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업계의 예보 불만
저축은행 업계의 예보 불만
  • 김성욱
  • 승인 2005.02.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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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예금보험공사는 지난해 영업정지에 들어간 부산의 한마음상호저축은행에 대한 재매각 작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미 한차례 금융감독원에서 매각을 시도했으나 인수에 나서겠다는 곳이 없이 무산된 바 있다.

예보에서는 금감원의 이러한 인수 조건이 강제 규정이 아니기 때문에 융통성을 발휘해 조건을 완화하면 매각이 성사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시 말해 너무 까다롭기 때문에 재추진을 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금융계에서는 예보의 재도전(?)이 무리한 저축은행 매각 시도라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즉 예보가 돈이 없기 때문에 원칙을 깨는 무리수를 선택했다는 시각이다.

현재 예보가 보유한 예금보험금 기금 액수는 약 1조6천억원 정도에 달하고 있다. 각 금융권별로 계정이 세분화돼 있는데, 저축은행 계정은 1천억원 이상 마이너스인 상태다. 여기에 한마음을 포함해 최근 영업정지에 들어가 매각이 추진 중인 아림, 한중, 플러스저축은행 등 4개사가 모두 청산된다면 예보 저축은행 계정의 마이너스 규모는 7천여억원이 늘어나 총 8천억원 마이너스 규모가 된다.

이에 대해 예보는 저축은행이 부실경영을 했기 때문에 저축은행 계정이 마이너스로 돌아서게 됐다며 모든 책임을 저축은행업계에 떠넘기고 있다.

물론 이 말에 대해서 저축은행업계는 많은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그러나 예보의 말이 백번 옳아 저축은행업계가 부실해져 예보의 계정이 마이너스로 돌아서게 된 것이라면, 한마음저축은행의 재매각에 성공하더라도 다시 부실해져 오히려 예보의 부담만 커질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예보 스스로 자충수(自充手)를 둔 셈이다.

또한 저축은행업계 일각에서는 한마음저축은행의 재매각은 ‘특혜’라는 지적이 제기되고도 있다. 다른 저축은행은 기회를 준 적이 없는데, 한마음에 대해서만 기회를 주는 것은 문제라는 것이다.

자금의 부족을 재매각을 통해 피해보려고 하지만, 재매가각을 시도하게 되면 매각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면 이미 많은 예금은 빠져나간 후이기 때문에 한마음에 대한 메리트는 더욱 축소될 수밖에 없고, 마이너스가 될 예보의 계정은 돌이킬 수도 없다.

예보에서는 청산보다는 매각이 유리하다는 말을 한다. 이에 대해 저축은행업계를 포함해 금융계 전체가 동감하고 있다. 그러나 인수할 곳이 없다는 점이 문제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매각이 가능하다면 하는 것이 좋은 것은 사실이지만, 인수에 나설 곳이 없다는 것이 문제”라며 “이는 금감원의 조건이 너무 까다롭기 때문만은 아니고, 이 또한 예보에서도 알고 있는 사실 일 것”이라고 말했다.

예보의 재매각 시도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예보의 생각도 금융권의 생각도 모두 예측에 불과하다. 예보의 판단이 맞다면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돈 없는 예보의 시도가 금융권의 예측대로 된다면 그 책임은 누가질 것인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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