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증시 불황에 생보사 1분기 실적 '울상'···RBC비율도 '뚝' (종합)

올 1분기 생보사 9곳 순익 전년比 57%가량 감소 자본건전성 '빨간불'···농협생명 당국 권고치 하회

2022-05-16     유은실 기자
(사진=픽사베이)

[서울파이낸스 유은실 기자] 국내 주요 생명보험회사의 올해 1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57.38% 급감했다. 이번 실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금리였다. 금리상승발(發) 증시 부진으로 변액보험 보증준비금 적립 부담이 커지면서 이차익 실적이 악화되고 투자수익은 저조했다. 금리인상에 따라 채권가격이 하락하면서 건전성 지표도 떨어졌다. 농협생명의 RBC비율은 금융당국의 권고치인 150% 밑으로 하락했다.

1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 1분기 생보사 9곳(삼성생명·한화생명·교보생명·신한라이프·NH농협생명·미래에셋생명·푸르덴셜생명·동양생명·KB생명)의 순이익은 969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7.38% 감소했다. 

회사별로 보면 삼성생명(3022억원)과 한화생명(509억원)이 각각 전년 대비 72.9%, 73.8% 급감했다. 특히 삼성생명의 순이익이 급감했는데 지난해 1분기 삼성전자 특별배당(6470억원)이 순익이 잡힌데 따른 기저효과가 사라진 영향이 컸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 교보생명(2797억원)은 44.0% 감소했고 푸르덴셜생명(741억원)과 동양생명(676억원)도 34.0%, 39.6% 줄었다. 신한라이프(1524억원)의 경우도 15.6% 감소했다. 1년 전 15억원 순손실을 기록한 KB생명의 손익은 166억원 쪼그라든 181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미래에셋생명(176억원)·NH농협생명(430억원) 2곳만 전년 대비 순익이 증가했다. 

지난해 전직지원 실시·연결납세 적용에 따른 일회성 비용 등이 반영되면서 올해 생보사 실적에 영향을 미쳤지만, 주식시장 부진으로 인한 변액보험 보증준비금 적립 부담이 커지면서 1분기 성적표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변액보험은 상품 판매 시점의 보험료 산출 이율보다 투자수익률이 낮아지면 차액만큼 보증준비금을 적립해야 한다. 주식이나 채권 시장 상황이 좋지 않으면 보험사의 책임준비금 전입액 부담도 덩달아 늘어나게 구조다. 이렇게 보증준비금이 커지면 보험사의 이차익 손실은 커지게 된다.

예컨대 올해 들어 증시 여건이 비우호적인 방향으로 바뀌면서, 삼성생명의 변액보증손실은 전년(360억원)에 비해 1770억원 늘어난 213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증시 활황으로 변액보험준비금이 환입되면서 변액보증손실금 규모가 2020년(3550억원)에 비해 큰 폭 축소된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같은 이유로 생보사들이 거둬들인 자산운용수익도 감소했다. 신한라이프의 자산운용수익은 555억원으로 전년 동기 918억원에 비해 36% 가량 감소했고, 동양생명의 자산운용수익은 70% 가까이 줄어들었다. 글로벌 긴축 전환이 본격화된 올해 1월 전체 생보사 운영자산은 764조727억원으로 1달 만에 2.3% 감소하기도 했다.

여기에 새회계기준인 IFRS17 도입을 앞두고 생보사들이 저축성 보험 판매를 전략적으로 축소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IFRS17 아래에서는 부채로 잡히는 저축성보험보다 보장성보험 판매가 유리하지만, 통상적으로 보장성보험 상품은 저축성보험 상품보다 저렴해 전체 수입보험료를 감소시키는 경향이 있다.

한편 건전성 지표인 RBC비율은 채권 평가익 감소로 적게는 20%포인트(p)대에서 많게는 80%(p) 가까이 급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충분한 지급여력 수준을 유지하는 곳과 금융당국 권고치에 근접하거나 이를 하회하는 지급여력 수준을 보인 곳으로 나뉘었다.

삼성생명(246%)과 푸르덴셜생명(280.7%)은 각각 전분기 대비 59%p, 61.7%p 줄었다. 같은 기간 신한라이프의 RBC비율도 30%p 감소한 255%로 금융당국 권고치(150%)를 상회했다. 교보생명도 3개월 전보다는 61.5%p 줄었지만 205.01%를 기록하며 비교적 양호한 수준을 유지했다. 

반면 한화생명과 KB생명은 각각 23.6%p, 25.5%p 감소하며 당국 권고치에 근접한 161.0%를 기록했다. 특히 공시를 한차례 미룬 NH농협생명의 RBC비율은 직전 분기 대비 79%p 하락한 131.5%로 집계됐다. 이는 금융당국 권고치를 밑도는 수치다.

RBC비율은 보험사가 계약자에게 보험금을 한꺼번에 지급할 수 있는 돈이 마련돼 있는지를 나타내는 건전성 평가 지표다. 금감원에선 150% 이상, 보험업법에서는 100% 이상 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금리상승에 속도가 붙으면서 채권평가익은 줄고 생보사의 RBC비율도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는 것.

올해 추가적인 금리 인상이 예상되고 있는 만큼 보험사들의 자본확충 부담은 점점 더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내년 새로운 건전성제도(K-ICS·킥스)가 시행되면서 RBC비율이 대체되는 시점이 오면 다시 건전성 수치가 안정적으로 관리될 수 있다는 의견도 관측된다.

한 생명보험사 관계자는 "주식 시장 침체 탓에 자산운용수익은 줄어들고 변액보험 보증준비금 적립 부담은 오히려 커지면서 생보사 실적이 전체적으로 감소했다"며 "지난해 실적엔 삼성전자 배당 등 일회성 호재가 있었고 올해 이러한 기저효과가 반영된 점도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 생보사 RBC비율이 계속 떨어질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는 상황이라 RBC비율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노력할 예정"이라며 "내년부터 킥스 등 새로운 제도가 도입되는 것에 맞춰 단기적인 매출이나 리스크 관리가 아닌 중장기적 관리에 집중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