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현산 회장직 사퇴···"아파트 완전철거·재시공 고려" (종합)

취임 23년 만 물러나···HDC그룹 회장직은 유지 '2선 후퇴' "머리 숙여 사죄···화정아이파크 수분양자 계약 해지 고려" "모든 건축물 안전결함 보증기간 30년으로 확대···현재 3배"

2022-01-17     노제욱 기자
정몽규

[서울파이낸스 노제욱 기자] 광주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잇따른 사고에 대한 책임으로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취임 23년 만에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직에서 물러난다. 다만, 지주사인 HDC 대표이사 회장직은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고가 발생한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와 관련해서는 해당 아파트의 완전 철거나 재시공 가능성까지 열어두고 있다고 밝혔다.

17일 정 회장은 오전 10시 서울 용산 아이파크몰 본사에서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외벽 붕괴 사고에 대한 입장 표명을 했다.

그는 먼저 "최근 광주에서 두 건의 사고로 인해 광주 시민과 국민 여러분들께 너무나 큰 실망을 끼쳤다"며 "아파트 안전은 물론 회사에 대한 신뢰마저도 땅에 떨어져 죄송하고 참담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고 사과했다.

이어 이번 사고에 대한 조치와 후속 대처에 대해서 밝혔다.

정 회장은 "현대산업개발은 광주시를 비롯한 관련 정부기관들과 힘을 합쳐 사고현장을 안전하게 관리하면서 구조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신속하게 실종된 분들을 구조하는데 더욱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화정아이파크 현장) 안전점검에 문제가 있다고 나오면 수분양자 계약 해지는 물론 완전 철거와 재시공까지 고려하겠다"며 "랜드마크가 될 수 있는 좋은 아파트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또한 현대산업개발은 현재 아파트 골조 등 구조적 안전결함에 대한 법적 보증기간을 30년으로 대폭 늘리기로 했다. 현재 구조적 안전결함에 대한 법적 보증기간은 10년이다.

그는 "새로 입주하는 주택은 물론, 현대산업개발이 지은 모든 건축물의 골조 등 구조적 안전결함에 대한 보증기간을 30년까지 대폭 늘려 입주민들이 편히 사실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안전이 문제가 돼 발생하는 재산상 피해가 전혀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대산업개발 회장직에서 물러날 뜻을 밝혔다. 지난 1999년 고 정주영 명예회장으로부터 현대산업개발을 물려받은 지 23년 만이다. 

그는 "1999년 현대자동차에서 현대산업개발로 옮겨 23년 동안 회사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국민의 신뢰를 지키고자 노력했는데 이번 사고로 그런 노력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됐다"며 회장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미 현대산업개발은 유병규(사장)·하원기(전무) 각자 대표이사인 전문경영인 체제로 정 회장 사퇴 이후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다.

책임 회피를 위한 사퇴가 아니냐는 지적에 그는 "사퇴로써 제가 책임에서 벗어난다 생각하지 않는다"며 "대주주의 책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지주사인 HDC 대표이사 회장직은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떼는 것이 아니라 2선 후퇴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6월 광주 학동 재개발구역 참사로 총 17명의 사상자(사망자 9명‧부상자 8명)를 낸 데 이어 7개월 만인 이달 11일 신축 중이던 화정아이파크의 외벽이 무너지는 사고를 일으켰다. 이번 사고로 현장 작업자 6명이 실종됐으며, 1명은 구조됐지만 사망한 것으로 파악됐다.

잇따른 대형 사고로 인해 현대산업개발에 대한 신뢰도는 추락했다. 이미 수주한 사업장에서 계약 해지 통보를 받거나 입찰한 사업장에서는 "보증금을 돌려줄 테니 나가라"는 현수막이 붙기도 했다. 단지명에서 아이파크를 제외하겠다는 움직임까지 이는 등 여론이 급격히 악화되자 총수가 결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정 회장은 지난해 6월 사고 당시에는 곧바로 현장을 찾아 사과했던 것과 달리 이번 화정아이파크 사고 이후에는 현장에서 사고 수습을 지휘하면서도 그간 공개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주말 동안 서울로 올라와 자택에서 거취 문제에 대해 숙고한 뒤 이번 사퇴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