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 적자' 한전, 8년만에 전기료 인상?···23일 발표

유가 급등·적자 지속에 인상 압박 인플레·대선 등 동결 가능성도

2021-09-22     김호성 기자
한국전력

[서울파이낸스 김호성 기자] 정부와 한국전력이 23일 4분기(10~12월) 전기요금 인상 여부를 발표한다.

최근 발전 연료비 상승과 한전의 적자 등을 고려하면 전기료가 인상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업계는 관측한다. 다만 최근 인플레이션 압박과 내년 대선을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동결 가능성도 있다. 전기료를 올릴 경우, 2013년 11월 이후 약 8년 만의 인상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와 한전은 다음 달 1일부터 적용하는 4분기 전기요금을 23일 오전 한전 홈페이지에 공고한다.

한전은 올해부터 전기생산에 들어가는 연료비를 전기요금에 3개월 단위로 반영하는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한 뒤 1분기에 kWh당 3.0원 내렸다. 이후 2분기와 3분기에도 1분기와 같은 수준으로 요금을 묶어놨다. 연료비 상승으로 전기료 인상 요인이 생겼음에도 코로나19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는 국민과 높은 물가상승률을 고려해 2개 분기 연속 동결한 것이다.

그러나 전기료를 인위적으로 억제할 경우 연료비 연동제 자체가 유명무실해진다는 우려가 크다. 장기적으로는 국민 경제에 득보다 실이 많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까지 연료비 연동제를 제대로 적용하지 않을 경우 사실상 제도 도입의 의미가 없어지게 되는 것"이라며 "이 경우 언젠가는 누군가가 전기요금 인상분을 부담해야 한다는 뜻이 된다"고 했다.

4분기 전기요금은 6~8월 연료비를 토대로 결정된다. 연료비에 시차를 두고 큰 영향을 미치는 국제유가를 비롯해 실제 전력생산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석탄,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이 이 기간 큰 폭으로 상승했다.

전력용 연료탄은 5월 톤(t)당 100달러선에서 8월에는 175달러까지 치솟았다. 두바이유도 올 초 60달러대 초반에서 6월 이후 대체로 70달러대를 유지 중이다.

한전의 적자가 쌓이는 점도 부담이다.

고유가로 한전의 2분기 연료비와 전력구입비가 작년 동기 대비 1조2868억원(8.1%)이나 증가했지만, 전기요금은 올리지 못해 전기판매수익은 1.0%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로 인해 한전은 2분기에 7000억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냈다.

정부는 한전과 6개 발전자회사가 올해 4조원 상당의 적자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한전 역시 이달 초 국회에 제출한 '2021~2025년 중장기 재무관리 계획'에서 올해 연결 기준 3조8492억원의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적자규모(연결 기준 2조7981억원) 보다 1조원이나 많은 수준이다.

이에 한전 주주 토론방에서 일부 주주들은 "연동제를 보완하든지 산업부에 전기료 요금 인상을 신청하든지 하라"며 정승일 한전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에 대한 원성을 토로하고 있다. 주주들에게 뿐 아니라 이같은 공기업 적자는 결과적으로 국민 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다만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개월 연속 2%대를 기록하는 등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는 점은 인상의 걸림돌이다. 전기요금 인상은 전반적인 물가를 자극할 수 있고, 이로 인해 서민경제 어려움을 가중할 수 있어서다. 전기요금을 결정하는 산업통상자원부와 기획재정부의 고민도 큰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물가상승 압력도 상당하고, 발전 연료비 상승 역시 큰 부담이 되는 상황임이 틀림없다"면서 "두 부처간 고민이 많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요금을 올리더라도 조정 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분기별 조정 요금은 최대 kWh당 5원 범위내에서 직전 요금 대비 3원까지만 변동할 수 있다. 만약 4분기에 kWh당 3원 인상된다면, 월평균350kWh를 사용하는 주택용 4인 가구의 전기료는 매달 최대 1050원 오르게 된다.