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수록 손해' 안심전환대출 2차판매…금융권 표정은?
'팔수록 손해' 안심전환대출 2차판매…금융권 표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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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정초원 이은선 김소윤기자] 안심전환대출의 2차 판매가 본격적으로 시작됐지만 세간의 '흥행몰이'와 달리 시중은행들의 표정은 어둡기만 하다. 기존 대출의 이자가 경감되는 만큼 '많이 팔수록 손해'라는 인식이 크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정부 정책성 상품이라는 점에서 판매에 적극 임한다는 입장이지만, 20조원 추가 증액까지 결정되면서 난감해하는 분위기다.

◇ 20조 추가 판매…"관심 여전히 뜨거워"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24일 출시한 안심전환대출의 1차 판매분 20조원이 거의 소진됨에 따라, 이날부터 20조원 추가 판매를 실시하기로 했다. 선착순 방식이었던 지난 1차 판매와는 달리, 2차 판매는 일단 접수를 모두 받은 뒤 저소득층에 우선권을 주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주 1차 판매 당시보다는 현장 상담 비율이 다소 줄었지만, 여전히 일반 영업일에 비해서는 방문객 비율이 높다"며 "전화상 문의를 비롯해 고객들의 관심은 아직도 뜨겁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안심전환대출 40조원이 모두 집행될 경우 은행권의 이자 이익 감소가 300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일단 기존 대출상품의 금리가 연 3.5%대였던 데서 안심전환대출(연 2.0% 중반대)로 전환되면 금리 수익이 낮아질 수밖에 없는 탓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시중은행들은 안심전환대출 대출액만큼 주택금융공사의 주택저당증권(MBS)을 1년간 의무 매입하게 된다. 현재 금융위는 은행들이 대출채권을 주택금융공사에 넘길 때 발생하는 수수료와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 출연료 인하 등을 들며 은행권이 입을 손해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한국주택금융공사 홈페이지 캡쳐 화면

◇ "정부 정책인데 따라야"…실효성 논란 여전

반면 주택담보대출 비율이 높은 시중은행들은 이자 감소로 인한 리스크가 불가피하다는 반응이다. A은행 관계자는 "당국에서는 수수료 이익 등 긍정적인 부분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수수료는 일회성으로 소멸되는 것인 반면, 전환대출은 상당기간을 보유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그로 인한 이자 감소 등의 손실이 더 크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 관계자는 "40조원 규모의 MBS를 시중은행들이 향후 1년 동안은 보유해야 하는데, 그 기간 동안 금리가 어떻게 변화할지도 장담할 수 없는 부분 아니냐"며 "나중에 되판다고 하더라도 은행들이 비슷한 시기에 보유하게 됐기 때문에 한꺼번에 매도하면 가치는 더 하락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B은행 관계자도 "판매가 많을수록 명백하게 손해"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출 금리 자체가 1%p 가량 내려간 것이고 결국 대출금이 우리 계정에서 빠져서 기금 계정으로 나가는 구조이기 때문에 마진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주택담보 대출 비중이 적은 은행들의 반응도 비슷했다. C은행 관계자는 "우리 은행은 상대적으로 주담대가 적어 안심전환대출 판매도 크지 않은 상황이지만 판매에 따른 손해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라며 "비중이 많은 은행들은 뼈아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은행들은 안심전환대출이 수익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데 수긍하면서도 "금융당국의 주도 아래 진행되는 일이라 따를 수밖에 없다"며 표정관리를 하는 분위기다.

D은행 관계자는 "아무래도 기존 상품과 이자 차이가 나는 건 어쩔 수 없다"면서도 "가계부채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은행이 어느정도 손실을 감내할 수 밖에 없다는 게 내부 분위기"라고 전했다. C은행 관계자는 "안심전환대출로 인한 손해가 현재 업계에서 거론되는만큼 큰 규모는 아닐 것"이라며 "손해가 난다고 하더라도 고객들에게 이익이 되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정책이 가계부채의 구조개선 효과에 어느정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도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총량을 제한하는 역할은 어느 정도 할 수 있을지 몰라도 질적으로 열악한 2금융권 대출은 그대로 놔둔 채 감행하는 현 정책이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는 의문"이라며 "추가 증액에 있어 대출 자격 요건을 주택 가격 순으로 기준을 뒤바꾼 것도 시장 혼란을 초래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 증권가 "실적감소 및 주가하락 불가피"

증권가에서는 이번 안심전환대출 추가 공급 결정과 관련해 은행주가의 단기적인 하락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이익감소에 대한 우려는 1차 공급때 선반영된 만큼 하락폭이 깊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황석규 교보증권 연구원은 "지난주에도 은행주의 흐름이 안심전환대출의 연장판매 여부에 따라 등락을 반복했는데, 실제 주말에 이러한 결정이 내려짐에 따라 주 초반 은행주는 다시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며 "다만 은행주는 이미 이러한 요인을 어느 정도 반영한 PBR 0.51배에 불과하기 때문에 하락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울러 금융당국이 이번 안심전환대출을 '마지막' 추가 공급이라고 언급함에 따라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됐다는 평가도 있다.

전배승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안심전환대출 증액 우려는 최근 은행주 주가에 상당부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증액분 20조원은 주택금융공사의 자본여력상 공급 가능한 최대 규모로 추가적 규모 확대는 없을 것이라는 예상과 더불어, 2금융권으로 확대시행 역시 없을 것이라는 소식은 안심대출 추가확대 관련 불확실성 요인을 어느정도 해소시킨 것으로 판단된다"고 진단했다.

이철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안심전환대출 확대로 은행들은 평균적으로 약 1% 수준의 수익을 포기해 희생으로 간주하는 시각이 팽배하다"며 "그러나 소비자 및 시스템 보호를 앞세워 희생을 요구하는 정책은 적어도 은행(지주)에게는 끝나가는 시점이기 때문에 은행(지주) 업종에 대한 '비중확대' 의견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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