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비금융 자회사 소유 길 열린다···금산분리 완화 '시동'

부수업무·비금융 자회사 출자 확대···내년 초 상정 업무위탁 제도도 개선···금융사 업무 효율 높인다

2022-11-15     김현경 기자
사진=금융위원회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정부가 금산분리(금융자본-산업자본 분리) 규제 완화 논의를 본격화하면서 금융회사의 비금융 자회사 출자 범위가 대폭 확대될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당국의 높은 규제 문턱을 넘지 않고도 배달, 통신 등 다양한 비금융 서비스를 금융사가 직접 제공할 수 있는 길도 열린다.

금융위원회는 내년 초 금산분리 규제 완화를 목표로 제도개선 방향을 다각도로 검토한다고 15일 밝혔다. 이날 발표는 지난 14일 제4차 금융규제혁신회의에서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한다.

금산분리 규제는 금융자본(금융회사)과 산업자본(비금융회사)이 결합하는 것을 제한하는 원칙이다. 기업이 금융회사를 사금고화하거나 금융사 소유 기업이 부실화돼 예금고객에 피해가 돌아가는 것을 막기 위해 마련된 규제다. 그러나 금융과 산업 간 결합을 통한 혁신기술·시너지 효과 등을 가로막는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고 최근 디지털화, 빅블러 현상 등 금융환경이 급변함에 따라 금산분리 제도도 시대에 맞게 개선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우선 금융위는 금산분리 제도 중 금융회사의 부수업무 및 자회사 출자범위 확대 방안을 중점 논의하기로 했다. 규제 개선은 크게 △포지티브(열거주의) 리스트 확대 △네거티브(포괄주의) 전환 및 위험총량 규제 △자회사 출자 네거티브화 및 부수업무 포지티브 확대 등 3가지 방향으로 논의한다.

포지티브 리스트 확대는 현행과 같이 부수업무와 자회사 출자가 가능한 업종을 열거(포지티브 방식)하되, 기존에 허용된 업종 외 디지털 전환 관련 신규업종, 금융의 사회적 기여 관련 업종 등을 추가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감독규정 개정과 유권해석을 통해 금산분리 완화를 신속하게 추진할 수 있고, 금융회사가 본업보다 비금융업에 집중하는 등의 리스크를 제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두 번째 안인 네거티브 전환 및 위험총량 규제의 경우 상품 제조·생산 등 일부 업종을 제외한 부수업무를 전면 허용하되, 자회사 출자한도 등의 위험총량 한도를 설정해 비금융업 리스크를 통제하는 방식이다. 새로운 업종에 대한 탄력적인 대응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법률 개정이 필요한 만큼 제도 완화까지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 또 본업과 관련이 낮은 비금융업 영위에 따른 새로운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고 이에 따른 금융사의 관리부담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

첫 번째 안과 두 번째 안을 적절히 섞는 방안도 있다. 자회사 출자는 네거티브화하되, 부수업무에는 포지티브 방식을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 대상이다. 이 경우 금융회사 본체와 자회사를 구분해 각각의 특성과 리스크 수준에 맞게 규제를 설계할 수 있다. 금융회사 본체가 직접 수행하는 부수업무는 보수적으로 확대해 리스크와 이해상충 우려를 경감하고 자회사 출자는 보다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이 방안 역시 법률 개정이 필요해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수 있고, 자회사를 통한 다양한 비금융업 수행에 따른 리스크 관리 부담, 이해관계자 간 갈등 소지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금융위는 3가지 방안을 두고 제도 개선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구체적인 방안을 내년 초까지 마련할 계획이다. 해당 방안은 내년 초 열리는 금융규제혁신회의에서 상정·심의한다.

이와 함께 금융위는 업무위탁 제도도 개선하기로 했다. 업무위탁 제도는 금융회사가 인가 등을 받은 금융업무, 겸영업무, 부수업무 등을 영위하기 위해 제3자(개인을 포함)의 용역 또는 시설을 활용하는 것을 뜻한다.

업무위탁 제도는 금융회사의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제도지만 업권에 따라 근거규정이 상이해 제도의 효과가 크지 않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특히, 업권 간 상이한 업무위탁 범위로 금융회사가 핀테크와의 협업에 제한이 생기는 등의 문제도 이어졌다. 이에 금융위는 업무위탁 효과를 높일 수 있도록 규율체계 개선에 나서기로 했다. 업무위탁 제도와 관련해선 상위법 위임근거 마련 여부, 규율체계 통합·일원화 여부, 수탁자에 대한 검사권한 신설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방침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산분리 제도와 업무위탁 제도개선에 대해선 금융권뿐만 아니라 관계부처, 핀테크산업협회, 중소기업중앙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할 것"이라며 "내년 초 금융규제혁신회의에 구체적인 방안을 상정·심의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