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언론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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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금융신문사
  • 승인 2003.02.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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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국장. 그럼 은행 합병건은 아무 이상 없이 그대로 진행되는 거요?”
충석은 점심 식사 후 나른한 오수를 즐기고 있던 재경부 김 국장에게 라이타 불을 건네주며 넌지시 물었다. 김 국장은 깊숙히 담배를 한 모금 빨더니 연기를 길게 품으며 새우 눈으로 충석을 건네 보며 시큰둥하게 한마디한다.

“뭐, 별일 있겠습니까. 진행되던 대로 가는 거지요. 대성은 동방으로 넘기고 한성은 외국에 넘기고 동화는 문 닫고. 지금 대충 그렇게 진행되는 것 아닙니까. 장관 바뀐다고 한번 정한 원칙이 자꾸 흔들리면 되겠습니까.”
“그래요? 그런데 왜....”

충석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김 국장의 눈이 반짝하고 빛난다.
“왜요. 무슨 소문이라도 있습니까?”

“아니. 오늘 아침 청와대 출입하는 선배가 은행 통폐합 정책 전반을 재검토한다는 소리를 하길래. 뭐 수석하고 저녁 먹는 자리에서 그런 말이 나왔대나. 장관도 이미 알고 있는 모양이던데. 김 국장도 한번 알아보쇼. 나중에 엉뚱한 소리해서 물먹지 말고.”
“그래요? 그럼 안되는데.”

김 국장이 자세를 고쳐 앉으면서 본격적으로 관심을 보인다.

‘청와대 수석 비서한테서 나온 소식이라는데 네놈이 무심한 척 할 수 없지. 그런데 이친구도 이미 동방에서 쥐약을 먹었구만. 대뜸 안 된다고 하는 것을 보니.’

평일은 속으로 입맛을 쩍하고 다시며 불도 안 붙인 담배를 한 모금 빠는 시늉을 했다.
“확실한 겁니까. 김 차장.”

“아무렴 청와대 수석이 빈말 할까. 뭔가 분위기가 달라지는 것 같던데. 한성을 외국에 넘기는 거야 미국의 압력이 워낙 심하고 또 IMF와의 약속이니 어쩔수 없다해도 대성을 동방에 넘기는 것은 재검토할 모양이던데. 대성의 경영이 급속히 정상화 되고 있는 모양이야. 자생력이 있다는 여론도 나오고 있어.”

“어 참. 난감하군. 정권이 바뀌고 사람이 바뀐다고 정책이 왔다 갔다 해서야 어디 실무자들 일해 먹겠나.”

“그나저나 정치권에서 그렇게 나오면 재경부는 어떻게 할거요. 그냥 밀어 부칠거요. 아니면 재검토 할수도 있는거요. 장관은 어쩔 것 같소?”
“우리야 청와대에서 재검토하라면 시키는대로 해야지. 만약 김 차장 말이 사실이고 여론이 그렇다면 공청회라도 다시 열어야지. 정책이야 언제나 가변성이 있는 거니까. 좀 더 두고 봅시다. 대성은행 건이야 한성은행을 미국펀드에 넘기는 것하고는 다른 차원이니까. 시간적인 여유를 두고 충분히 검토할 수 있는 문제 아닙니까.”

‘녀석 약삭 빠르긴. 하기야 그러니까 그 자리에 오래 붙어 있지.’
“자, 그럼 계속 쉬시오. 난 갑니다.”
충석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김 국장이 돌아 나가는 충석에게 한마디 한다.
“어, 김차장. 쓸거요?”

충석도 뒤를 돌아보며 한마디 했다.
“그럼 기자가 취재 했으면 써야지. 참새가 방앗간 그냥 지나가는 것 봤소.”
“어허 참. 그럼 너무 크게 쓰지는 마쇼. 아직 아무것도 정해진게 없으니까.”
‘이 사람아 정해진게 왜 없어 청와대의 수석비서가 기자들을 데리고 술 먹으면서 한마디 했으면 그게 정해진거지.’

충석은 속으로 한마디하며 노트북을 펼치고 전화선을 찾아 꽂았다.


충석은 송고를 마치고 데스크로부터 전화 오기를 기다리며 빈담배를 깊숙이 한모금 빠는 시늉을 했다. 타지 않은 담배 냄새가 목구멍 깊숙이 넘어갔다.

‘마감이 촉박했으니 금방 전화가 올 것이다.’ 충석은 하품을 하며 어제 있었던 평일과의 회식자리를 반추했다.
평일이 급히 만나잔다고 진숙이 연락을 했을 때만해도 충석은 그저 오랜만에 평일과의 상투적인 술자리를 생각하고 2차를 갈 것인가 말 것인가 하는 한가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퇴근 후 ‘희정’에 도착해 보니 거기에는 평일뿐만 아니라 진숙도 같이 나와 있었다.
충석은 당황한 나머지 그만 엉뚱한 소리를 하고 말았다.
“아니. 낮에는 대성은행 행장 비서실에서 근무하고 밤에는 희정에서 아르바이트 하십니까?”

“예끼. 이 사람아. 지금 이순간은 내 비서가 아냐. ‘대성은행 재건추진위’의 여행원 대표로 내가 모시고 나온 걸세.”
충석을 보고 반가워하던 진숙의 얼굴이 엉뚱한 소리에 붉게 물들자 평일이 얼른 분위기를 돌렸다.

“김 차장님 회사에서 전화요.”
기자실의 막내 미스 최가 소파에서 빈 담배를 입에 물고 졸고 있던 충석에게 소리를 질렀다.

수화기에서 강부장의 유머러스한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오이. 친애하는 김 차장. 이거 진짜야?”
“아침에 청와대 출입하는 오 부장이 한마디 하길래 그냥 만들어 본겁니다. 어제 저녁 청와대 정책수석이 기자들 몇 명하고 저녁 먹는 자리에서 그런 말을 했대요. 재경부에서도 크게 부인하는 것 같지 않아 가볍게 썼습니다.”

“아 지금 기사 거리가 없어서 그래, 좀 뻥을 치면 안될까?”
“아 데스크에서 알아서 하십시오. 저야 뭐 기사 보내면 그다음엔 부장이 알아서 하시는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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