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새 헷지수단?···비트코인, 미국發 훈풍 타고 '쑥'

7000만원 진입한 비트코인, 글로벌 시가총액 1300억 돌파 인플레 헷지수단·제도권 편입 기대···"변동성·규제 유의해야"

2021-10-14     박성준 기자
14일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가상화폐(암호화폐) 시장이 또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국내외 주식시장이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중국발 채굴 금지 악재는 안정화되고, 인플레 헷지수단으로써의 부상 및 미국발 제도권 편입 가능성 호재는 힘을 받으면서 투자 심리가 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여전히 변동성이 심해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14일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기준 비트코인은 706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날 장중으로는 7140만원까지 올라서면서 지난 5월 이후 5개월여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 전날 차익실현에 나선 투자자들로 소폭 하락하기도 했으나, 하루 만에 곧바로 만회했다. 특히 비트코인은 이달 들어서만 30% 넘게 급등했다.

비트코인의 글로벌 시가총액은 현재 1300조원을 넘어섰으며, 페이스북을 넘어 글로벌 자산 6위를 기록했다. 비트코인 외에도 이더리움, 리플 등 주요 알트코인도 같은 기간 20% 수준의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5월 중국이 모든 가상화폐 거래를 불법화하면서 글로벌 가상화폐 시장은 급격히 위축됐다. 이 때문에 8000만원대까지 올라섰던 비트코인은 6월 3390만원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하지만 7월 이후 '바닥을 찍었다'는 반등 심리와 함께 시장이 중국 규제에 대해 내성이 생겼다는 평가가 나오기 시작했다. 더구나 최근엔 미국이 가상화폐에 대해 보다 유화적인 입장을 취할 것으로 관측되면서 투자 심리가 다시 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최근 진행한 청문회에서 "스테이블코인(가격변동이 없는 코인)을 포함해 가상화폐를 금지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답했다. 또 미국 증권 감독당국인 게리 겐슬러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도 "암호화폐를 금지할 생각이 없으며,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도 해당 부서에서 검토 중"이라고 답해 기대감을 더욱 높였다.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박을 피할 수 있는 헷지(위험 회피)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함께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글로벌 공급 병목 현상 및 국제유가·원자재 가격 급등세로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가 높아지면서 안전자산으로 돈이 집중되는 데 비해 국내외 주식시장들은 모두 크게 조정을 받은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디지털 금'으로 불리는 비트코인이 인플레이션 우려에 대한 헷지 수단으로써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미국 내 20개 주요 공기업들이 대규모 가상자산 기반 투자를 하고 있다고 밝혔혔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JP모건은 "비트코인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있다"며 "기관투자자들이 인플레이션에 대한 헷지수단으로 비트코인을 사용하는 데 관심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다만 변동성이 극심하다는 점은 여전히 주의할 대목이다. 중국 헝다그룹의 파산 우려가 불거질 당시 비트코인은 하루 사이에도 5.7% 급락했다 6.2% 올라서는 등 롤러코스터 행보를 보였다. 같은 기간 이더리움은 7.48% 급락했다 10.32% 반등했으며, 리플은 5.63% 내려선 뒤 13.76% 급등했다. 시총이 작은 알트코인으로 갈수록 변동성은 더욱 심해진다.

또한 제도권 안착에 대한 기대감이 있다는 것은 동시에 규제당국의 사정권 내 포함된다는 것을 뜻한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최고경영자(CEO)는 "SEC 등 규제 당국이 비트코인 ETF 승인과 관련해 청신호를 줄 것이란 어떠한 보장도 없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기대감을 낮춰야 한다"면서 "비트코인은 본질적인 가치가 없으며, 결국 규제 당국에 의해 무너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내에선 내년부터 250만원이 넘는 가상화폐 수익이 발생할 경우 20%의 양도소득세가 부과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