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도 모르는' 생보 사회공헌기금 사용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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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중 홈페이지 개설 내역 공개"..."4년간 뭐했나?"

[서울파이낸스 유승열 기자] 생명보험사회공헌기금으로 1100억원이나 출연됐지만 사용내역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이에, 업계 안팎은 물론 일반인들조차도 기금이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사회공헌기금은 지난 2007년 생보사 상장 결정 당시 업계가 보험가입자에게 상장 차익을 배분하지 않는 대신 조성키로 한 기금이다. 상장차익 외에도 생보사에 순이익이 발생하고 지급여력이 충족되면 법인별 소득금액의 0.25%~1.5%에 상당하는 금액이 출연된다.

생보사들은 이 기금을 사회공헌활동과 보험업계의 발전을 위해 사용하고 2026년까지 20년간 1조5000억원의 기금을 조성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출연된 기금은 2007년 274억6000만원, 2008년 358억원, 2009년 323억2000만원, 2010년 160억원등이다.

이렇게 해서, 4월 말 현재까지 생보사들이 사회공헌기금으로 출연한 돈은 총 1115억8000만원이 됐다.

생보업계는 이 기금을 사회공헌위원회를 통해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과 생보협회 사회공헌기금, 사회공헌위원회 지정법인 등 3곳을 나눠 사용하고 있다. 위원회에서는 기금을 어디에 어떻게 사용할지 정책적인 부분을 결정하고 재단과 기금, 지정법인에서는 의뢰와 심사를 통해 결정된 곳에 돈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사회공헌재단에서 사용되는 내역은 매년 공개되고 있는 반면 생보협회의 사회공헌기금 사용내역은 여전히 비공개다. 그래서, 사회공헌이 아닌 보험업계의 이익을 위해 쓰여지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유원일 의원이 "생보사들이 국민 앞에 사회공헌기금 조성을 약속해 놓고도 기금조성 실적은 미미하고 집행내역도 비밀로 하면서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쓰고 있다"고 질타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된다.

어느 단체에 지원을 했는가가 아니라 어느 분야에 쓰이고 있는지 조차 공개를 하지 않는 것은 사회공헌활동보다 보험업계 이익을 위해 기금을 쓰고 있기 때문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생보협회 관계자는 "기금의 목적은 사회공헌활동뿐만이 아니라보험업계의 발전을 위한 지원도 있다"며 "사용내역이 알려지면 여러 단체에서 지원요청이 들어와 해당 부서의 업무가 마비되는 탓에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난해 보험업계 발전에만 돈을 쓰고 있다는 비판을 불식시키기 위해 조만간 사용내역을 개할 예정"이라며 "5월 중에 홈페이지를 개설해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기금 조성 4년이 된 지금에서야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밝히겠다는 것은 뒤늦은 '불끄기'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 돈의 성격을 감안할때 이는 군색한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사회공헌기금은 '생보사 상장'의 값비싼 댓가다. 따라서, 불특정 다수인 보험계약자, 다시말해 국민의 돈이다. 공금 중에서도 공금이기에 그 어떤 돈 보다 쓰임새가 투명해야한다는 것이다.   

순천향대 김헌수 교수는 "당초 취지가 계약자에게 나눠줄 차익을 계산하기 어려우니 대신 사회공헌기금으로 내자고 한 것이기 때문에 계약자들이 기금 운영 내역에 대해 상세히 알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공헌위원들이 계약자의 이익을 대변할만한 사람인지에 대해 알 수 없다는 점도 문제"라며 "이런 식으로는 소비자 신뢰를 얻을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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