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몸통도 원인 규명도 없는 '꼬리 자르기'
(데스크 시각)몸통도 원인 규명도 없는 '꼬리 자르기'
  • 이양우
  • 승인 2003.02.1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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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불법송금과 관련,현대상선의 4천억원 대출에 연루된 산업은행 박상배 부총재가 해임 제청되자 금융권 일각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한마디로, 박 부총재가 당시 대출 책임자이긴 했지만 심부름꾼에 불과했을 것인데 박부총재를 징계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 대북송금이 대북정책차원의 통치행위니 만큼 사법처리 대상이 아니다는 대통령의 해명을 놓고 정치권에서 공방이 한창인 상황이다.
이런 시점에 박부총재의 해임제청은 몸통의 주체는 물론 대출의 절차에 대한 분명한 원인규명조차 이뤄지지 않은 채 꼬리만 속죄양으로 삼는 것이라는 불만을 사기에 충분해 보인다.

박부총재 해임제청은 얼마전 불거진 당시 김경림외환은행장의 대북송금 인지여부 논란과도 성격이 비슷하다.

김전행장이 대북송금 사실을 인지 했는지 여부는 아직 불확실하다.다만 김전행장은 부인하고 있지만.
그런데, 대다수 금융인들은 당시 그 어느 행장이라고 해도 과연 대북송금사실을 인지하고 과연 거부의사를 밝힐 수 있었겠는가라고 반문한다.

박 부총재에 대한 해임제청은 현대상선에 동일인 신용공여한도를 초과하는 대출을 해준 것은 산은법 위반이라며 감사원이 인사조치를 요구한데 따른 것.

하지만, 산은 부총재의 임면권을 쥐고 있는 재경부 장관은 아직 해임여부를 결정하지도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엄낙용 전 산은총재는 작년 국감에서 당시 산은 총재였던 이근영 금감위원장에게 물었더니 청와대 한광옥 비서실장의 지시가 있어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고 밝힌 바 있다.

돌이켜 보건대, 과거 금융인들이 이런 저런 정치적 사건에 연루돼 옷을 벗거나 가고 싶지 않은 억울한 감옥행을 강요당한 사례는 숱하게 많다.

그때마다 금융권은 술렁였고, 불만을 토로했지만 대부분 무시됐다.

지금까지 언론보도와 그를 근거로 한 정황으로 보아 이번 사건은 국가 최고 통치권자인 대통령의 의사결정이 적절했는지 여부를 따져야 하는 중차대한 사안이다.

과거 일부 정치집단이나 정치인의 이해와 맞물린 정치 관치금융 사례와도 그 성격이 다르다.

대북송금의 적정성여부에 대한 정치권의 해석이 선행돼야 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온 나라 전체가 술렁이고 있는데 그깟 은행원 몇명을 벌주는 것이 그리 급하단 말인가. 누가 보더라도 순서가 뒤바뀐 조치가 아닐 수 없다.

그 모두를 차치하고라도, 감사원이 지적했듯이 당시 대출의 최종 결정권자였던 이근영 현 금감위장은 그럼 또 무엇이란 말인가. 스스로 퇴진하란 것인지, 아니면 면죄부를 준 것인지, 그도 저도 아니면 꼬리가 아니라는 뜻인지.
당사자도 가시방석이겠지만 기자도 헷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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