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허브와 은행들의 '이익 챙기기'
금융허브와 은행들의 '이익 챙기기'
  • 김동희
  • 승인 2005.02.0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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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내수 부진으로 국내 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있지만 시중은행들은 사상 최고의 실적을 올렸다. IMF 이후 리스크 관리가 은행권 최고의 화두로 등장하면서 은행들이 노 리스크(NO Risk) 전략에 주력한 결과다. 사활을 건 생존경쟁에서 응당 당연한 전략이겠지만, 은행의 공공성은 점점 줄어드는 느낌이다.

최근 시중은행들은 동북아 금융허브정책에 발맞춘다며 외환업무 강화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수출, 수입과 관련한 금융업무 외에도 송금 환전 등 수수료를 확보할 수 있는 외환시장의 매력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대부분의 은행들이 기업들의 수출입부문에 대한 업무 강화보다 개인들의 송금, 환전 등 무역외 거래에만 치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앞으로 외환시장이 더욱 커질 것”이라며 “리스크 부담이 없는 무역외 거래에 대한 비중확대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당당하게 말하고 있다. 어려운 수출, 수입 업무에 대한 부담도 부담이거니와, 기업들의 리스크를 떠안고 싶지 않다는 속내도 숨기지 않고 있다.

은행들이 신수익원을 찾는다며 속이 뻔히 보이는 행태를 보이고 있는 분야는 비단 외환업무 뿐이 아니다. 기업금융도 가계금융도 모두 수수료 수익을 극대화 할 수 있는 곳에만 영업을 집중하고 있다. 특히 고정적이면서도 높은 수수료를 창출하는 사업에는 금융권역을 막론하고 눈에 불을 켜고 있다. 수수료 수익을 위해 전략과 영업력이 집중되다 보니 수익이 되지 않는 일반 금융 소비자들은 갈 곳을 잃어가고 있다.

언제부턴가 은행권에 불던 디마케팅이 이제는 고착화 됐다. 수익이 되지 않는 일반 서민들은 기계(ATM기)로 내쫓기고 있고 중소기업들은 은행문턱을 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이제는 고객들이 알아서 기계로 가는 형편이다.

그런데 이 같은 현상들이 과연 미래수익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인가.
은행들이 예대마진으로 먹고 살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지만 본연의 임무를 완전 망각한 행태가 과연 은행의 장기적 수익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인가 생각해 볼 때다.

명심할 점은 고객들 또한 은행이 수익을 위해 자신들을 밀어내고 문턱을 높이고 있다는 것을 모를 리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라도 은행들은 수수료 수익이라는 당장의 달콤한 꿈에 빠져 고객들을 영원히 멀어지게 해서는 안된다.

최근 금융권의 영역 파괴가 심화되고 있다. 은행이 보험을 팔고 증권업무를 한다. 은행산업의 진입장벽도 하나 둘 허물어지고 있다. 이런 급변하는 금융환경에서 은행의 최고 자산은 고객임을 되새겨야 한다.

수익이 안되는 고객을 밀어내는 디마케팅이 단기적으로 성과를 낼 수는 있지만, 고객들이 유기적으로 얽혀있는 조직과 사회에서 이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 하루 이틀 영업할 은행이 아니라는 점에서 이 같은 속보이는 수익 챙기기는 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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