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김헌동 SH사장의 의미 있는 도전

2022-03-04     김인만 김인만부동산연구소 소장
김인만

최근 김헌동 서울도시주택공사(이하 SH공사) 사장이 취임 100일을 맞아 서울 아파트 분양원가를 공개하면서 의미 있는 주장을 내놨다. 서울형 건축비를 도입하면 강남에 25평 아파트 5억원에 공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정한 기본형 건축비로 이익을 내려면 재료의 질이 내려가고 품질이 떨어지는 문제가 생기는 점을 고려해 서울형 건축비를 따로 만들어 건축비를 25평 기준 2억원~2억5000만원으로 책정해서 질 좋은 주택을 분양하겠다고 한다. 서울형 건축비는 SH가 지은 아파트 중 가장 잘 지어진 것을 기초로 산정할 예정이며 서울시와 협의해 정부에서 법령 및 제도개선을 건의할 계획이다.

또 토지는 공공이 보유하고 건물만 분양하는 토지임대부 주택으로 서울에 3억~5억원대 아파트도 공급하겠다고 한다. 건물만 분양하고 다달이 토지임대료를 받는 방식으로 분양가를 낮춰서 강남에서 5억원, 비강남에서 3억원대 아파트를 공급하겠다는 구상이다.

SH가 강동, 송파, 항동, 세곡에 공급한 아파트 평균 건축비가 3.3㎡당 600만원, 25평 기준 1억5000만원이라며 충분히 3~5억원이 가능하다고 한다.

서울형 건축비는 충분히 고려할 만하다. 품질이 뒷받침되지 않는 숫자 채우기 식 공공주택은 성공하기 어렵다. 물론 SH에서 잘 이어진 아파트를 기준으로 할 것이 아니라 민간 건설회사 수준으로 짓되 건설마진을 줄여 분양가격을 낮추는 방식으로 돼야 할 것이다.

토지임대부 주택은 MB정부시절에도 도입이 됐던 정책으로 강남 보금자리 토지임대부는 성공했지만 건물만 분양해도 가격이 올라 시세차익이 형성되면서 세금을 투입해 일부 분양 받은 사람만 덕 본거 아닌가 하는 비판이 있었고, 강남 외 지역에서는 인기를 끌지 못했다.

주택소유욕구가 강한 우리나라에서 강남과 같은 인기지역이 아니면 흥행성공을 장담할 수 없고, 토지임대부의 전제조건인 토지를 공공이 소유해야 하는데 토지확보가 쉽지 않다. 마곡, 위례 등 SH가 개발한 택지에 아직 조금 남아있고, 국공유지 복합개발을 하는 곳도 많다며, 꼭 아파트가 아니더라도 빌라나 다세대 등 여러 형태의 토지임대부 주택도 검토하겠다고 한다.

시장수요자들이 원하는 전용면적 59㎡ 정도 새 아파트가 아닌 빌라나 다세대를 국민의 혈세가 투입해 건물만 분양하는 것은 보여주기 식 숫자목표 달성에 지나지 않는다. 어차피 SH에서 공급하는 물량으로 서울주택시장이 안정되지는 않고 시장에서도 그런 기대를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SH에서 시도하는 이런 다양한 사업모델이 의미가 없지는 않다. 서울 내 역세권이나 입지가 좋은 택지에 양질의 전용면적 59㎡ 토지임대부 새 아파트를 조금씩 공급하면서 효과가 좋으면 LH와 함께 서서히 확대해 나가면 된다.

또 후분양제도 도입하겠다고 하는데 최근 붕괴사고에서 보듯이 이제는 후분양제가 적용된 아파트도 조금씩 나와서 시장수요자들의 다양한 선택지를 주는 것은 바람직하다.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처음부터 목표달성만을 위해 시장에서 원하지 않는 빌라, 다세대로 숫자만 채우기보다 부족하더라도 시장에서 원하는 양질의 소형아파트를 조금씩 공급해주는 것이 더 의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