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100달러···국내 휘발유 2000원 현실로?

지난달 9일 이후 48일 연속 상승, 평균 1749.93원···유류세 인하 미반영시 1910원선 수급불안·경제회복·우크라사태 등 유가 인상 요인 많아···업계 고유가 장기화 우려

2022-02-25     박시형 기자
SK네트웍스의

[서울파이낸스 박시형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유가가 100달러를 넘어선 가운데 국내 휘발유 가격이 연일 오르고 있다. 

이 외에도 환율과 경기회복, 타이트한 수급상황 등 글로벌 요인이 산재해 국내 휘발유 가격 2000원 돌파는 곧 현실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25일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서울 지역의 휘발유 평균가격은 1812.87원으로 전날보다 2.33원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9일 1687.25원으로 최저점을 기록한 이후 48일 중 5일을 제외한 43일이 상승한 날이다.

전국 평균 가격으로 보면 지난 1월 9일(1621.30원) 이후 하루도 거르지 않고 상승해 이날 평균 1749.93원으로 집계됐다.

국내 휘발유 가격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지정학적 요인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한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

지난해 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북대서야조약기구(NATO)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국경 병력배치 확대에 대응하자 군사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두 달 가까이 이어진 긴장감은 전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터져나왔다.

국제유가는 지난 2014년 이후 처음으로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 

영국 런던의 ICE선물 거래소에서 브렌트유 4월물 선물 가격은 안정을 찾는 듯 보였으나 다시 혼조세를 보이면서 오전 4시 53분(현지시각) 현재 101.50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의 서부텍사스산원유(WTI) 4월물은 장 마감 이후 오름세로 전환, 장외에서 94달러 중반에 거래중이다.

문제는 국제유가 상승세가 여기서 멈추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은 이번 사태에 대해 강력한 경제제재를 시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U 27개 회원국 정상들은 이날 러시아에 금융, 에너지, 교통 부문을 겨냥하고, 수출통제 등을 포함한 제재에 합의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조만간 발표할 계획이다.

러시아는 일간 500만배럴 내외의 원유, 글로벌 PNG물량의 28%(유럽 기준 40%), LNG의 8%를 수출하고 있는 에너지 수출국이다.

러시아 원유 수출 금지 조치가 현실화하면 유럽과 아시아의 에너지 관련 피해는 급격하게 커질 수밖에 없다. 

박영훈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탈러시아를 위해 올해 EU가 쌓아야 할 천연가스 재고량은 사상 최대규모가 될 것이기 때문에 LNG의 초 강세가 지속될 것"이라며 "아시아의 천연가스 가격을 배럴로 환산하면 이미 150달러가 넘는데 높은 가스 가격은 원유 소비를 증가시키는 또 다른 요인이기 때문에 가스와 원유 모두 연중 강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2년 국제유가가 100달러를 돌파했을 때 전국 휘발유 가격은 2000원을 넘어섰다. 당시 환율은 달러당 1120원 전후였다.

이날 환율이 1200원선 이란걸 고려하면 단순 산술적(약 7% 차이)으로 WTI 가격은 100달러(95달러→101.65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나마 지난해 11월 정부가 유류세를 인하하면서 휘발유 등 유류 제품의 가격을 낮춰 2012년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는 실정이다. 유류세 인하분을 적용하지 않는다면 전국 휘발유 가격은 현재 1910원 전후다.

국제유가가 인상될 수 밖에 없는 요인은 러시아-우크라이나의 지정학적 요인 외에도 차고 넘친다. 코로나19 사태에서 벗어나 글로벌 경제가 점차 회복하면서 원유 수요는 빠르게 늘고 있다. 그럼에도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비회원 산유국 연합체(OPEC+)는 기존의 일 40만배럴 증산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란의 핵 합의 복원으로 이란산 원유 공급을 기대할 수 있겠지만 언제 이뤄질지 모를 일이다.

업계는 이번 고유가 사태가 장기화하는 걸 우려하고 있다.

휘발유 등 에너지 가격이 급등해 기업 입장에서는 원가 부담이 늘고, 소비자는 수요가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유가 상승 추세가 장기화할 경우 국내 기업과 소비자 모두 에너지 비용 부담이 늘어나고, 물가 상승 압박도 있을 것"이라며 "휘발유를 예를 들면 가격이 비싸져 소비자들이 자차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하게 돼 휘발유 소비가 줄어드는 식"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가 유류세 인하를 연장할 지, 러시아-우크라 전쟁이 장기화될 지, 글로벌 석유 수요는 더 늘어날지, 이란 핵 합의가 타결될 지 등 유가를 둘러싼 변수가 워낙 많다"며 "예측 보다는 여러 상황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대응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