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경제' 강조했던 강석훈 산은 회장···'부산이전 반발' 직면

'저지' 시위 노조에 막혀 첫출근 무산 국회의원 시절 '지역경제 활성화' 강조 임시거처 마련···출근까지 '험로' 예고

2022-06-08     김현경 기자
강석훈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첫 출근길에 올랐던 강석훈 신임 산업은행 회장이 '본점 부산 이전'을 반대하는 노동조합에 막혀 발길을 돌렸다. 노조는 부산 이전 계획을 철회하겠다는 확답을 듣기 전까지 출근저지 시위를 계속할 예정이어서 강 회장이 공식 출근해 업무를 보기까지 험로가 예상된다.

지난 7일 산업은행 회장으로 임명된 강 회장은 8일 오전 8시50분경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으로 첫 출근을 시도했지만 정문에 대기하고 있던 노조원들에 막혀 내부 진입에 실패했다.

이날 노조는 "(강 회장이) 본점 지방이전 미션을 부여받고 올 것이라는 점을 자명하다"며 "전문성 없고 산은 본점을 지방으로 이전하겠다는 낙하산 인사를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강 회장은 노조원과 대치한 채로 "여러분이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시는지 다는 몰라도 이렇게 뜨거운 뙤약볕에서 목놓아 말씀하는 이유를 모르지 않는다"며 "함께 대화하고 같이 풀어나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일할 수 있게 기회를 달라"고 답했다.

또 한 노조원이 "지방 이전이 맞다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강 회장은 "그 부분도 대화의 대상이 된다고 생각한다. 같이 논의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강 회장은 "대화와 소통을 통해 문제를 같이 해결해 나갔으면 좋겠다"고 거듭 밝혔으나 노조원들의 반대에 막혀 결국 출근하지 못하고 약 10분 만에 발길을 돌려야 했다.

발길을 돌린 강 회장은 기자들과 만나 "오늘 출근하러 왔는데, 아쉽게도 출근을 못했다"며 "향후 산업은행 전직원들과 열린 마음으로 소통하면서 과제를 해결해 나가려 한다"고 짧게 소감을 밝혔다.

강 회장의 출근이 막히면서 이날 오후로 예정됐던 취임식도 무기한 연기됐다. 노조는 부산 이전 계획을 철회하도록 윤석열 대통령을 설득하겠다는 답을 듣기 전까지 강 회장에 대한 출근저지 시위를 이어갈 예정이다.

산은 노조 관계자는 "부산 이전 계획 철회와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 따른 낮은 임금인상률 등의 문제를 논의할 수 있도록 합의서를 마련해 놓은 상태"라며 "(강 회장이) 합의서에 서명을 하기 전까지는 출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 회장은 학계와 국회, 대통령실을 두루 거치며 오랜 기간 금융·경제정책을 연구해온 정책금융 전문가다. 2016~2017년 박근혜 정부 시절 제19대 새누리당 국회의원을 지낸 뒤 청와대 경제수석을 맡아 경제정책을 총괄한 경험이 있다. 이후 윤석열 대통령의 경제교사로 활동해온 그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당선인 정책특보를 지내는 등 윤 대통령과 가까운 인물로 꼽힌다.

이런 까닭에 강 회장이 산은 회장으로 임명된 것을 두고 금융권 일각에선 정부가 산은 부산 이전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실제 강 회장은 지난 2016년 국회의원이던 시절 지역 신산업을 육성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자는 취지의 '규제프리존 특별법'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특정 지역에 한해 규제를 대폭 풀어 기업이 지역에서 자유롭게 경영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통해 지역 주도의 전략 산업을 육성하자는 게 특별법의 핵심 골자다.

윤석열 정부 또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유로 산은 부산 이전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강 회장이 같은 철학을 공유하고 있을 것이란 게 업계의 진단이다.

출근에 실패한 강 회장은 인근에 임시거처를 마련하고 업무 보고를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곧 노조와 다시 한번 대화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지만 부산 이전 문제를 두고 윤 대통령과 경제철학을 공유하고 있는 강 회장과 노조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릴 것으로 관측되는 만큼 대치상황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