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채권단, 현대그룹에 2천억원 돌려줘라"
법원 "채권단, 현대그룹에 2천억원 돌려줘라"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현대건설 인수전 당시 이행보증금 반환 판결…채권단 항소 검토

[서울파이낸스 성재용기자] 현대그룹이 2010년 현대건설 인수전 당시 채권단에 납부했던 이행보증금 중 2000억원 상당을 돌려받을 수 있게 됐다. 이에 채권단은 판결문의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한 다음 항소 여부를 결정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25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1부는 현대상선이 외환·우리·신한·KB국민은행, 정책금융공사 등 현대건설 채권단 8곳을 상대로 낸 이행보증금반환청구소송 1심 재판에서 "채권단은 현대상선이 납부한 이행보증금 2755억원 중 75% 해당하는 2066억여원을 반환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현대그룹은 2010년 현대건설 매각이 진행될 당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채권단에 이행보증금 2755억원을 납부하고 인수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그러나 채권단은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인수자금이라고 밝힌 프랑스 법인의 나티시스 은행에 있던 예금 1조2000억원의 출처를 문제 삼아 양해각서를 해지했다.

현대건설은 이듬해 현대차그룹에 인수됐고, 현대그룹은 일방적으로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박탈당해 손해를 봤다며 손해배상 청구액 500억원과 앞서 납부한 이행보증금 2755억원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당시 양자 간의 인수합병 양해각서가 해지된 것은 현대그룹에 귀책사유가 있다고 보고 원고의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주식 매각의 특성상 자금조달증빙은 중요한 문제였고, 프랑스 은행계좌에 있는 자금의 성격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후 밝혀진 만큼 당시 현대그룹은 추가적인 해명을 했어야 했다"며 "채권단의 해명요구는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이뤄졌으므로 양해각서 해지는 이에 응하지 않은 현대그룹에 책임이 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재판부는 현대그룹이 납부한 이행보증금 전체를 채권단이 몰수하는 것 또한 부당하게 과하다고 판단, 이행보증금 중 25%인 689억여원을 손해배상액으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채권단의 염려와는 달리 현대그룹 측 인수대금 지급의 불확실성은 해지 당시까지 구체화되지 않았고, 이 과정에서 주식매각절차가 크게 지연됐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또한 현대그룹이 매수의사를 적극적으로 밝혔지만 정밀실사 기회조차 갖기 못하는 등 인수자가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철회하는 경우와는 달리 평가해야 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채권단은 항소하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다만 판결문이 대략 일주일 뒤에 채권단과 현대그룹으로 전달되는 만큼 재판부의 판결 근거 등을 구체적으로 확인한 다음 입장을 정할 예정이다.

한 채권단 관계자는 "현대그룹이 소송을 제기하지 않았다면 채권금융기관들이 적게는 200억원에서 많게는 900억원가량씩 나눠 갖게 됐을 것"이라며 "항소하지 않을 경우 나중에 감사 등을 통해 (경영진에 대해)배임 논란 등이 불거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