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금융권 '시대유감'

2008-08-15     공인호
[서울파이낸스 공인호 기자]<ihkong@seoulfn.com>최근 음반업계는 서태지의 컴백으로 때 아닌 특수를 누리고 있다. 서태지의 등장과 함께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노래가 있다.
▲공인호 기자 ©서울파이낸스
'시대유감'이라는 제목의 이 곡은 지난 1995년 당시 정치·사회적 문제를 담아 적지 않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13년이라는 시간적 경계를 넘어선 2008년 현재. 이 곡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일부 네티즌들 사이에서 '시대유감'은 현 정부와 빗대어 새롭게 각색하는 게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참여정부를 능가하는 낙하산인사는 물론 쇠고기파동과 촛불정국 등이 패러디의 소재로 등장하고 있으며, 시대유감은 이들 패러디를 부각시켜주는 '양념' 역할을 하고 있다.
기자가 몸담고 있는 금융권 역시 예외는 아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금융권은 하루가 멀다고 불거지는 '낙하산 인사' 논란에 조용할 날이 없었다.
경제정책과 예산·세제 등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는 물론, 금융감독 주요 사항을 심의·의결, 관리·감독하는 금융감독 당국도 낙하산 논란의 대상이 됐었다.
이와 함께 금융공기업 및 정부 소유의 금융기관 역시 낙하산 인사 논란에 몸살을 앓았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기존 낙하산 인사가 '관치'를 등에 업고 자행됐다면, 2008년 낙하산 인사는 민간에까지 그 곁가지를 뻗치고 있다는 것.
이른바 '新관치'로 불리우는 새 정부의 낙하산 논란의 중심에는 국내 최대 은행과 국내 최대 금융사가 자리하고 있다.
국내 최대 은행인 K은행은 지주회사 출범을 눈앞에 두고 있지만 적지 않은 내홍을 겪고 있다. 이 은행 노조는 지주사와 관련해 내정된 CEO들에 대해 선임자체를 무효화하는 소송까지 제기한 상태이다.
이들 CEO 선임에 대해 노조가 내세우고 있는 결정적인 무효화 사유는 금융기관 임원으로서의 자격 미달이다. 금융 CEO로서 가장 우선시돼야할 투명성과 건전성, 공익성에 흠집이 있는 인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
또 국내 최대 금융사인 W금융그룹의 회장은 오랜 금융업 경력을 가지고 있지만 회장 취임 직전 금융업과 무관한 직종에 근무했다는 점에서 석연치 않은 인상을 주기도 했다.
이처럼 낙하산 인사 논란이 이어지는 와중에 은행권은 이른바 MB맨들의 잔치상으로 변모하는 양상으로 전개돼 왔다.
실제로 은행권 최대 금융사 4개 중 MB 측근 인사로 분류되지 않는 금융사 회장은 S지주 단 한곳 뿐이다.
이 때문에 덩치경쟁에서 밀린 H지주사는 올 초까지만 해도 MB측근을 지주사 회장으로 둔 덕분에 수혜가 예상되기도 했으나, 결국 '제로베이스' 상황으로 되돌아갔다는 우스갯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민간 금융회사마저 정부의 입김 아래 들어간 은행권. 금융선진화라는 공허한 외침이 함께하는  2008 금융권의 '시대유감'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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