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메타 MR·VR 경쟁, 게임업계 기회될까?

애플·메타, 이달 MR·VR 기기 '비전 프로'·'퀘스트3' 나란히 공개 게임업계 "MR·VR 게임 진입장벽 여전히 높아···대중화 시간 걸릴 것"

2023-06-08     이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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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이도경 기자] 최근 코로나19 엔데믹 전환 등으로 사그라든 가상현실(VR) 시장의 열기가 애플, 메타의 신규 기기 출시로 다시 뜨거워지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VR 게임을 개발해오던 국내 게임업체들이 다시 기회를 얻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헤드셋 기기 가격이 지나치게 높아 당장 게임 시장에 호재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 5일(현지시간) 연례개발자회의(WWDC)에서 첫 MR(혼합현실)기기인 '비전 프로'를 선보였다. MR은 VR과 증강현실(AR)을 융합한 개념으로, 현실과 가상 간 상호작용을 구현한 기술이다.

공개된 비전 프로는 애플이 만든 최초의 착용형 공간 컴퓨터로, 별도의 컨트롤러 없이 눈동자 움직임과 손가락 제스처만으로 기기 제어가 가능하다.

애플의 비전 프로 공개에 앞서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모회사인 메타 역시 지난 1일 ‘메타 게이밍 쇼케이스’를 통해 차세대 VR 기기 '퀘스트3'를 공개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최고 경영자)는 이날 행사에서 퀘스트3가 전작보다 40% 얇아진 크기와 함께 해상도와 디스플레이 부문에서 큰 개선을 이뤘다고 설명했다.

애플과 메타가 VR 기기 시장에서 격돌하며 일각에서는 VR게임을 준비하던 각 게임사들에 호재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부풀고 있다.

앞서 VR 게임 시장은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외부 활동의 대체제로 여겨지던 메타버스, VR 열풍과 함께 주목받았다. 하지만 코로나19 엔데믹 전환과 함께 챗GPT 등 생성형 AI(인공지능)이 화제를 앗아가며 다소 시들해지는 모습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DC는 오는 2026년까지 세계 게임 시장에서 VR 게임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이 25% 수준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게임 시장조사 업체 뉴주(Newzoo) 역시 VR게임 시장 규모가 지난 2019년 약 5억달러(약 6640억원)에서 오는 2024년 약 32억달러(4조25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같은 전망과 함께 국내 VR 게임 개발 기업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스마일게이트는 국내 게임사 중 VR 게임 개발에 가장 적극적인 기업으로 꼽힌다.

스마일게이트는 지난 2015년 산하 VR 스튜디오를 설립하고, 8년간 VR 콘텐츠와 관련한 개발을 지속하고 있다. 올해 여름에는 자사 대표 IP(지적재산) ‘크로스파이어’를 활용한 ‘크로스파이어: 시에라 스쿼드’ VR 게임 출시를 앞두고 있다.

컴투스 역시 지난 2월 VR 자회사 '컴투스로카'의 첫 VR 게임 '다크스워드'를 중국 VR 스토어 '피코'(PICO)를 통해 현지 출시했다. 컴투스는 향후 VR 스토어 점유율 1위인 '메타 스토어' 입점을 통해 북미, 영국, 프랑스, 일본, 대만 등에 진출할 계획이다.

다만 업계는 애플과 메타의 이번 MR, VR 기기 출시가 단기간 내 게임 시장에 영향을 끼치지는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애플 '비전 프로'와 메타 '퀘스트3'의 소비자 가격이 매우 높아 VR 게임의 진입 장벽 해소로 이어지는 데 무리가 있다는 분석이다.

애플이 공개한 '비전 프로'의 소비자 가격은 3499달러(약 454만원) 수준의 고가로 책정됐으며, 메타 '퀘스트 3'의 소비자 가격 역시 499달러(약 66만원)로 비전 프로보다는 저렴하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VR 게임의 진입장벽은 게임이 아무리 재미있어도 기기 등에 대한 소비자의 구매력이 부족할 경우 즐길 수 없다는 부분에 있다"며 "애플의 비전 프로와 메타의 퀘스트3 등 최근 출시된 기기들 역시 가격이 저렴하다고 보기 힘들기 때문에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번 애플과 메타가 공개한 기기가 기존의 패러다임을 한 단계 끌어올리고, 기존과 다른 시각적 비전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업계의 기대감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대중화는 다른 문제이기 때문에 당장 산업 형성과 유통으로 이어지기 위한 소비자 확보를 위해선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