현재 카드사는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겪고 있고, 신용등급을 매기는 것은 어디까지나 신용평가사의 몫이다.

카드사 신용평가에 대해 3월 18일자 한 증권사 보고서는 다음과 같이 서술하고 있다.
신용카드와 신용평가는 미묘한 관계에 있다. ABS 발행규모가 큰 신용카드사는 신용평가사의 최대고객이다… 시장가격과 신용등급의 불일치(AA0 카드채 가격이 A-회사채 가격을 하회)가 너무 크게, 또한 너무 오래 진행되고 있다.

한 마디로 신용평가가 실종됐다는 말이다. 가장 큰 고객이기 때문에 실제 가치보다 높은 신용등급을 받았고 그에 따라 시장은 합리적 판단이 실종돼 교란이 일어난 것이다. 실제 신용평가사들은 금감원의 카드사 1차 대책이 나온 3월 18일보다 한참 늦은 26일에서야 카드사 신용등급을 하락시켰다. 뒷북을 쳐도 너무 늦게 친 것이다.

금융 당국이 이런 사정을 조금이라도 안다면 신규발행 카드채가 신용등급이 높기 때문에 시장에서 충분히 소화 가능하다는 말은 그리 쉽게 내뱉지 못할 것이다. 오히려 신용평가사들에게 적시에 공정하게 신용평가를 해줄 것을 요구하는 것이 카드채 신뢰회복, 나아가 시장 신뢰회복의 선결 과제다. 채권시장에서 신용평가가 신용받지 못하면 투자자들은 신용위험을 무시한 과열, 혹은 무조건 회피의 공황상태를 왔다갔다할 수밖에 없다. 지금의 채권시장이 전형적인 공황 증세를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신용평가사들도 본연의 임무에 보다 충실해야 한다. 적어도 신용카드와 관련해서는 평가사들이 시장의 신용을 잃었다. 채권시장에서 신용평가는 참여자들의 합리적 판단을 위해 없어서는 안될 나침반과 같다. 신용평가사가 시장의 신용을 다시 회복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자기반성을 통해 공정하고 신뢰받는 평가의 모습을 지속적으로 보여줘야 할 것이다. 최중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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