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사외이사 교체기 앞두고 '관치 압박' 커지나

4대 금융지주 사외이사 85% '내년 3월 임기' 금감원장 발언 후 거세진 인사·지배구조 '외풍'

2022-11-22     김현경 기자
(왼쪽부터)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금융그룹 최고경영자(CEO) 인사 시즌을 앞두고 금융당국의 외압이 거세지는 가운데 인사 방향키를 쥔 사외이사들의 임기에도 금융권이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국내 4대 금융지주 사외이사의 85%가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어서다.

어려운 경제 여건상 사외이사 변화의 폭이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한편, 이사회를 향한 금융당국의 높아지는 압박 수위가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금융 등 4대 금융지주의 사외이사 34명 중 29명의 임기가 내년 3월 종료된다.

KB금융은 7명의 사외이사 중 올해 초 선임된 최재홍 이사를 제외하고 선우석호·최명희·정구환·김경호·권선주·오규택 등 6명의 임기가 내년 3월 종료된다. KB금융의 경우 사외이사의 5년 초과 연임이 불가능해 2018년 3월 선임된 선우석호·최명희·정구환 등 3명의 사외이사를 교체해야 한다.

선우석호 이사는 재무 분야, 최명희 이사는 내부통제 분야, 정구환 이사는 법률 분야 전문가다. 재무, 내부통제, 법률 등은 어려운 경영환경에서 중요성이 커지는 분야인 만큼 관련 분야의 전문가면서 현 정부와의 가교 역할을 할 인물을 영입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사외이사가 가장 많은 신한금융에선 12명의 사외이사 중 김조설 이사를 제외한 11명의 임기가 내년 3월 만료된다. 박안순·변양호·성재호·이윤재·허용학·진현덕·윤재원·이용국·배훈·곽수근·최재붕 등 11인이 대상이다. 이 중 일본계인 박안순 이사는 2017년부터 신한금융의 사외이사를 맡았던 만큼 이번이 마지막 임기다. 신한금융 사외이사는 임기가 6년 이내로 제한된다.

하나금융에선 사외이사 8명 허윤·김홍진·양동훈·이정원·백태승·권숙교·박동문·이강원의 임기가 모두 내년 3월 종료된다. 하나금융의 사외이사 임기가 최대 6년인 점을 고려하면 현재 연임이 불가능한 이사는 없다. 다만, 함영주 회장 체제에서의 변화가 예상된다는 시각도 있다.

외풍 논란에 맞닥뜨린 우리금융의 경우 사외 이사진의 의중이 손태승 회장의 연임 여부를 가를 핵심 키가 될 수 있어 이목이 쏠린다. 사외이사 7명 중 노성태·박상용·정찬형·장동우 등 4인의 임기가 내년 3월 종료된다. 이들 모두 6년의 임기 제한을 모두 채우지 못했고 과점주주 추천 인사란 점을 고려하면 유임 가능성에 힘이 실린다.

통상 금융지주 사외이사는 최대 임기를 채우기 전까지 무난하게 연임에 성공해왔다. 특히, 경기침체 등 경영환경이 악화된 상황에서는 무리하게 변화를 주기보다 연임을 통해 안정을 추구하는 사례가 대부분이었다.

다만, 정권이 바뀐 올해는 분위기가 다를 수 있다는 관측이 조심스레 나온다. 최근 금융그룹 CEO 인사와 지배구조를 둘러싸고 금융당국의 외압이 거세지고 있어서다.

앞서 김지완 BNK금융 회장은 자녀가 근무하는 회사에 특혜지원을 몰아줬다는 의혹을 받아 지난 7일 조기 사임했다. 정치권과 금융당국이 김 회장에 대한 의혹 조사에 나섰기 때문이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은 과거 라임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 책임을 물어 금융위원회로부터 중징계를 받으면서 연임이 불투명해졌다. 두 회장 모두 임기 만료를 앞두고 금융당국의 개입이 있었다는 점에서 외풍 우려가 커진 상황이다.  

특히,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14일 8개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 간담회에서 "CEO 선임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발언한 것을 두고, 인사 외압이 공식화됐다는 의견이 업계에서 나온다. 금융당국 수장이 인사철에 직접 은행지주 이사회를 불러모아 승계절차와 관련된 메시지를 던진다는 것 자체가 이례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금융그룹 지배구조를 둘러싸고 금융당국의 개입이 점차 가시화되면서 금융사들도 정부 의중을 파악하기 위한 물밑작업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정부와의 소통에 능한 인물을 새 사외이사로 영입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게 업계 진단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오랫동안 금융지주 이사회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이 있었지만 당국의 개입에서 생각보다 독립적이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정부와의 소통을 통해 외풍을 막아낼 수 있는 사외이사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